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알제리 항쟁, 혁명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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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과 알제리 등지에서 수백만 명이 대중 항쟁을 벌여, 부패하고 억압적인 독재 정권을 퇴진시키며 전진하고 있다. 이 글은 4월 30일(영국 현지 시각)에 런던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중동 문제 전문지 《미들이스트 솔리대리티》 편집자 앤 알렉산더가 연설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녹취와 번역에 기여한 이은혜 동지께 감사 드린다. [ ] 안의 내용은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부가 삽입한 것이다.
이 기사를 읽기 전에 “수단 노동자들, 군부에 맞서 총파업에 나서다”를 읽으시오.
우선 수단 상황을 간단히 말씀 드리고, 진정한 변화와 민주주의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에 관한 좀더 일반적인 쟁점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날 수단과 알제리의 항쟁이 지금 사회를 다른 사회로 바꿀 동력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운동을 끝내야 하는 것일까요?
노동자 투쟁 덕에 자생적 시위가 조직적 항쟁으로 발전하다
영국 기성 언론들은
극심한 경제 위기와 생필품 가격 인상을 규탄하는 시위 물결을 촉발시킨 것은 팔라펠
왜 팔라펠 가격 인상이 대중의 분노를 촉발했을까요?
수단은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된 지역이 있고 농산물이 풍부하게 생산되는 나라입니다만, 오랫동안 심각한 경제 위기에 시달려 왔습니다. 알바시르 정부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가중시켰습니다. 알바시르 정부는 알제리의 부테플리카 정부와 꼭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부를 도둑질했던 정부입니다.
이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이제까지 억눌려 있던 모든 부문의 사람들이 항쟁에 동참했습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매우 용감하게 혁명을 이끌었습니다. 여성들이 운동을 이끈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몇 가지만 들겠습니다. 어떤 여성이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을 주워 되던졌는데, 그 장면이 찍힌 사진이 SNS에서 널리 공유되면서 이 여성이 혁명의 상징으로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혁명 전까지만 해도 패션·요리법·일상 공유 목적으로 운영됐던 페이스북 그룹이, 혁명이 발발한 후에는
이런 항의 시위들은 자생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현금인출기에서 예금을 인출할 수도 없고, 아이들 먹일 음식을 살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자, 사람들은 더는 참을 수가 없게 됐던 것입니다.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지푸라기 하나”라는 속담처럼 말입니다.
파업
이런 운동은 매우 빠르게 조직적인 운동이 됐습니다. 의사·교사·언론인 등이 속한
SPA는 2016년에 설립됐는데, 수련의들이 핵심적 구실을 했습니다. 당시 수련의들은 병원의 조건이 열악하고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근무 중에 일상적으로 폭력을 당하는 데에 항의해 파업을 벌였습니다. 당시 이들이 건설한 파업위원회 네트워크가 훗날 SPA로 발전했습니다. 수련의뿐 아니라 공공부문 노동자, 교사, 대학 강사, 대학 직원 노동자, 언론인, 법조인들 등도 SPA에 속해 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운동이 강력하게 성장하면서, SPA에 속하지 않은 노동자들도 파업에 참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포트수단에서 일하는 항만 노동자들, 시멘트
국가 권력 문제가 중요 쟁점으로 부상하다
‘국가 권력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현재 수단 운동 안에서도 논쟁이 되고 있는 쟁점입니다.
이 쟁점은 수단에서 4월 6일 이후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부상했습니다. 수단 국가를 누가 운영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과도군사위원회를 통제하는 군 장성들과 수단 수도 하르툼 거리와 포트수단 등 전국 각지의 도시들에서 혁명에 나선 민중 사이의 쟁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수단 항쟁이 결집한 연대체 ‘자유와 변화를 위한 선언 세력’
수단인들은 군부에 협상을 강제하기 위해 4월 6일에
알바시르를 연금시킨 국방장관 아흐메드 아와드 이븐아우프는 자기 자신을 과도군사위원회 의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러나 고작 24시간 만에 현 과도군사위원회 의장인 중장 압델 파타 압델 라흐만 부르한이 이븐아우프를 끌어내렸습니다.
압델 라흐만이 부의장으로 지명한 중장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는 “헤메티”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헤메티”는 수단에서 가장 잔혹하기로 유명한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을 이끄는 자입니다. 신속지원군은 다르푸르 등 여러 지역에서 대규모 인종학살과 강간을 자행했던 무장세력 잔자위드가 탈바꿈한 단체입니다. “헤메티”는 수단 무장세력을 이끌고 예멘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군사 동맹 편에서 싸우기도 한 자입니다.
바로 이런 자들이 ‘더는 어떤 혼란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국방부 청사 앞 광장 점거 참가자들을 을러대고 있습니다. 이 항쟁에 걸린 판돈이 무엇일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계급 권력
이제 이 항쟁이 시사하는 바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항쟁은 국가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하는 투표는 사실상 의미가 없습니다. 수단에도 투표
저는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 사회의 국가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이외엔 없습니다. 즉, 평범한 사람들이 자본주의 국가를 인수해 개혁에 이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파리코뮌과 러시아 혁명 등 이전 혁명의
희망을 얻을 만한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바로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수도 하르툼 소재 국방부 청사 앞 광장 점거 운동의 사례를 봅시다. 운동 참가자들은 치안·식량·식수·의료를 조직하고 있습니다.
“헤메티” 같은 자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 그들 자신이 초래한 ─ ‘혼란’이 아닙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대안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인종·언어·성별의 차이를 두고 벌어진 학살과 폭력으로 산산이 분열한 사회가 아닌 다른 사회를 스스로 건설할 수 있다는 가능성 말입니다.
물론 현재 알제리와 수단에서 그런 대안은 이제 움트기 시작한 수준입니다만, 그런 대안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어떻게 맞설 것인가
이제 이런
사실, 우리에게는 사회를 운영할 힘이 있습니다.
“헤메티” 같은 자들이
알제리에서 천연가스와 석유를 계속 시추할 수 있는 것도 평범한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알제리 산업도시 리바의 노동자들이 알제리 거리를 메운 자동차를 생산해 내는 것입니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고용된 의사들은 병원을 실제로 굴립니다. 이들에게는, 탄압만으로는 부수기 힘든 조직 노동자로서의 힘이 있습니다.
누군가 무장 병력을 이끌고 병원에 쳐들어가 의사들을 죽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알바시르 정권은 항쟁 초기에 이런 일을 자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먹히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이
알제리와 수단 모두에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강력한 운동이 있습니다만, 작업장에서 벌어지는 논쟁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례로, 저는 알제리 국영 언론사 노동자들이 벌였던 대규모 행진을 눈여겨봤습니다. 알제리 방송국 노동자들은
저는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힘을 이용한다면 지금과 다른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주장이 알제리와 수단의 작업장에서 나오기를 바랍니다. 바로 이것이 권력을 가진 기존 국가에 맞설 방법입니다.
조직
진정으로 대안을 건설하려면 어떤 종류의 조직이 필요한가를 이야기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혁명이 벌어질 때면 수많은 사람들이 항쟁을 조직하는 데에 참여합니다. 이런 광범한
하지만 동시에 저는 단단하게 집중된 혁명가들의 조직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국가의 본질을 이해하는 혁명적
러시아 혁명 당시 볼셰비키 같은 조직이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그런 조직은 경제 투쟁과 정치 투쟁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우리 편을 결집시킵니다. 그런 조직은 본질적으로 훨씬 더 민주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의 일부로서 정치적 민주주의를 일상의 민주주의, 작업장에서의 민주주의로 확대시키려 노력합니다.
이런 일을 하려면 단단하고 집중된 조직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의 적이 중앙집권적으로 조직돼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단단하게 조직되지 않는 한 그들의 권력은 영원불멸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수단의 사례를 토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국 정부가 수단 알바시르 정권을 대놓고 지지했던 끔찍한 역사가 있다는 점 때문에도 더욱 그렇습니다.
알제리와 수단의 혁명가들뿐 아니라 시리아·이집트·튀니지 동지들의 경험을 토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현재는 씨앗 상태인 대안 사회를 향해, 2011년
우리는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