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르노삼성차노동조합 지도부가 내놓은 2018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투표율 96.5퍼센트, 반대 51.8퍼센트로 부결됐다. 이는 지도부가 내놓은 합의안에 조합원들의 불만이 상당했음을 보여 준다. 

르노삼성 노동자들은 사측이 물량으로 압박을 하고,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이 파업 때문에 기업이 망한다며 협박하는 상황에서도 긴 시간 동안 싸워 왔다. 수년간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 업계 최고 수준의 노동강도, 강제 전환배치·외주화를 강요해 온 것에 대한 정당한 분노의 결과였다.

이에 비해 합의안은 노동자들의 처지 개선 요구를 담아내지 못했다. 타결 직후 지급되는 일시금은 이전보다 조금 올랐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은 결국 동결됐다. 노동자들은 수천억 원의 배당 잔치를 하면서도 노동자들에게는 이토록 인색한 사측에 분노하고 있다. 또 외주화와 전환배치, 인력 확충, 노동강도 문제에서도 성과가 불충분하다.

이번 부결은 이대로 합의해서는 안 되고, 더 투쟁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합의안이 나오기 전 수개월 동안 지도부가 부분파업을 제한적으로 벌이며 파업 참가율이 떨어져 온 상황에서도, 여전히 적지 않은 조합원들이 투쟁을 끝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투쟁을 멈추면 사측이 합의 이후에 적은 물량을 빌미로 외주화 등의 공격을 시도할 때 어떻게 맞서겠느냐는 합리적인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5월 10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대의원 절반가량이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합의안이 나오기 직전이었던 5월 12일에 르노삼성차노동조합 위원장은 타결이 되지 않으면 무기한 전면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기대를 거는 조합원들과 대의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도부가 기대를 저버리는 합의를 하며 현장 조합원들과 활동가들 사이에서 아쉬움이 컸다.

물러서지 않는 사측에 맞서 양보를 이끌어 내려면 더 강력히 투쟁해야 했다. 르노삼성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62차례 241시간의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이는 르노삼성에서 최장기간 투쟁기록은 깬 것이었지만, 사측에 타격을 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현재 물량이 줄면서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부분파업으로는 사측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지도부가 신차 도입을 위한 공정에 협조하는 결정을 내렸던 것도 파업 효과를 삭감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전면파업으로 투쟁의 수위를 올리며 사회적인 연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노동조합 지도부는 5월 27일부터 천막 농성을 진행하며 향후 투쟁 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투쟁을 바라는 조합원과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