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노동조건 실태:
최저임금도 못 받는데 더 깎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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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에는 자유한국당 김학용, 이완영 등이 발의한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대체로 일한 지 2년 안 된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을 최대 30퍼센트까지 삭감하는 내용이다. 현재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등으로 극한 대치를 벌이지만, 노동개악 법안들은 이견이 크지 않아 언제든 통과될 위험이 있다. 이때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도 논의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신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영선이 4월 19일 소상공인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적용
중소기업들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기 때문에, 만약 지역·업종별 차등적용이 통과되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지금도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주 54시간 월급 200만 원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전국 22개 이주인권단체 및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 1215명을 대상으로 벌였다. 그 결과를 담은
지난해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2017년보다 월급이 올랐다고 응답한 비율은 52.5퍼센트에 불과했다. 심지어 11.4퍼센트는 오히려 줄었다고 답했다. 건설업의 경우 월급이 올랐다고 답한 비율은 30퍼센트로 특히 낮았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한 곳도 있었다.
사용자들은 월급을 올리지 않으려고 우선 일하는 시간을 줄였다
이렇게 노동강도가 강화되면 산재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태조사에 응한 이주노동자들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한 이주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병원에 있을 때 사장이 통역
고용허가제
이 끔찍한 사례는 고용허가제가 어떻게 이주노동자를 옥죄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는 직장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체류기간도 고용주 동의가 있어야 연장받을 수 있다.
2017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네팔 노동자 깨서브 씨는 하루 12시간 노동으로 건강이 악화됐다. 그래서 다른 공장으로 옮기고 싶었지만 고용허가제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자살했다.
임금을 올려주지 않는 또 다른 방법은 숙식비를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2017년부터 이주노동자의 서면 동의만 있으면 월 통상임금에서 최대 20퍼센트까지 사전 공제할 수 있는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서면 동의를 거부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응답자 18퍼센트가 2017년에는 내지 않던 숙식비를 내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전체적으로 27퍼센트가 숙식 관련 비용이 올랐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비용을 공제하며 제공하는 숙소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에어컨이 없고
어떤 숙소는 주방과 샤워실이 구분되지 않아 누군가는 한쪽에서 요리를 하고 누군가는 다른 쪽에서 샤워를 해야 했다. 이런 곳에서 노동자 한 명당 10만 원씩 총 60만 원을 월세로 받고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이 항의하자 고용주는 “노동부 법을 따라 다른 회사는 월급의 20퍼센트까지 받는데 많이 봐 준 거다. 내기 싫으면 집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곳은 주택 단지와 멀리 떨어진 공단이나 건설 현장, 농촌 등지여서 주거지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곳의 일자리를 내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숙소 제공은 고용주가 노동력을 이용하려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이주노동자 숙식비는 전적으로 고용주가 부담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상황 악화를 배경으로 전반적인 노동자 임금 삭감 시도를 벌이고 있다.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열악한 노동자층이 확대되는 것은 다시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끌어내리는 압력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취임 이래 지속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하는 등 이간질도 강화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과 내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차별에 맞서 함께 연대하고 투쟁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