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9일 남대서양에서 화물선 스텔라데이지 호가 침몰했다. 그곳에 타고 있던 선원 22명이 실종됐다. 올해 2월, 침몰한 지 2년이 다 돼서야 심해 수색이 시작됐고, 선체와 블랙박스 그리고 유해가 발견됐다.

그러나 유해 수습이 계약서에 포함이 안 되어 있다는 이유로 유해 수습 없이 수색이 중단됐다. 정부는 유해 수습을 가족들이 요구한 적이 없다거나 재원이 부족하다는 등 갖가지 이유로 변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족의 것일지도 모르는 유해를 3500미터 심해 속에 두고 온 가족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고 원인을 밝힐 수 있는 기술도 충분하다. 부족한 것은 정부의 의지일 것이다. 진상 규명이 미뤄지면서 책임자 처벌도 미뤄지고 있다. 이윤을 위해 위험천만한 노후 선박을 출항시킨 선사 폴라리스 쉬핑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한 과정 속에서도 진상 규명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는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허경주, 허영주 공동대표를 만났다. 두 공동대표의 막내 동생 허재용 씨는 2등 항해사로 배에 올랐다가 아직도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스텔라데이지 호 실종자 허재용 씨의 둘째 누나이자 스텔라데이지 호 가족대책위 공동대표인 허경주 씨 ⓒ조승진

심해 수색이 시작됐다가 최근 중단됐습니다.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허경주 대표 : 2017년 4월부터 심해 수색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선례가 없다며 해 주지 않았어요. 사고난 지 열흘 조금 더 지나서 실질적으로 수색이 다 종료돼 버렸어요. 정부와 선사는 [탈출한 선원들이 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미발견 구명벌 2척이 배와 함께 가라앉았거나 고장난 것이라는 식으로 설명했어요. 가족들은 수색 종료의 근거를 확인시켜달라며 심해 수색을 강력히 요구했죠.

지난해 12월 28일 외교부와 해수부는 심해수색 용역 계약 체결 뒤 ‘선원들의 생사 확인을 위해 미발견 구명벌 존재 확인, 사고 원인 규명’이 수색의 목적이라고 공식 발표했어요. 

수색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은 미발견 구명벌이 심해에 가라앉아 있는지 영상촬영을 통해 확인하고, 3D모자이크 영상을 구현하는 거예요. 배가 침몰하면 수압 차이 때문에 안쪽으로 부서져 들어간대요. 3D모자이크 영상은 선체 조각을 꿰어 맞춰서 어디서 구멍이 났는지를 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에요.

수색 업체인 오션인피니티(이하 OI)는 선체가 조각나서 못한다고 해요. 하지만 세계 최고의 심해 영상 촬영 전문가로 알려진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윌리엄 랭 박사는 타이타닉호가 반으로 쪼개지고 부식된 배였음에도 특수 촬영으로 빙하 충돌 시 생긴 최초 구멍을 구현해 냈어요. 랭 박사는 1980년 동중국해에서 침몰한 화물선 더비셔가 2000조각이 났었는데도 2D모자이크로 사고 원인을 밝혀냈어요. 지금 더 발전한 과학 기술이면 원인 규명이 가능하잖아요.

외교부와 해수부, 민간인 전문가 2명, 가족 대표 1명이 3월 17일에 윌리엄 랭 박사를 만났을 때도, [심해 수색 때 찍은] 영상을 보여 주면서 가능하냐고 물으니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어요.

외교부의 입장에서 보면, 심해 수색 과업은 미완이잖아요? 48억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니만큼 계약을 꼼꼼히 따졌어야야 하는데 제대로 안 한 것 같아요. 계약서가 비공개라 저희들이 원하는 것들을 얼마나 반영했는지 알 길이 없어요.

외교부는 자신들의 실책이 드러나니 이제와서는 오히려 OI에 용역비를 다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OI가 소송을 걸 수도 있다고 말해요. 만일 소송을 하면 그 결과를 보겠다고 말해요. 국제 소송 들어가면 몇 해가 걸리는데 그 동안은 손 놓고 있겠다는 거예요. 소송과는 별개로 심해 수색 완수해야 할 것 아니에요? 그렇게 시간 끌기를 하면서 국민들 관심이 가라앉길 기다리는 것 같아요.

정부는 유해 발견 가능성과 수습 가능성을 알면서도 계약서에 포함시키지 않았어요. 정부 해명과는 달리 유해 수습에 특별한 장비를 쓰는 게 아니라는 것도 우루과이에 갔을 때 저희가 확인했어요. 블랙박스 수거 장비를 그대로 쓰면 된대요. 다 외교부 자신의 실책인 것이죠.

책임자 처벌은 진전이 없나요?

책임을 진 사람이 아직 아무도 없어요. 1월 24일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 김완중 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전무만 구속됐어요. 사람들이 실종돼 못 돌아온 게 핵심인데 안전 관리 부실로 기소됐을 뿐이에요.

선사의 정·재계 로비가 어마어마한지 국회의원들이 조사하려고 하면 ‘내버려두라’는 전화가 여기저기서 온다는 얘기도 있어요. 이 곳 사장은 박근혜 경제사절단에도 포함됐었어요.

사건 한 달 반 이후 부산 해경에서 피해자 진술을 듣자고 연락이 왔고, 곧 수사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발표가 없어요. 수사 결과를 보강 중이라는 답변만 계속 해요.

바다 속에 들어가서 증거를 확보하는 게 먼저 이뤄져야 해요. 진상 규명이 우선되고 책임자 처벌이 돼야 하는데 모든 게 멈춘 상태죠. 정부는 시간 끌기를 하고 있어요.

스텔라데이지 호 실종자 허재용 씨의 첫째 누나이자 스텔라데이지 호 가족대책위 공동대표인 허영주 씨. ⓒ조승진

블랙박스 데이터 추출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허영주 대표 : 3월 20일 즈음 해수부 과장이 블랙박스 데이터 추출 작업이 중단됐다며, 이유는 내부 확인 후 알려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외교부 과장은 [데이터 추출 중단은] 가족들이 잘못 들은 것이라면서, 작업은 진행 중이라고 하더군요. 아마 3월 29일 가족대책위 기자간담회 후에 기자들이 연락을 하니 난감했나 봐요.

데이터 추출은 두 달 정도 걸린다고 하니 몇 주 후면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지켜봐야 해요.

블랙박스에서 침몰 전 12시간 동안의 선원들 음성 등을 추출할 수 있지만 이것들이 정확히 사고 원인을 규명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블랙박스에 금이 갔다고도 하고요. [작업을] 해 봐야 알아요. 참담한 심정이에요.

지금 수색이 중단되면 몇 개월 후에야 작업 재개가 가능하다던데요?

허영주 대표 : 심해 수색할 때 해경, 해심원은 침수됐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찍어야 한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단됐어요.

그곳(침몰 해역인 남대서양)은 계절이 반대라 얼마 안 가 겨울로 접어들어요. 그럼 작업 재개는 10월이나 돼야 가능할 텐데 이미 유해가 발견됐잖아요. 유해가 소실될까봐 시간이 가는 게 피가 마르는 거죠. 시간은 가고 있는데 정부가 “고민”, “협의”만 얘기하니 걱정이에요.

유해 발견 소식을 들었을 때 심경이 어떠셨나요?

허영주 대표 : 유해 발견 소식을 들었을 때가 아침 7시 정도였어요. 상상도 못했던 상황이었죠. 승선해 사진을 직접 본 가족은 해양 생물이 많이 붙어 있었다고 말해요. 뼈를 많이 갉아먹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미 유해가 많이 소실됐고, 두 달이 흘렀잖아요. 10월이면 사라질 수도 있을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외교부 직원들은 “유해 추정 물체”라는 말을 써요. 근데 사람 뼈가 물건인가요? 어떻게 그런 표현을 사람 뼈에 쓸 수가 있어요? 외교부 담당자도 사진 다 봤으면서 뼈가 아닐 수도 있다고 해요.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외교부는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니까 덮으려고만 해요. 유해 수습은 돈이 더 필요하다고 하고요. 피해를 입는 건 또 재난 피해 당사자인 저희들이에요.

이러다가 다 소실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나요?

허경주 대표 : 지난번 외교부 담당자 면담 후에 공무원들이 시간 끌기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어요. 세월호가 책임자 처벌 없이 5주기에요. 이 사고에서도 사건 초기 책임자들 일부는 영전까지 했어요.

허경주, 허영주 대표는 유해 발견 소식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망망대해에 유해를 남겨둔 채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는 것에 답답해 했다 ⓒ조승진

지난 2년 동안 싸움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허영주 대표 : 저희(허영주, 허경주 대표) 엄마 연세가 일흔이 넘으셨어요. 동생이 있었다면 칠순 잔치라도 했을 텐데 광화문 광장에서 서명 받으시면서 칠순을 보내셨어요.

재난 피해자 가족들과 영화 〈생일〉을 함께 봤는데요. 전도연 씨가 방에서 아들 옷가지를 들고 절규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울음 소리가 저희 엄마 울음 소리와 똑같아요. 엄마는 우리 방에 들릴까 봐 새벽에 방에서 혼자 울고 계세요. 

이제 버티는 게 삶이 된 것 같아요. 다른 것을 생각하고 우선이 될 수가 없는 거예요. 부모님들은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미세먼지가 심하든 광화문 광장에 나가시거든요. 안 나가시면 편히 지내실 수 있을까요? 집에서 따뜻한 밥 드시며 잠을 잘 주무실 수 있을까요? 이게 최선이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외면한다고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세월호 유가족들도 버티셨을 거예요.

[삼성 산재 피해자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아버님, [산재로 목숨을 잃은 발전소 하청노동자]김용균 어머님하고도 대화를 하는데요, 버티는 게 삶이 된 사람들만의 공통된 감정이 있어요. 버티는 게 쉽지 않은데 같이 만나면 별 말 없이 서로 끌어안으면서 위안을 받는 것 같아요.


안전 사고, 기업이 책임지게 해야

인터뷰 말미에 허경주 대표는 수색 비용 문제에 대해 뻔뻔함으로 일관하는 선사를 비판하면서 정부가 기업이 나쁜 짓을 하면 끝까지 책임지게 하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선례를 만드는 게 걱정인 거예요. 스텔라데이지호에 해 주고 나면 이후에 배가 침몰할 때마다 대한민국 돈으로 다 해 줘야 하냐고요.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도 나 몰라라 하고 있어요. 국정감사에서도 자신들은 영리 추구 기업이니 심해 수색은 할 수 없다고 했어요. 2017년 6월 청와대 사회수석실과 만났을 때도 선사 회장은 ‘ 심해 수색은 하고 싶은 쪽에서 돈을 내라’고 뻔뻔하게 말하더라고요.

저희는 정부에게 ‘국가 재정으로 하더라도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 나쁜 짓 하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선례로 남기라’고 했어요. 얼렁뚱땅 넘어가 주지 말고요. 그래야 앞으로 다른 기업들도 이런 나쁜 짓을 못하죠. 산재, 안전 사고 엄청 많잖아요.

2월 26일에 재외동포 영사실장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폴라리스 쉬핑에게 ‘선의로’ 비용을 내라고 했다더라고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말이에요. 외교부 국장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돈을 내라고 요구했지만 아직 답변을 못 받았다고 해요. 세월호도 구상권 청구 못 했다면서요.

정부는 정말 만들어야 할 선례가 아니라, 이상한 선례만 만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