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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성 암, 산재 신청 최고치 기록
산재 인정은 발병 대비 단 2%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이윤선

지난해 직업성 암으로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한 노동자 수가 201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창현 민주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직업성 암 산재 신청자 수는 289명이고, 그 중 70퍼센트(205명)가 산재로 인정됐다.

이는 174명이 신청하고 17퍼센트(30명)가 인정된 2010년에 견줘 대폭 늘어난 수치다.

사업장 별로는 석탄공사가 단연 1위다. 이 곳에서는 91명이 신청하고 76명이 인정됐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대우조선, 현대중공업이 그 뒤를 이었다.

산재 신청자 수에 집계되지 않는 직업성 암 피해자들은 훨씬 더 많다

암 종류별로는 폐암이 961건으로 가장 많았다. 백혈병이 148건이고, 림프종과 유방암도 수십 건이다.

산재를 인정받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340일이나 된다. 1000일 이상 걸린 경우도 16건이나 있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에는 최초 요양 신청시 처리 기한을 7일로 규정하고 있는데 말이다.

정부는 이런 결과를 놓고, 직업성 암의 산재 승인율이 늘어난 것에 애써 주목한다. 그리고 정부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색낸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승인율이 지독하게 낮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조차 승인율을 매년 5~14퍼센트 올렸겠는가?

직업성 암 산재 승인율이 늘면서 신청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이긴 하나, 이는 실제 발병자 수에 견주면 턱없이 적다.

한국의 직업성 암 발병자 수는 한 해 무려 9500여 명에 이른다(2010년 국립암센터 연구 결과). 매우 소극적으로 집계하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를 보더라도 2000명이다.

즉, 직업성 암을 산재로 인정받은 노동자의 수는 발병 기준 2~1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팔다리 골절 같은 사고성 재해에 견줘, 암 같은 직업병은 입증하기 어렵고 더 많이 숨겨져 있다. 사측의 은폐나 회유, 방해 공작도 더 심하다.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들이 겪은 일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방기

문재인 정부의 산재 대책은 보여 주기 식이거나 사후적인 게 많다.

공장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얼마간 작업중지를 시켰다가 매번 별 개선이 없는데도 풀어 주는 게 단적이다. 산재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직업병 인정 범위를 아주 조금 넓힌 것도 그렇다.

돈이 들거나 기업의 이윤 벌이를 방해하는 ‘산재 예방’이나 처벌 강화에는 실효성 있는 개선이 없다.(관련 기사: 283호, 꾀죄죄한 개정 산안법, 더 누더기 만든 정부)

탄광이나 조선소가 매년 기준치를 초과한 발암 물질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특히 울산 동구, 영암, 거제, 강원도 삼척과 태백 지역이 악명 높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5~2017년 유해 물질을 반복적으로 초과 배출한 사업장 973곳 중 시정명령을 받은 곳은 833곳이었으나 사법조치된 곳은 고작 59곳이었다. 과태료를 문 곳은 822곳으로, 과태료 총액은 14억 원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들을 봐주면서, 암으로 병들어 가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을 방기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각에도 노동자들은 “죽음의 공장”인지 뻔히 아는 곳으로 출근해 “죽음의 물질”을 들이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