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최저임금 개악 피해사례 고발 기자회견 올해부터 시행된 최저임금 삭감법으로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제공 <노동과세계>

“월급명세서에서 식대, 수당 등 모든 항목이 없어졌어요.”(콜센터 노동자)

“근로계약서에는 식대가 있었는데 근로자 동의 없이 식대를 없애고, 기본급에 합쳤습니다. 그로 인해 내야 하는 세금은 늘고 급여는 줄었습니다.”(간호조무사)

“최저임금 인상 후 갑자기 노동시간이 줄어서 실제 수령액이 적어졌어요.”(식당 노동자)

“주당 15시간 이내로 근무시간을 쪼개서 주휴수당을 없앴습니다.”(까페 알바노동자)

“기본급은 인상됐지만 휴게시간이 늘어나서 월급은 그대로입니다.”(아파트 경비노동자)

“최저임금 준다고 했는데, 시급이 8000원이었어요. 100원 단위는 뺀대요.”(치킨집 알바노동자)

5월 21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최저임금 개악 피해 사례들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최저임금 삭감법으로 피해를 입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주 축협에서는 2019년 1월 중식비·업무활동보조비·복지연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업무 방침을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곧바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의견은 듣지 않았다.

“전체 노동자 380명 중 대략 300명이 적게는 연간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에 이르는 임금이 미지급 돼, 연간 총 6억~7억 원의 임금이 미지급 될 것으로 예상된다.”(권대진 전국협동노동조합 제주축협지부 축산물공판장 생산팀분회장) 

35만 명에 이르는 대형마트 협력업체 노동자들도 사측의 책략으로 임금이 오르지 않고 노동조건은 더 후퇴하고 있다. 이 협력업체들은 2018년에는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거나 식대, 교통비, 인센티브를 없애더니 2019년에는 근무일수와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다. 

노동시간이 줄어 근무인력은 줄었는데 업무량은 그대로라서 노동강도는 더 강화된다. 그래서 연장근로가 불가피하지만 사측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연장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이렇게 하루 6시간 일하는 대부분의 마트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기본으로 월 135만 원을 받는다. 각종 수당, 인센티브, 심지어는 명절 떡값도 사라졌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4시에 일을 마치면 다른 일을 하는 ‘투잡’을 뛴다.”(유근영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조직국장) 

공공부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16만 명도 피해를 입고 있다. 

“최저임금에 복리후생비가 포함돼 지난해보다 임금이 6만 7840원 정도가 줄었다. 서울의 경우는 교육청이 그동안 공제하지 않던 식대 월 5만 원을 공제해서 월급이 12만 원 가까이 줄었다. 최저임금이 올랐는데도 [왜] 임금이 오히려 감소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런 법을 정부에 맡겨 두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힘으로 바꾸기 위해 7월에 총파업을 진행할 것이다.”(조영란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 부지부장/조리실무사)

최저임금이 OECD 최고 수준?

국회에서 최저임금 추가 개악이 지연되자, 고용노동부는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은 현행법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5월 중에 새로운 공익위원이 위촉될 계획이다. 

이에 맞춰 보수언론들은 연일 최저임금 인상폭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생산성 상승률(2017년 2.6퍼센트, 2018년 2.4퍼센트)보다 낮아야 한다”(IMF 인용)거나 “한국 최저임금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최저임금이 최고 수준이라는 한국경제연구원의 발표가 ‘혹세무민’이라고 지적한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비율을 비교하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중간 수준이다. 

지난 4월 통계청 발표를 보면, 한국의 불평등 수준은 OECD 36개 회원국 중 30위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해 저임금, 저소득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국회에서 최저임금 개악을 추진할 뿐 아니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을 억제하려는 기업주들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문재인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공약(최저임금 1만 원)에 얽매여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금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영선, 민주당 의원 송영길 등이 최저임금 동결을 거듭 언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언론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3~4퍼센트가 적당하다고 본다”는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보도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곧바로 부인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최근 기류를 볼 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5월 21일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에서 고용이 감소했다’는 ‘현장 실태 파악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인상 억제를 위한 군불 때기로 보인다.  

최저임금 제도를 더한층 개악하기 위한 국회 논의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5월 12일 고위 당정청 회의는 5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개악 처리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노동개악 시도를 막아 내고 최저임금 인상을 강제하려면, 민주노총은 교섭틀 추진이 아니라 실질적 투쟁을 조직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