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기·이재구·장동홍·장윤현 감독, 2019년 5월 1일 재개봉, 107분

영화 〈파업전야〉가 세계 노동절 129년을 맞이해 5월 1일에 개봉한다. 영화 제작 30년 만에 극장에서 정식 개봉하는 것이다. 뜻깊은 일이다.

〈파업전야〉는 상영 당시 급진화하던 노동자와 학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수작이다.

영화는 19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시작해 몇 년 동안 이어진 노동자 투쟁 고양기에 노동자 운동과 조직(노동조합)이 자신감 있게 성장하는 분위기에서 만들어졌다. 공장 점거 파업 중이던 노동자들이 영화 촬영 장소를 제공했다고 한다.

노태우 정부는 〈파업전야〉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을 막았다. 그래서 대학 등에서 상영회를 열었는데, 여기에도 경찰을 투입했다. 심지어 경찰이 상영 장소인 전남대에 12개 중대와 헬기까지 투입해 필름을 압수하기도 했다. 어떨 때는 압수에 대비해 일부러 빈 필름통을 걸어 놓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재개봉을 앞둔 시사회에서 “〈파업전야〉가 극장에서 개봉하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영화는 200여 명이 일하는 ‘동성금속’이라는 공장을 배경으로 한다. 노동자들은 “회사는 우리가 다치면 신경도 안 쓰지만, 기계가 고장 나면 하루 만에 고친다”며 기계보다 못한 자신의 삶에 분통을 터뜨린다.

사측은 “이 회사에도 노조가 생기면 끝”이라며 노동조합 건설을 방해한다. 사측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것, 사측을 엄호하는 구사대를 꾸려 ‘어용노조’를 만드는 것 장면을 보면서,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도 특수고용 노동자들처럼 노동조합을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있고,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데 방해받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있지 않은가.

영화 속 일부 노동자들은 탄압과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노동조합을 만든다.

노동자들은 밤 새워 일하는 ‘철야’를 거부하고 함께 일을 쉬자고 결정한다. 사측은 “물량을 채워야 한다”, “회사가 어려우면 여러분(노동자)도 어려워진다”며 호들갑 떤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잠깐이어도 자신들이 손을 놓아 회사가 멈추자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노동자들의 의식이 결코 단선적이지 않고 얼마나 복잡다단한 궤적을 그리며 발전하는지를 매우 잘 그린다.

의식 변화

가령, 생계가 중요해 동료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구사대로 가는 노동자, 노동조합을 하겠다고 결심하지만 사측이 “이 모든 게 빨갱이 짓”이라고 말하자 “공돌이가 무슨 세상의 주인이냐”며 흔들리는 해병대 출신 노동자, 일하다 손가락이 3개 잘려 나가 “받아 주는 곳도 없는데 노동조합 만들다가 잘리면 어떻게 하냐”며 걱정하는 노동자, 노조 활동을 지지하지만 나이가 들어 회사 눈치가 보인다는 노동자 등.

이들이 투쟁 속에서 여러 모순을 겪으며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 “지배 계급의 사상이 지배적 사상”이지만 노동자들이 투쟁 속에서 여러 모순을 겪으며 급진적이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영화 속 ‘동성금속’은 남성 노동자가 압도 다수인 사업장이다. 남성 노동자들은 처음에는 여성차별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런 남성 노동자들이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는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임금 차별, 관리자들에게 겪는 성희롱·성추행 문제를 깨닫고 배워 나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인상적인 장면은 또 있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친구에게 영향을 받아 투사로 발전하는 것이다. 남자 주인공은 여자친구와 토론하고, 여자친구가 자기 공장에서 점거파업을 벌이는 것을 목격하면서 점차 변해 간다. 여자친구는 사측에 잘 보여 돈을 벌려는 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가난한 것은 우리가 착취받기 때문이야.”

또, 옆 공장과 전국적으로 벌어진 노동자 운동에 자극받는 노동자들을 보고 있자면 당시 노동자 투쟁의 ‘물결’이 조금이나마 생생히 느껴진다.

이런 여러 장면들에는 노동자들이 서로 벌이는 수많은 토론과 논쟁도 등장한다. 따라서 그들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절대 놓치지 마시라.

필자는 대학 1학년 때 동아리방에서 〈파업전야〉 ‘비디오 테이프’를 봤다. 비디오 플레이어가 없어 보진 못했고, ‘오래된 유물이로군’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그 착각은 바로 깨졌다.

오히려 오늘날과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한 장면들이 있어 흥미롭다. 물론, 1980년대 말과 지금을 같다고 할 순 없다. 국가 형태와 노동운동의 상태 모두 다르다.

당시는 1987년 항쟁의 효과로 민주화가 시작하는 단계였지만, 여전히 군부가 정권을 잡고 있었다. 노동자 투쟁의 수준으로 보면, 1989년 말 당시가 지금보다 투쟁 수준도 훨씬 더 높고 전투적이었다. 이런 투쟁 덕분에 오늘날은 노동조합이 더 많은 권리를 성취하고 안착해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자들이 애써 쟁취한 권리들을 되돌리려는 노동개악 공세로 고통받는다.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더 중시한 이 체제에선 참사와 산업재해도 끊이지 않는다.

그렇게 20대 청년 노동자 김용균이 죽었다. 세상을 바꿀 답이 영화에 다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를 바꿀 힘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소중한 영화다.

세상이 변화하길 바라고 노동자 투쟁이 전진하길 바라는 청년들은 〈파업전야〉를 꼭 보시라.

그리고 영화가 주는 영감을 앞으로 이어질 노동자 투쟁 연대 활동으로 이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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