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민주노총 집행부는 5월 24일 중앙위원회에 “교섭전략특위 설치 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를 둘러싸고 지난 5월 16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상당한 문제 제기와 우려가 있었다. 그럼에도 김명환 위원장이 직접 특위 위원장을 맡는 교섭전략특위 설치 안건을 결국 중앙위에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교섭전략특위는 노정, 노사정 및 대국회 교섭틀을 추진하고 그것을 지원하기 위한 기구다. 이런 특별 기구를 만들고 심지어 김명환 위원장이 직접 지휘한다는 것은 민주노총이 교섭 추진에 확고한 무게중심을 싣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참여가 가로막힌 경사노위를 우회해 “새로운 경로의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김명환 집행부는 이것이 “4월 4일 임시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른 후속조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형식적인 논거일 뿐이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사업계획 중에 그런 구절이 있느냐가 아니다. 그보다는 그 대회에서 결의된 사업 방향의 강조점이 무엇이냐이다.

지난 4월 임시대의원대회의 강조점이 ‘교섭’ 강화가 아니라 ‘투쟁’ 결의였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민주노총 지도부가 힘써야 하는 “후속조처”는 7월 총파업을 포함해 계획된 투쟁들이 실질적으로 성사되도록 하는 것이지, 교섭틀 추진에 힘을 싣는 특위 설치가 아니다.

부정확한 정세 인식 또는 희망 섞인 관측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악 의지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야말로 민주노총이 투쟁의 조직에 무게중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노동개악은 국회 마비로 일시 지연되고 있을 뿐이다. 결코 물 건너가지 않았다. 최근 정부·여당이 자유한국당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해서 그들이 진보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거나, 노동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실제로 김명환 집행부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문제를 놓고 정부·여당이 “정치적폐 청산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확보”하고 “자유한국당을 포위 압박하는 길을 채택”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로 민주노총의 대국회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중도개혁 세력을 사회대개혁 추진으로 견인할 수 있게 됐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우파를 포위 압박한다는 것은 단순한 인상에 불과하다. 늘 그랬듯이 문재인은 반우파 대중 정서의 덕을 보려고 “촛불 계승” 운운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파와 손잡고 친기업 노동개악을 추진해 왔다. 이 점에 관해서 그는 지금도 확고부동하다.

지난 5월 12일 고위 당정청 회의는 5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개악 처리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9일 특별대담에서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파기를 재확인했다. 같은 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요구를 또다시 외면했다. 이 장관은 김명환 위원장이 제안한 민주노총과 노정, 노사정 협의틀 구성도 거절했다.

그만 좌고우면하고 투쟁에 전념하기를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교섭전략특위를 설치하고 교섭틀 추진에 힘을 쏟는 것은 투쟁 준비를 분산·약화시키는 효과를 내고 시간만 낭비하게 만들 것이다. 노동개악 의지가 확고한 문재인 정부와 사용자 측을 노정, 노사정 대화에서 설득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하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각종 양보 압력이 작용하면서 노정, 노사정 대화의 결과는 처음 기대와는 달리 점점 일그러지게 마련이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귀결이 그 사례다. 광주형 일자리 추진에 앞장선 노사민정 대화 참여자들마저 “죽 쒀 개 준 꼴”이 됐다고 말할 정도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조건의 방어나 개선을 위해 의지할 수 있는 힘은 오직 노동자 대중 투쟁밖에 없다. 정부와의 대화 채널에 연연하거나 정부를 사회대개혁 추진의 견인 대상으로 여기며 정면 도전을 꺼리는 것은 스스로 파놓은 함정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 패스트트랙 국면으로 이완된 분위기를 다시금 노동개악 총파업 태세로 가다듬고 실질적 파업이 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효과적인 7월 총파업으로 제고시키는 투쟁 방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중앙위원회는 교섭전략특위 설치가 아니라, 7월 총파업을 포함한 투쟁 계획이 실질적이 되고 조합원들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도록 효과적인 토론과 논쟁이 이뤄져야 한다.

2019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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