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자 기사를 최근 상황을 반영해 개정·증보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6월 하순에 한국에 온다. 6월 28~29일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맞춰 온다고 한다. 한반도에서 기류가 1년 만에 바뀌기 시작하는 가운데 그가 방한하는 것이다.

진보·좌파는 그의 방한을 반대해야 한다. 트럼프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노동자·서민의 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경 장벽 앞에서 목숨을 위협당하고, 가족과 생이별해야 하는 중남미 이주민들에게 트럼프는 지옥에서 온 악마 그 자체다.

2017년 트럼프의 집권은 국제적으로 우익 포퓰리즘이 부상하는 맥락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백악관 입성 자체가 세계 곳곳의 우익 포퓰리스트와 나치를 고무했다.

처음에 트럼프는 불필요한 해외 군사 개입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실제 행동은 사뭇 다르다. 트럼프 정부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에서 폭격 횟수와 강도를 늘려 왔고, 미군 공중 폭격으로 숨진 민간인 희생자 숫자는 오바마 정부 때보다 더 늘었다.

지난해 12월 트럼프는 시리아에서 철군한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철군할지는 지금까지도 불확실하다. 미국 브라운대학 왓슨국제공공문제연구소는 ‘테러와의 전쟁’ 현황을 조사해 올해 1월에 이렇게 결론 내렸다. “미국인들 대다수의 믿음과 달리, 테러와의 전쟁은 [트럼프 집권 2년 동안] 전혀 줄지 않았다.”

지금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좌파 정부를 집요하게 위협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자본가와 우파와 손잡고 정권 전복을 꾀하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우파 쿠데타를 노골적으로 지지했다.(다행히 쿠데타는 일단 실패했다.)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베네수엘라에서 우파와 자본가들이 승리한다면, 미국은 더 기고만장하게 세계 곳곳에 개입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을 압박하며 중동 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 정부 안에는 이란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자들이 많다. 그중 한 명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2015년 ‘이란의 [핵]폭탄을 막고 싶다면, 이란을 폭격하라’는 칼럼을 〈뉴욕 타임스〉에 썼다.

지금 트럼프는 이란을 향해 “공식 종말” 운운하며 전쟁 위협을 가하고, 함대를 이란 인근 바다에 추가 배치했다. 이 갈등에는 훗날 진짜 위험한 상황을 낳을 동역학이 작동하고 있기에, 한때의 에피소드로 치부할 수 없다.

돌파구?

그러나 트럼프의 방한을 두고 국내에서는 환영과 우려가 엇갈린다. 북·미/남·북 대화가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는 돌파구가 될 것이란 기대 때문에, 국내 진보 일각에서는 그의 방한을 환영한다. 반대로 트럼프 정부가 2월 북·미 정상회담을 망쳤고 그 전후로 대북 압박을 강화해 왔기 때문에 트럼프의 방한을 우려하는 사람도 적잖을 것이다. 최근 트럼프 정부는 북한 화물선을 압류하는 등 대북 제재의 고삐를 전혀 늦추지 않고 있다.

2017년 11월 7일에 열린 트럼프 방한 규탄 시위. 문재인 정부의 경찰이 시위대를 에워싸고 있다 ⓒ조승진

지금의 교착 상태를 낳은 주된 책임은 트럼프 정부한테 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선先 핵 포기’를 강요하며, 이전의 미국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협상장에서 북한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요구를 들이밀었다.

일각에는 트럼프는 북한과의 대화 의지가 여전히 있는 반면에 그의 측근인 볼턴과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즉, 볼턴과 폼페이오가 트럼프와 달리 너무 강경한 대북 정책을 고수해 협상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볼턴과 폼페이오를 임명하고 그들에게 권한을 부여한 자가 바로 트럼프다. 집권 후 지금까지 자신의 의견에 반항하는 장관들을 숱하게 쫓아낸 트럼프가 어째서 이 두 사람만은 계속 놔두는 것일까?

5월 18일 〈파이낸셜 타임스〉는 트럼프가 볼턴과 폼페이오를 “대외정책에 유용한 ‘주먹 형사’”로 본다고 했다. ‘주먹 형사(bad cop)’와 ‘담배 형사(good cop)’의 관계처럼, 트럼프와 볼턴·폼페이오 사이에서 대외정책에 근본적 차이가 없음을 함축하는 지적이다.

트럼프 같은 호전적 제국주의자가 한반도 평화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그는 미국 제국주의의 이익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면 또다시 방향을 바꿔서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를 쏟아 낼 수 있는 자다.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화려한 말들이 나올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거기서 문재인 정부가 교착 상태의 돌파구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한반도에서 다시 긴장이 쌓이고 있음을 가리기도 힘들 것이다. 그 긴장의 가장 큰 책임자인 트럼프의 방한을 우리가 결코 환영할 수 없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