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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정규직화 사기치고 직무급제로 뒤통수치는 정부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 만에 온갖 노동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반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도 노동자들의 배신감과 분노를 키우고 있다. 정부가 1호 노동 정책이자 ‘양극화 해소’ 정책으로 추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2년째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난 2년 동안 진행된 상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41만 6000명으로 집계했으나 24만 명 이상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제외돼 전환이 결정된 인원은 17만 5000여 명이다. 그조차 실제 전환을 완료한 수는 13만 3500여 명에 불과하다. 전체 중 32퍼센트만이 실제 전환된 것이다.(2018년 12월 말 기준)

이 그래프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2년이 지났음에도 실제 (무기계약직 또는 자회사) 전환 완료된 수가 매우 미미함을 보여 준다

정부가 직접고용이 원칙이라고 한 ‘생명안전업무’조차 전환하지 않는 일이 허다했다. 고(故) 김용균 동지가 사망한 발전소 비정규직이 대표적이다. 철도 비정규직 승무원들은 직접고용이 합의됐는데도 전환은 ‘1도 안 됐다’.

정부는 전환 제외 노동자들에게는 차별 완화와 처우 개선을 위한 일말의 방안조차 내놓지 않았다. 그래서 이 노동자들 중 일부는 고용 안정과 조건 개선을 위해 계속 투쟁을 벌여 왔다. 경기 지역의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이 투쟁으로 처우를 개선하고 어렵사리 고용을 지켜내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해 향후 비정규직 증가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도 했지만, 실제로는 전환 제외된 노동자들을 계속 비정규직으로 두는 효과를 낸다. 왜냐하면 전환제외자들은 앞으로도 비정규직 채용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황당한 분류법 때문에 전환에서 제외된 노동자들은 3단계 전환(민간위탁 정규직 전환)을 기대했으나 이것도 물거품이 되고 있다.

오리발

둘째, 정부는 고용안정이 우선이라며 처우 개선은 후순위로 미뤄 버렸다.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을 모두 바라는 비정규직의 열망에 대해 문재인은 “한꺼번에 다 받아 내려 하지 [말라]”며 노동자들에게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고용안정뿐 아니라 처우 개선과 차별 해소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매우 현실적이고 중요한 문제다.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삶이 진정으로 개선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전환자 중 절반은 무기계약직, 나머지 절반은 자회사로 전환됐지만 여전한 차별과 부당한 처우에 노동자들의 분노가 상당하다. 최근 이전보다는 고용이 안정된 조건을 이용해 투쟁에 나서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이유다.

무기계약직 전환자들에게는 기존 무기계약직보다 낮은 처우를 적용했다. 전환된 노동자 상당수가 직무급제 때문에 앞으로 기존 무기계약직 노동자 수준의 임금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수원시의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자는 똑같은 일을 하는 기존 무기계약직보다 임금 총액이 적게는 350만 원에서 많게는 1050만 원이 적다. 정부부처, 지자체, 교육기관, 공공기관 등 전반에서 전환자들에게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추세다. 저임금 고착화와 차별을 강화한 직무급제 폐기 목소리도 늘고 있다.

자회사 문제도 심각하다. 공공기관 사용자들은 정부의 ‘비호’ 속에서 온갖 비열한 꼼수로 자회사 전환을 강요했다. 자회사로 전환한 경우에도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다. 철도공사 청소 노동자들은 자회사로 전환된 후, 노동시간을 줄인다며 임금을 삭감해 용역 시절보다 임금이 줄게 생겼다. 마사회, 가스공사, 국립대병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전콜센터, 도로공사 등에서 사용자들은 자회사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지금도 일부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며 맞서고 있고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5월 하순 공동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전환된 노동자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이보다 약간 더 받는 노동자들이었는데, 정부의 최저임금 개악이 임금 인상 효과를 대폭 줄였다.

‘공정채용’ 내세워 고용 불안으로 내몰아

셋째, 정부는 3단계 전환 대상인 민간위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아예 정규직화 포기를 선언했다. 정부 집계로도 17만8000 명에 이르는 민간위탁 노동자들이 있는데, 정부는 민간위탁에 대해 각 기관들이 알아서 판단하라고 한다. 사실상 민간위탁을 유지해도 좋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다.

그간 민간위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면 공공기관 사용자들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라며 시간만 끌었는데, 이번 정부 발표를 보고는 아예 입을 다물어 버렸다.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많은 노동자들도 정부 발표만 손꼽아 기다리다 완전히 뒤통수를 맞게 돼 배신감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정부는 공공부문 민자 투자 활성화 정책을 강화하면서 이와 모순되는 민간위탁 정규직화를 아예 포기해 버린 것이다.

넷째, 고용승계가 아닌 경쟁채용을 늘려 되레 고용불안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적지 않았다. 정부 통계로도 전환 완료 인원 중 15.7퍼센트가 경쟁채용을 거쳤다. 공공기관에서는 무려 3명 중 한 명 꼴로 경쟁채용 절차를 거쳤다. 지난해 하반기 보수 야당들이 앞장서 정규직화가 ‘채용비리’인양 몰아갔는데 정부가 이런 흐름에 편승해 ‘공정채용’을 강조하면서 경쟁채용 추세가 강화됐다. 심지어 인천공항에서는 사측이 합의를 파기해 무려 2000명의 자회사 전환 채용이 불확실하게 됐고, 일부는 해고로 내몰릴 위험이 커졌다. 목소리를 낼 노조조차 없는 비정규직들은 항의도 제대로 못 해 보고 일터를 떠나야 하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진 것이다.

공공부문이 정규직화를 선도하기는커녕 민간 기업들의 비정규직 채용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지난해 SK, LG, 포스코 등 대기업은 비정규직을 늘렸다. 고용형태 공시제도가 시행된 2014년 이래로 비정규직 수는 매년 늘어 왔다.

저임금 고착화하는 “이중 차별 직무급제” 폐기하라 ⓒ이정원

문재인의 정규직화 정책이 이렇게 누더기가 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생색내기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던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정규직화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고 정규직 정원을 늘리지 않으면서 정규직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였다.

게다가 정부가 노골적으로 우경화하면서 정규직화는 더 빈껍데기가 돼 갔다.

이런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처음에는 기대를 품고 기다렸고, 그 다음에는 기대가 깨져 나가면서 투쟁에 나섰다. 점점 그 규모는 커져 왔다. 새로운 노동자들이 계속 투쟁에 가세하며 노동운동 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만하면 성공’이라며 정규직화에서 손을 털고 싶어 하지만, 노동자 투쟁은 정부의 기만을 폭로하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확산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연대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 연대 투쟁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의 공동 투쟁이나 7월 초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동 파업이 준비되는 상황이 이를 보여 준다. 노동자들은 투쟁을 하며 정부 정책을 바꾸려면 단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크게 느낀 것이다.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에 대해서도 갈증이 크다.

적지 않은 사업장들에서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정규직 노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일부 정규직 노조들은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들의 의식을 추수해 비정규직 편에 서지 않고 침묵하거나 비정규직에게 양보를 압박하는 일들도 벌어졌다. 이렇게 내홍을 겪고 비정규직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곳에서는 오히려 정규직 노조가 약해지고 심각한 위기를 겪는 일들도 있다.

정부와 사측이 아니라 노동자끼리 불신과 원망을 키우면 단결이 약해지고 노조 자체가 약해지기 십상이다. 협소한 부문주의나 당장 발등의 불을 피하려는 근시안적인 대응으로는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없다. 노조 내 좌파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연대 건설에 적극 나서고 단결을 강화하기 위한 효과적인 구실을 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의 조건을 공격하는 지금 함께 단결해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