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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기후변화 현실에 경종을 울린 대규모 반란

부활절 주간이었던 지난주 런던 도심을 휩쓴 [기후변화 반대 운동인] ‘멸종 반란’ 운동이 경종을 울렸다고 느낀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규모가 두드러졌다. 중요한 직접행동 운동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중 가장 거대했던 것은 1961~62년 영국의 반핵운동 단체 ‘100인위원회’였을 듯하다.

그러나 이번 ‘멸종 반란’ 운동처럼 끈기 있었던 사례는 떠오르지 않는다. ‘멸종 반란’ 운동은 4월 15일부터 지금까지 1주일 동안 [매일같이] 수천 명이 런던 도심에서 매우 위협적인 시위를 벌였다. 허약하고 분열해 있고 다른 데 정신 팔린 영국 정부는 수세에 몰려 있다. 그럼에도 ‘멸종 반란’ 운동이 거둔 성취는 놀랍다.

이 운동의 쟁점도 중요하다. 인류의 행위 때문에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제외하면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기성 정치권이 지구 온난화 재앙을 멈추는 데에 필요한 방향으로 발도 떼지 않는다는 것도 아마 다들 인정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시간이 거의 또는 전혀 남지 않았다고 믿는다. 컴브리아대학교 교수 젬 벤델은 널리 읽힌 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과학적 증거들을 보면,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생전에 전 지구적 환경 재앙을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기후 변화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는데, 이런 일들은 서로 강화시킨다. 예컨대 북극이 빠르게 녹고 있는데, 이 때문에 영구 동토층에 묻혀 있던 메탄 가스가 대기 중에 배출되고 있다. 메탄 가스의 온실 효과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하다.

벤델은 이런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북극 기온 상승 때문에 메탄 가스 배출 속도와 배출량이 느는 것은 지구상 생명체에 크나큰 재앙일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대기 온도가 불과 몇 년 만에 5도 넘게 오를 수 있다.”

벤델의 결론은 암울하다. “파괴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기후 변화 때문에 인류는 기아·파멸·이주·질병·전쟁에 맞닥뜨리게 될 운명이다. … 우리 생전에 말이다. 전력이 끊기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수돗물도 끊길 것이다. 입에 풀칠하고 얼마간 온기를 쬐려 해도 이웃의 힘을 빌려야 할 것이다. 영양실조에 걸릴 것이다. [지금 사는 곳에] 계속 살아야 할지 아니면 이주해야 할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굶어죽기 전에 잔혹하게 살해당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어야 할 것이다.”

기후 변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조그마한 변화가 체제 전체의 질적 변화를 촉발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문명 붕괴”가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벤델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단정짓기 어렵다. 그러나 벤델의 두려움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동맹 휴업에 나서고 ‘멸종 반란’ 운동에 동참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그런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이는 좌파에 도전 과제를 제기한다. 기후 변화를 비롯한 광범한 환경 파괴가 200년 전 제1차 산업혁명으로 [세계를] 제패한 자본주의 축적 몰이의 결과임을 규명한 훌륭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많다. 이안 앵거스는 훌륭한 블로그 ‘기후와 자본주의’에 꾸준히 게시글을 올려 이를 설파한다.

그러나 그런 이론적 통찰은 정치적 실천으로 옮겨져야 한다. [영국의] 양대 정당들처럼 [영국의] 사회주의자들도 브렉시트 난맥상에 매몰되고 분열해 있다. 이 때문에 조직 좌파들은 대개 ‘멸종 반란’ 운동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멸종 반란’ 운동의 전략에서 허점을 찾기란 쉽다. 한쪽에서 생태주의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멸종 반란’은 자본주의·신자유주의·채취 산업에 맞선 국제적 연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영국 언론 〈파이낸셜 타임스〉는 ‘멸종 반란’ 운동의 주도적 인물 중 한 명인 가일 브래드브룩에 대한 흥미로운 인물평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브래드브룩은] 런던 헤지펀드 사장들과 대담하며 모금하랴, ‘멸종 반란’ 자원 활동가들과 거리에서 시위하랴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헤지펀드 사장이라고? 영국 빈곤 퇴치 자선단체 ‘빈곤과의 투쟁’은 2016년 보고서에서, 아프리카에서만 2160억 달러 규모 석탄 채광업을 관장하고 아프리카 국가 27곳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런던증권거래소 상장 기업들을 열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모순을 새로운 기후 변화 반대 운동에 참가하지 않는 핑계로 삼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범죄적인 일일 것이다.

모든 새로운 투쟁에서는, 때로 양립 불가능한 사상들을 뒤죽박죽으로 받아들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문제는 기후 재앙이 야기하는 지극히 심대한 위협 때문에 대개 수동성과 절망에 빠져드는 것이었다. 이제 바로 그 기류가 바뀌고 있다. 좋은 일이다. 우리는 바로 그 일부가 돼야 한다.

'멸종 반란' 시위대 ⓒGuy Small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