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 식량 사정이 매우 나빠진 듯하다. 북한 정부 스스로 유엔 등 국제 기구에 도움을 요청했다. 10년새 최악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미국과 한국의 우파들은 북한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려고 식량난을 과장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식량 지원을 이유로 미국·한국 정부들이 북한과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가난한 서민이 겪는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그러나 인도주의적 국제기구들의 판단은 다르다. 5월 3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공동 보고서를 내어, 북한 식량 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길어진 건조기,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온, 홍수,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기자재 공급 부족 때문에 2018년 9~10월의 주요 곡물 수확이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6월에 수확하는 조생 곡물의 2018~2019년 생산 전망은 어둡다. 강수량이 적고 적설량이 적어 겨울 동안 작물이 혹한의 기온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1010만 명(인구의 40퍼센트)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식량 지원이 시급할 것이라 예상된다. 적절한 인도주의적 조처를 시급히 취하지 않는다면 5~9월 단경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대북 식량 지원 필요성이 대두하자, 문재인 정부도 지원을 하겠다고 말을 꺼냈다. 대통령 스스로 미국 대통령 트럼프한테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지지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정부는 대북 식량 지원 공식 결정을 미루고 있다. 북한이 잇달아 발사체를 발사하자, 5월 9일 문재인은 북한에 “경고”를 보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또다시 [북한의 발사체] 발사가 있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국민의 공감이나 지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여야 정치권 사이에 좀 충분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5월 1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의용은 정부가 대북 식량 원칙을 확정했고 구체적 방안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직후에 통일부는 여론 수렴 과정에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했다.

세계식량계획 등이 밝혔듯이, 북한의 가난한 서민들에게 식량 지원이 가장 필요한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이때를 놓치면 그만큼 그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그 와중에 북한 발사체(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시간을 끄는 것은 옳지 않다. 식량난으로 고통을 받는 것은 핵·미사일과 아무런 상관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북핵 문제 같은 정치·군사적 의제와 인도적 지원 문제는 별개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실천에서 일관되지 않은 적이 적잖다. 2006년 당시 노무현 정부는 북한 1차 핵실험 등을 이유로 식량 지원을 중단했다. 즉, 민주당도 우파가 주장해 온 대북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행동을 할 때가 많았다.

대북 식량 지원은 아무런 조건 없이 즉시 이뤄져야 한다. 남한 노동자·서민과 같은 처지의 북한 사람들이 계속 고통받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