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산하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이하 국민연금특위) 14차 전체회의가 열렸다. 국민연금특위는 이달 말 논의 기간이 종료 예정이었는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최근 논의 기간을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논의 기간 종료를 앞두고 공익위원(김용하)이 새로운 국민연금 ‘개편안’을 제시했다. 통계청이 3월 말에 새로 발표한 인구추계를 반영했다고 한다. 통계청은 2016년 인구추계보다 더 빨리 인구감소가 진행될 것이라는 새로운 전망을 내놓았다. 출산율 저하가 당시 예측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김용하는 새 인구추계를 적용할 경우 지금 수준의 연금을 받으려면 보험료를 지금보다 두 배로 올려야 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보험료 인상안보다 세 곱절이나 된다. 김용하는 연금을 삭감할 경우와 조금 더 받을 경우를 고려한 안도 내놓았는데 삭감할 때조차 보험료를 소득의 16퍼센트로 올려야 한다고 발표했다.

4월 22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성주가 “사회보험은 ‘자기 부담’이 원칙”이라며 김용하 안을 지지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국민연금을 지금대로 받으려면 연평균 6조 6681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4월 19일).

보건복지부는 5~6개월 안에 인구추계를 적용한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보험료 인상을 더한층 압박하겠다는 얘기다. 여기에 하향조정된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적용될 경우 보험료 인상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애당초 통계청이 5년마다 발표하던 인구추계를 예정보다 2년이나 앞당겨 발표한 것도 연금 개악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출산율이 최저로 떨어진 최근 추세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2년 뒤 출산율이 지금보다 높아졌다면 인구추계는 더 낙관적으로 발표됐을 것이다.

그러나 인구 감소가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 자체가 연금 삭감(또는 노동자 보험료 인상)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먼저 경제 규모 자체가 줄어들지 않는 한 인구 감소는 그만큼 1인당 복지 혜택을 늘릴 잠재력이 늘어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예컨대 출산율 저하는 그만큼 아동 복지 비용이 줄어드는(또는 크게 늘지 않는) 효과를 낸다. 왜 그 돈을 노인들에게 지출하면 안 되는가. 노인 복지 지출을 줄이려는 시도는 더는 착취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폐기물 취급하는 자본가들의 비정한 논리일 뿐이다.

정부 추계에 따르더라도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 뒤인 2060년 국민연금 지급 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의 7.5퍼센트밖에 안 된다. 이는 지금 대부분의 나라들이 부담하는 연금 지출보다(12~15퍼센트) 한참 적은 액수다.

당장 내년 경제 상황도 내다보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40년 뒤의 기금 고갈을 대비해야 한다며 불안감을 키우는 것도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과연 1979년에 지금의 경제 규모와 복지 지출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더 받으려면 더 내야 한다는 김성주의 주장은 결코 사회보험의 원칙이 아니다. 오히려 민간보험의 원리를 복지제도에 도입하는 신자유주의 논리일 뿐이다. 당장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보험이라 할 수 있는 건강보험도 ‘자기 부담’ 원리와는 거리가 멀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데 따르는 비용 부담은 그동안 이들을 착취해 부를 쌓아온 기업주들이 져야 한다. 2018년 기업 예금 잔액은 400조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기업 측의 보험료 부담 비율을 대폭 늘리면 평범한 노동자들의 생활비를 갉아먹지 않고도 충분한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 개악

국민연금 개악 논의 과정은 경사노위의 본질(‘답정너’)을 잘 보여 준다. 경사노위는 산하 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안을 중심으로 법안 개정 등을 논의해 왔는데 국민연금도 그렇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이른바 ‘사용자 대항권’을 논의한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논의가 그런 경로를 밟아 왔다.

무엇보다 문재인은 경사노위에서 합의되지 못한 것들도 국회에서 처리하려 한다. 선거제도 등을 둘러싼 대립에도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데에서는 주류 여야 정당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노총이 국회 논의를 기다리지 말고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이유다.

투쟁을 효과적으로 조직하려면 보험료 인상 등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국민연금 개악에 일관되게 반대해야 한다.

김용하는 2015년 당시 공무원연금 개악 논의를 이끈 인물 중 한 명이다. 당시 그는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내세워 공무원연금을 삭감하는 안을 기획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렇게 삭감된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을 내세워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기획하고 있다. 이런 식의 하향평준화는 사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지배자들이 복지를 삭감하기 위해 써 온 방식이다. 그래서 〈노동자 연대〉는 2015년 당시 얄팍한 ‘공정성’ 논리를 비판하며 공무원연금 삭감을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