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비정규직 없는 병원’ 투쟁 선포식이 있었던 4월 19일, 부산대병원 노동자 250여 명이 병원 1층 로비를 가득 채웠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았지만 정규직도 50명 넘게 참가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퇴근하자마자 집회에 참가해, 유니폼이나 하얀 가운을 입은 모습이었다.

부산대병원 로비에서 열린 투쟁선포식 ⓒ정성휘

허경순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 비정규직지부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심정을 생생히 전했다. 

“우리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병원으로 정신없이 출근합니다. 출근 시간도 안 따지고 봉사하듯이 온갖 더러운 일, 어려운 일을 합니다. 일이 많이 힘들어도 ‘곧 정규직이 된다’는 희망으로 아침에 눈만 뜨면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고생하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하고 신이 났었습니다. 그런데 자회사 이야기를 듣고 나니 기운이 빠집니다. ... 절실히, 간절히 정규직이 되고 싶습니다.”

손상량 부산대병원 비정규직지부 시설분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은 환자의 생명·안전과 매우 밀접하다며, 이를 미루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규탄했다.

“시설 노동자들은 생명과 안전과 환경을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 생명유지장치 등 절대 멈추면 안 되는 기기에 들어가는 전기, 환자들의 생명·회복과 직결되는 병동 온도 조절, 산소와 냉온수 공급, 화재 방지 및 소방 업무, 위험한 폐수 처리, 배관과 통신까지 모두 시설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중요한 업무가 파견 용역직 노동자인 우리의 노력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병원의 구성원이며 노동자입니다. 열심히 하루하루 땀 흘리며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고용 불안과 최저임금에 시달려야 합니까? ... 병원에 비정규직을 없애서 차별, 불공정, 불평등, 불합리가 사라지는 그날을 투쟁으로 쟁취합시다.”

메르스 사태 때 겪은 것처럼,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없으면 병원 내 감염 차단이나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 137번째 메르스 환자는 삼성 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환자 이송 업무를 한 간접고용 병원 노동자였다. 143번째 환자는 당시 대청병원에서 IT 업무를 보던 노동자였는데, 이 노동자는 파견직이라는 이유로 적절한 보호장구를 제공받지 못했다.

정규직 노조인 부산대병원지부(보건의료노조 소속)의 정재범 지부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정 지부장은 문재인 정부와 부산대병원의 위선을 꼬집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인천국제공항에 가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하나도 바뀐 것이 없습니다. 특히 국립대병원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 한 명도 정규직화되지 않았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이 희망고문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산대병원은 어땠습니까? 작년 임단협에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정규직 직접고용 원칙을 합의했음에도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자회사 전환을 위한 컨설팅에 8800만 원의 예산을 사용하려 합니다. 8800만 원이면 여기 비정규직 노동자 4명의 1년치 임금입니다. 명백한 단협 위반이자 예산 낭비입니다.”

“맨날 산소통 메고 전기 문제 해결하는 일은 병원에서 필수유지업무임에도 간접고용 노동자의 몫입니다. 청소하시는 분들은 10년, 20년 일해도 최저임금 받고 있습니다. 아파도 휴가 한 번 못갑니다. 너무 아파서 일을 못할 지경이면 본인 돈을 써서 대체할 사람을 채워 넣어야 합니다. 또, 고용 불안 때문에 소장의 폭언과 갖은 인격 모독을 참아 가며 공기 정화조차 안 되는 곳에서 일해야 합니다.”

정 지부장은 정규직 지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끝까지 함께할 것 또한 약속했다.

“혹자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되면 정규직이 손해 보는 것 아니냐고 호도하면서 노노 갈등을 일으킵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달라는 것이 우리의 목소리입니다. 퇴근도 안 하고 집회에 참가하고 계신 정규직 조합원 동지들에게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그 길에 우리 정규직 조합원들이 함께합시다.”

부산대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보건의료노조·의료연대본부·민주일반연맹 소속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공동투쟁의 일부다. 

부산대병원[정규직]지부와 비정규직 지부는 5월 9일부터 전국 13개 국립대병원과 함께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정부가 말을 안 듣고 국립대병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5월 21일 공동 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병원 노동자들의 제대로 된 정규직화는 노동조건 개선뿐만 아니라 환자와 노동자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뻔뻔한 약속 파기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 이 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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