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르노삼성은 2018년에 벌어들인 2218억 원 중 70퍼센트를 배당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대 주주 르노는 1242억 원, 삼성카드는 310억 원을 가져간다. 르노는 수년간 고액 배당금 받아서 초기에 투자한 돈을 다 회수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땀 흘려 벌어들인 돈을 또 곶감 빼먹듯 챙겨 가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자 투쟁에는 양보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단 한 푼도 올려 주지 않겠다고 한다. 기본급이 최저임금보다 적어 법을 위반하는 상황임에도 산입범위를 조정하는 꼼수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다면서도 노동 강도를 낮추자는 요구도 들어 주지 않고 있다. 외주화와 강제전보시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단협을 맺자는 요구도 거부하며, 오히려 외주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 인상, 노동강도 완화, 고용안정 쟁취" ⓒ제공 이형주 르노삼성 노동자

사측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생산할 물량이 적은 상황을 이용해 노동자들의 요구를 완강하게 거부한 채 외주화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싶어 한다. 사측과 언론들은 파업 때문에 일거리가 줄어든다고 했지만, 사실 올해와 내년 상반기에 르노삼성 공장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미국에 수출하는 닛산의 차량 로그는 올해 생산이 중단될 계획이었고, 후속 차량 XM3의 내수용은 내년 상반기에, 수출용은 (한국공장 생산이 확정된다면) 내년 하반기에 본격 생산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르노삼성 노동자들은 사측이 올해를 구조조정을 추진할 호기로 보고 공격을 준비한다고 말한다.

현재 노동자들은 7개월간 부분 파업을 이어 오고 있다. 물량 경쟁을 이용한 사측의 압박과 파업 때문에 기업이 망한다며 보수 언론 등이 호들갑스럽게 공격을 하는 상황에도 투쟁을 이어 오고 있다.

그럼에도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부분 파업은 생산에 실질적인 타격을 미치기는 힘든 약점이 있다. 예를 들어 4월에는 생산량이 적어 사측이 4~5일가량 유급 휴가를 쓰게 할 계획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분 파업은 휴일 수를 줄이는 정도의 영향만 미쳤다. 또 물량 수주를 두고 사측이 심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르노삼성노조 지도부는 신차 생산에는 협조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바꾸기도 했다. 이것은 파업 효과에 대한 회의감을 낳으며 오히려 조합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4월 중순 즈음부터 파업 참가율이 떨어지고 있다.

현재 파업 참가율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 말은 여전히 절반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르노삼성은 생산 라인이 하나뿐이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면 여전히 충분히 공장을 멈춰 세울 수 있다. 살인적인 노동강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기본급, 계속해서 강요돼 온 구조조정에 맞서려면 사측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며 연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파업 때문에 르노가 GM처럼 철수할 거라고?

르노삼성 투쟁이 계속되자, 사측과 보수 언론들은 ‘파업이 지속되면 르노도 GM처럼 철수할 수 있다’며 위기감을 부추긴다.

그러나 파업 때문에 공장이 철수할 것이라는 말은 투쟁을 흔들기 위한 협박일 뿐이다.

한국GM 군산공장도 파업 때문에 문을 닫은 것이 아니었다. GM이 한국 공장을 철수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GM은 2009년 세계적인 공황 시기에 파산을 겪었고,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 왔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 집중하며 유럽 등에서 철수하고, 전기차와 미래차 쪽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물론 자본가들은 임금을 낮추기를 바라고, 노동자들이 더 고분고분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다국적기업들은 더 낮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노동자들에게 요구하며 받아들이지 않으면 물량을 줄이고, 공장을 철수한다는 협박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사측의 말과는 다르게, 임금 수준이 자본을 투자하는 데 핵심 기준은 아니다. 자동차 생산비에서 노동자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0퍼센트가 되지 않는다. 자본가들에게는 판매 시장의 상황이나 운송 비용, 환율, 관세 등이 더 중요한 고려 요소일 수 있다.

그래서 GM의 경우 호주·유럽·미국 등지에서 노동조합이 임금 수준을 큰 폭으로 낮추는 타협을 했지만 공장 폐쇄를 막지 못했다.

한국GM 군산공장도 양보가 일자리를 지키는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다. GM 사측은 물량 배정을 조건으로 노동조건 후퇴를 강요했었다. 이미 2014년 말에 사측은 군산공장에서 차세대 크루즈라는 신차를 배정받으려면 “고비용과 낮은 생산성”을 개선해야 한다며 2교대제를 1교대제로 전환하라고 압박했다. 노조 지도부는 이를 수용했고, 이 때문에 비정규직 1000명가량이 해고됐다. 그러나 크루즈 생산이 시작된 지 1년 만인 2018년 2월에 GM은 군산공장 폐쇄 발표를 하며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과정에서 사측은 물량 배정을 받으려면 양보해야 한다고 노조를 더한층 압박했다. 당시 노조 지도부는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파업 자제” 등을 협력할 의사가 있다며 임금과 성과급 동결을 제시했다. ‘희망퇴직’ 실시에도 강하게 맞서 싸우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노동자들이 투쟁의 희망을 잃게 만들었다. 이후 300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군산공장 노동자 2000명보다 훨씬 더 많은 수가 퇴사한 것이었다. 군산공장 폐쇄에 맞선 투쟁은 동력을 잃어 버렸고, 제대로 저항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공장은 폐쇄됐다.

문재인 정부는 GM에게 8000억 원이 넘는 지원을 했지만, GM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했다. 정부에게 한국GM을 국유화해 고용을 책임지라고 요구하며 투쟁을 확대해야 했는데, 이 점이 요구되지 않다 보니 정부가 책임에서 한 발 비켜난 것이었다.

이후에도 GM에서는 양보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측은 임금을 삭감하고, 법인을 분리하고, 취업규칙·단체협약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지역의 부품물류센터를 통폐합하겠다고 통보했다. 노조가 제대로 싸워 보지 못하고 양보한 결과, 계속된 양보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맞서 최근 분사한 연구개발(R&D) 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소속 노조원들의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되는 등 투쟁 분위기가 싹트고 있다고 한다.

한국GM 군산공장 사례는 양보 교섭이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보여 줬다. 한국GM에서는 쌍용차 사태 때처럼 극한 대립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 결과 쌍용차 때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소리 없이 잘려 나간 것이다.

현재 르노삼성은 한국GM과는 상황이 다르다. GM은 추가 공장 폐쇄를 추진하려는 듯하지만, 르노는 현재 한국에서 자본 철수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

GM이 수익성을 우선하며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반면, 르노는 1990년대 말부터 다소 후발 주자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 이후 양적 확장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내수 시장을 염두에 두더라도 르노가 한국 공장을 쉽사리 정리하고 나갈 것 같지는 않다. 르노삼성은 다른 자동차 기업들에 비해 내수 판매 비율이 높은 편이다. 르노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이후에, 르노삼성은 주로 내수용 차량을 생산하다가 2011년 이후 수출 물량 생산을 더 늘리긴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전체 생산의 40퍼센트는 여전히 내수용 차량이다. 르노삼성의 생산 공장은 부산이 유일한데, 하나의 라인에서 모든 차종을 생산하며 자본가의 입장에 봤을 때 고도로 효율적인 방식의 생산을 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르노가 당장 철수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노동자들을 쥐어짜야 할 이해관계는 존재한다. 세계경제 상황 악화와 자동차 산업의 과잉생산 위기,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는 상황에서 가능한 착취율을 높여 두고 싶어 하는 것이다.

투쟁을 통해 이런 공격을 막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투쟁의 동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임금,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대안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진정한 투사들의 조직이 성장한다면 향후 투쟁을 전진시킬 소중한 씨앗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