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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재택위탁집배원을 노동자로 인정

4월 23일 대법원은 재택위탁집배원들을 노동자로 인정했다. 2014년 3월 1심 소송 시작 이후 무려 5년 1개월 만에 최종 확정을 받은 것이다.

법원은 사용자인 우정사업본부에 종속돼 지휘·감독을 받는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늦었지만 정당한 결과이자 오랫동안 투쟁한 노동자들의 승리다.

ⓒ신정환

재택위탁집배원 제도는 IMF 경제 위기 이후 정규 집배원 감축과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들은 대부분 여성 노동자들로 하루 4~6시간 노동을 하며 저임금에 시달려 왔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시급은 겨우 850원 인상됐으며, 지금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기본급 외에 수당 등도 전혀 없다.

그런데 2013년 4월부터 졸지에 노동자에서 ‘사장님’으로 바뀌었다. 우정사업본부가 일방적으로 재택위탁집배원들을 개인 사업자로 규정하고 노동자들에게 도급계약서를 들이밀며 서명을 강요했다. 그리고 열악한 임금에서 사업소득세(3.3퍼센트)를 징수했다. 노동자들을 개인 사업자로 둔갑시켜 주휴 수당과 연차 휴가, 4대 보험 적용 등의 부담을 회피해 온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해 노조(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 재택위탁집배원지회)를 결성하고 업무를 거부하는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생수 한 병, 마스크 하나

경남 양산에서 재택위탁집배원으로 일하는 노주연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 재택위탁집배원지회 조합원은 법원 판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간의 설움과 차별에 북받쳐 이렇게 말했다.

“한여름 폭염에 밖에서 일하는 저희가 생수 한 병을 달라고 요구했을 때, ‘너희는 특수고용 노동자여서 줄 이유가 전혀 없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전국에 미세먼지 경보가 떠도 저희는 그 흔한 마스크 하나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말 그대로 최저임금 외에는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최근에 우체국에서 부당한 업무지시를 해서 항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를 이유로 3일치 일을 강제로 뺏어 갔고 3일치 급여를 임의로 공제해 버렸습니다. 이런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아무 곳에도 말할 수 없는 것이 특수고용 노동자의 현실입니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노동자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이런 현실에 너무 분노가 치밉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한다는 핑계로 우정사업본부는 재택위탁집배원의 처우 개선을 항상 외면해 왔습니다. 우정사업본부에게 요구하겠습니다. 재택위탁집배원의 처우 개선을 하고 노동자 권리를 인정하라.”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즉각 노동자로 인정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공언한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우정사업본부는 상고를 철회하지 않고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질질 끌어 왔다.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은 노동자로 인정 받은 것이자, 제대로 된 직접고용과 처우 개선을 위한 투쟁의 시작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앞으로 고용 형태, 근무 시간, 임금과 처우 등 중요한 노동조건이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 직후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조속한 시일 내 재택배달원의 근로자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집배원들의 처우 개선과 우정서비스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정규직 집배 인력 1000명 증원 약속을 파기한 것에서 보듯, 우정사업본부는 말뿐이며 제대로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아 왔다. 중요한 것은 즉각적인 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