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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강화, 항모 배치:
중동을 위태롭게 할 트럼프의 이란 압박 강화

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파기한 지 꼭 1년이 되는 지금, 트럼프 정부는 이란 압박을 강화하며 중동에서 긴장을 부추기고 있다.

5월 5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에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폭격기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중동 근해에 항공모함 상시 배치를 중단한 지 약 1년 만이다.

볼턴은 이번 항모전단 배치는 “이란 정권에 오해할 수 없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은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이동시켰다는 혐의를 제기하며, 미사일방어체계(MD) 추가 구축 가능성도 시사했다.

“세계의 화약고”에 떨어진 불똥 중동으로 가는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 항공모함 ⓒ출처 미 해군

5월 7일 미국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는 독일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이란에 이웃한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로 급히 이동했다. 폼페이오는 이란군뿐 아니라 “제3의 군대, 민병대, 헤즈볼라 등이 공격한다 해도 이란 정권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을러댔다.

그간 트럼프 정부는 이란산 석유 금수 제재를 감행하고,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등 대(對)이란 압박을 줄곧 키워 왔다.

이란 정권의 존재가 중동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 유지에 위협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 강국인 이란은 20세기 후반부 내내 미국의 주요 고려 사항이었다. 특히 친미 왕정 샤가 1979년 혁명으로 타도된 이후 이란은 줄곧 미국 제국주의의 눈엣가시였다. (관련 기사: 본지 248호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의 진정한 배경은 무엇인가?’)

역내 갈등

이란은 시아파가 집권한 이라크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란혁명수비대와 그 동맹인 레바논의 시아파 운동 헤즈볼라는 시리아 내전에도 깊숙이 개입해 있다.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꺼리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적이다. 두 나라는 미국의 이란혁명수비대 테러 단체 지정, 미국 항모전단 배치 등을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시리아·레바논에서 이란과 그 동맹 헤즈볼라와 최근까지도 수시로 충돌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본때를 보이고 싶어 안달한다.

이스라엘은 최근 1년 동안 팔레스타인을 도합 여덟 차례 공격했다.(개별 공습을 모두 헤아리면 320건에 이른다.) 최근 재선한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란과의 본격 충돌을 염두에 두고 ‘사전 정지 작업’을 한 게 아니냐는 제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중동 내 경쟁국인 이란을 견제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이란 압박이 “테러리즘 견제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 사회에 계속 요구했던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강력 지원한다. 트럼프의 사위이자 중동 외교에 깊이 관여해 온 재러드 쿠슈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1100억 달러(한화로 약 125조 원)에 이르는 무기 거래를 맺었다. 이런 무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과 곳곳에서 벌이는 전쟁에도 사용되겠지만, 역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이란에도 커다란 압박이 될 것이다.

미국의 이번 항모전단 배치는 안 그래도 역내 강국들 간 긴장과 경쟁이 심각한 “세계의 화약고”에 위험한 불씨 하나를 보탠 것이다. 지역 내 긴장과 충돌 발발 가능성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란도 압박에 반발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나섰다. 5월 8일(현지 시각) 이란 대통령 하산 로하니는 농축우라늄과 중수소를 비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핵개발 재개 선언이다. 이어서 로하니는, 60일 안에 대(對)유럽 원유 수출 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핵개발을 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정부와 미국 지배자들이 바라지 않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일례로, 트럼프는 이란산 석유 금수 제재를 부과하는 와중에도 국제 유가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려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복잡한 줄다리기를 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중국·인도 등 8개국을 금수 제재 예외 대상으로 뒀던 조처를 5월 2일부터 중단하면서, 이란산 석유에 크게 의존하던 중국과 유럽의 친미 국가들도 미국과 갈등하게 될 수 있다.

지역 강국들의 이해관계 충돌과 제국주의 국가들의 경쟁이 중첩돼 있는 가운데, 미국의 공격적 압박은 이 중첩된 경쟁과 갈등들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그 때문에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