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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산별연맹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동 투쟁을 시작하다

4월 20일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청와대 효자치안센터 앞에 모여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 정규직 전환 촉구 3개 산별연맹 공동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보건의료노조, 의료연대본부(공공운수노조 소속), 민주일반연맹 소속의 국립대병원 노동자 350여 명이 참가했다. 청소, 시설관리, 식당, 간호보조 등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가했고, 이들을 지지해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도 참가했다.

ⓒ이미진

지난 3월부터 기층 노동자들의 단결 염원으로 상이한 노동조합들 간의 공동 투쟁 흐름이 시작됐는데, 4월 20일은 첫 공동 집회였다. 세 노조가 처음으로 함께 집회를 연 것이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이양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 등 세 노조 지도자들이 나란히 연설했다.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표정이 밝고 활력이 있었다. 사회자가 집회에 참가한 13개 국립대병원의 노조들을 하나하나 호명할 때 끊이지 않고 박수가 나왔다. 연설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지막에는 하나같이 “국립대 병원 노동자가 하나로 뭉쳐 싸우자”고 강조했다.

얼마 전 제주 영리병원이 취소된 것도 집회 참가 노동자들을 고무시킨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노조와 의료연대본부는 제주 영리병원 반대 운동에서 초기부터 주력 부대로 나섰다. 연단에서는 자주 제주 영리병원 취소 사실이 언급됐고, 집회 참가자들의 팻말에도 제주 영리병원을 포함해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문구들이 보였다.

노동자들은 상반기 내 직적고용 정규직화를 문재인 정부에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을 내팽개쳤다.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율은 ‘제로’다. 병원장은 정부를 핑계 대며 나몰라라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문재인이 대통령 되고 제일 먼저 약속한 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였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똑같습니다. 우리는 다시 약속을 지키라고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국회 토론회에서 만난 교육부 관계자가 ‘정부[청와대] 지침’이 나와야 정규직화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치원생입니까? 말을 꺼낸 대통령은 말이 없습니다.”(김재형 보건의료노조 전북대병원지부 시설분회장)

“쓰레기를 치우는 노동자이지만 하나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저는 열심히 일해서 가족과 내 삶을 가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5일 노동조합을 결성했습니다. 노조를 만든 이유는 대통령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약속했으니까] 기다리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바뀌지 않습니다. 정규직은 우리 손으로 쟁취합시다.”(김금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강원대병원 민들레분회장)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업무가 필요한 업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약속 지키십시오. 다가오는 상반기까지 약속을 이행하십시오.”(송유순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충남대병원 미화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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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의 설움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정규직과 똑같이 일해도 임금이 3배 차이가 났습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노조를 결성해 사측과 교섭을 했습니다. 그동안 못 받았던 수당을 찾아 와서 60~90만 원 임금 인상을 쟁취했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비정규직이다 보니 근로계약서를 매번 다시 써야 합니다. 그때마다 사측의 갑질이 계속됩니다.”(박일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 민들레 분회장)

“병원은 우리에게 참으면 좋아질 거라고 했습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임금이 동결됐습니다. 정규직은 병원 인증 평가가 끝나면 격려금을 지급합니다. 비정규직은 노조 결성 이후 지난해에 처음으로 20만 원을 받았습니다. 정규직은 보너스, 인센티브 각종 혜택을 받지만, 우리는 똑같이 환자를 돌봐도 최저임금에 꼴랑 5% 내외 보너스를 받습니다. 비정규직의 삶은 참담합니다. 이제는 그 서러움을 끝장내야 합니다.(김부영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분당서울대병원 간호보조 부분회장)

이날 집회에 기간제교사노동조합도 참가해 연대감을 나타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노동자연대도 참가했다. 사회자가 연대 단체들을 정성껏 소개했고, 노동자들은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노동자들은 병원 로비 농성, 5월 21일 공동 파업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자유한국당이 장외 집회를 열었다. 많은 언론들은 자유한국당의 집회만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마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 오른쪽에서만 나오는 것 같은 인상을 줬다. 그러나 노동자들도 문재인 정부에 불만을 나타내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노동자들의 투쟁이 자유한국당이 일찌감치 지지해 왔고, 문재인 정부도 용인했던 제주 영리병원을 취소시켰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의 공동 투쟁이 잘 돼 정규직화 등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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