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고용노동부는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의 설립 신고를 또 반려했다. 지난해 7월에 이어 두 번째 반려 통보다. 고용노동부는 기간제교사노조 조합원에 실직자와 구직자가 포함되어 있다며 또다시 교원노조법 2조와 노동조합법 2조 위반을 문제 삼았다. 구직 중인 기간제교사는 교원도 노동자도 아니라는 것이다.

해당 조항들은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제약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누구를 조합원으로 할지는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정부가 노동조합을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교원노조법 및 공무원노조법, 그리고 노동조합법 때문에 노동기본권을 박탈당하는 노동자가 최소 550만 명에 이른다고 본다. 전체 취업자 5명 중 1명이 법률로 노동기본권을 제약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관련법들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고, 이는 국제적으로도 지탄의 대상이다. 문재인 정부도 관련법 개정과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ILO 87호, 98호 협약 비준을 100대 국정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취임 2년이 된 지금도 진척은 전혀 없다. 

정부는 즉각 이행해야 할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를 경사노위에 떠넘겼고 그 결과 단결권과 노조 활동을 약화시키는 노조법 개악이 시도되는 상황이다. 

지난 5월 10일 민주노총과 ILO긴급공동행동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LO 핵심협약 우선 비준을 촉구했다.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기간제교사의 조건을 무시한 채 노조 설립을 반려하고,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고 있고, 교사와 공무원의 노동3권이 지켜지지 않는 이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ILO 총회에 갈 자격이 있는 것입니까? ILO 총회에 가기 전에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ILO 총회에 가려거든 ILO 핵심협약 비준하고 가야 합니다.”

정부는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한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선 비준”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선례도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의지가 문제인데, 정부는 선비준은 거듭 불가하다는 태도다. 최근 노동부장관 이재갑은 ILO협약 선비준은 “우리 사회, 산업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큰 사안”이라며 불가하다고 밝혔다. 

기간제교사노조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교원노조법 자체가 교사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악법이라 폐지해야 마땅하지만 관련법 폐지(또는 개정) 전이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산별노조는 해직자나 구직자의 노조 가입이 가능하므로 교원노조 자격을 폭넓게 해석해서 교원의 단결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정부가 당장이라도 삭제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이런 악법들을 적극 활용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기간제교사를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한 후에도 기간제교사들은 정규직 전환과 차별 폐지를 요구하며 끊임없이 투쟁해 왔다. 그리고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노동조합을 만들어 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기간제교사들을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해 비정규직으로 남게 만든 정부가 이제와서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조건을 이유로 노조할 권리조차 부정하고 있다. 기간제교사들이 조건 개선을 위해 조직하는 것을 가로막겠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문재인은 최근 대담에서 “촛불의 정신을 지켜내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최근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기간제교사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낸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저자가 15년 간 기간제교사로 살면서 겪은 차별과 아픔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또 기간제교사들이 어떻게 저항에 나서기 시작했는지,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둘러싼 첨예한 논쟁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에 반대하는 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내용이다. 책의 수익금은 기간제교사노조 활동에 사용된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사서 읽고 주변에 권해주는 것도 차별에 맞서 떨쳐 일어난 기간제교사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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