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미국의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2001~2009년 재임)가 참석한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유시민은 부시 참석에 대해 “기쁜 마음”이라 밝혔다.

그러나 부시는 재임 기간 “사람 사는 세상”을 파괴하는 온갖 악행들을 저질렀다. 부시는 기업주·부자들에게는 좋은 친구였지만 노동자·서민들에게는 적이었다.

그는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 전쟁을 추진했다. 부시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고문과 학살을 자행해 전쟁광이라 불렸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과 팔레스타인 박해의 배후에도 부시 정부가 있었다. 한미FTA를 비롯한 각종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 세계에 강요하고, 낙태와 동성결혼을 반대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자는 교토협약을 파기한 환경 파괴의 주범이기도 했다.

노동자·민중이 이런 자를 “귀중한 손님”이라며 환영할 까닭은 전혀 없다.  

부시 정부 내내 전쟁과 지정학적 불안정은 커지고 빈곤과 양극화는 깊어졌다. 노무현은 이런 부시와 코드를 맞추며 일조했다. 이번 부시의 방문도 노무현이 미국 제국주의의 긴밀한 (하위) 파트너였음을 보여 준 것이다. 유시민을 비롯한 친노 세력들은 노무현(과 민주당)이 한미동맹을 해치지 않았음을 입증하려고 부시 방문을 활용하려 하는 듯하다.

미국 정부에 코드 맞추기

노무현은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면서 “수평적 한·미 관계 수립”를 주장해 진보 염원 대중의 환심을 샀다. 그러나 취임식 당일부터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에게 “우리 국민은 미국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한다”더니 몇 달 뒤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돕는 파병을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노무현은 지지자들을 대거 잃었다.

노무현은 임기 내내 친미 일변도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선임보좌관 마이클 그린은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 영국 다음 가는 대규모 이라크 파병에다 한미FTA 체결, 주한미군 용산 기지 이전 등 정책적으로 한미동맹에 크나큰 기여를 했다. 그 기여도는 전두환·노태우 못지않다. 어떤 의미에선 그들 이상이라 생각한다.”

부시도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를 사례로 들며 “그[노무현]가 보여 준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고 칭찬했다. 

노무현이 우파들과 차이가 있었다면 말로는 “국민 여론”을 신경쓰는 척했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번번이 말을 뒤집으며 파병 연장, 재파병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이라크에서 무고한 김선일 씨가 피랍돼 살해됐는데도 학살동맹을 중단하지 않았다.

노무현은 미국의 전략에 협조해서 한반도 평화를 얻어내겠다면서 이런 친제국주의적 정책들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부시의 이라크 침공은 미국의 압도적 군사 우위를 이용해 중동 패권을 강화하고 이를 발판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경쟁자들을 견제하려는 세계 전략의 일환이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부시는 이라크 침공 후에는 다음 타깃이 북한이 될 수 있다고 암시했다. 만약 미국이 중동에서 승리했다면 이를 발판으로 한반도를 심각한 불안정으로 끌고 갈 수 있었을 것이다. 

노무현과 부시는 10번이나 만났고 이라크 파병, 힌미 FTA 등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공격하는 일들을 함께 추진했다. ⓒ출처 국가기록원

노무현 정부는 중국 등을 의식해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세웠지만 결코 한미동맹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나중에는 이 말이 의도치 않게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자 “동북아 최후 균형자는 미국”(천영우 당시 외교통상부 외교정책홍보실장)이라며 해명했다. 

“친미적 자주”라는 앞뒤 안 맞는 말을 하면서 평택 미군기지 이전 확장,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을 추진했다. 한미동맹 강화로 나아간 것이다. 여기에 항의한 사람들에게는 무자비한 물리력 행사도 서슴지 않았다.    

노무현은 한미FTA 반대 시위를 원천봉쇄 하면서 협약 체결을 강행했다. 한미FTA는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는 명분으로도 사용됐다. 2005년 6월 30일 이후 건설된 철도노선은 민간이 운영할 수 있게 됐고, 박근혜 정부는 ‘한미FTA 때문에 [민영화를 막는] 입법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5년의 경험은 민주당 세력에 기대어 한반도 평화 정착과 개혁을 성취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더군다나 미·중 갈등이 점증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가 다시 불안정해지는 지금, 미국 패권 전략에 협조하는 문재인 정부를 통한 평화 정착은 난망하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 때의 경험을 돌아보며 아래로부터의 투쟁이야말로 전쟁과 시장화, 빈곤 등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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