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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퍼레이드 비난하며 우파 결집 시도하는 황교안과 자한당

5월 1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세종시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동성애를 비난하고 퀴어문화축제(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을 비난했다.

그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축제들이 십수 년째 지금 계속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가족의 아름다운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개인적, 정치적으로 동성애에 반대한다”고도 했다.

황교안은 과거부터 일관되게 동성애 반대를 공공연히 밝혀 왔다. 2017년 한 강연에서는 퀴어문화축제와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을 비난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축제”라는 황교안의 말과 달리 퀴어퍼레이드 규모는 매해 커져 왔다. 2000년 대학로에서 50명으로 시작한 퀴어퍼레이드는 지난해 5만 명이 참여하는 대중적 행사로 크게 성장했다. 그래서 이 행사는 일상에서 숨죽이고 살아야 하는 많은 성소수자들이 하루라도 숨통을 트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행사가 됐다. (이것이 우리가 이 행사를 이런저런 구설수가 있어도 무조건 지지하고 환영하는 이유이다.)

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을 가득메운 5만여 명이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퀴어문화축제를 즐기고 있다. ⓒ이미진

사실 이런 행사와 지속적인 운동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우호적 인식은 확산돼 왔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18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동성애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배제 여론은 2013년 62.1퍼센트에서, 2018년 49퍼센트로 10퍼센트 이상 낮아졌다.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기도 하다. 포용 추세는 20~30대에서 훨씬 빠르다.

공교롭게도 황교안이 퀴어문화축제를 비난한 날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이었다. 이날 성소수자들은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집회를 하고 도심 행진을 벌였다. 이 행진은 받아들이기 어렵기는커녕 적지 않은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그러므로 황교안의 이런 행보는 전형적인 집토끼 관리 포석이다.

보수적 “가족 가치”를 앞세워 우파층의 불안감을 자극해 보려는 것이다. 특히 기독교 우익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황교안은 최근 부처님 오신 날 행사에 가서 합장을 거부할 정도로 독실한 보수 기독교 장로임을 자처한다. 기독교 우익은 지난 몇 해 동안 비리, 사기, 신도 성추문 등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는 용도로 동성애 문제를 이용해 왔다.

물론 우파의 박원순 서울시장 비난에 합세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파들은 축제가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열리도록 허가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난해 왔다. 여기에 힘을 실어 차기 대선 경쟁자를 견제하는 효과도 얻어 보고 싶은 듯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사회적 추세와 구체적인 맥락 때문에 사실 우파들의 동성애 혐오 발언이나 행태는 사회적으로 실질적인 파장을 일으키진 못한다.

가령,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고 황교안이 떠드니 곧바로 자한당 대변인(민경욱)이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퀴어당’으로 커밍아웃하라”는 논평을 냈다. 민주당 당원들이 퀴어퍼레이드 축제에 참가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러나 조중동조차 민경욱 발언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도리어 미 대사관이 성소수자 지지를 상징하는 대형 무지개 깃발을 내걸었다. 박근혜에게 발탁될 때부터 CIA에 고용된 첩자 의혹을 받아 온 민경욱이 난처하게 말이다.

물론 미 대사관의 퀴어 축제 지지는 중동 등에서 제국주의 간섭과 군사 개입 만행을 저질러 온 미국이 이미지를 ‘세탁’하려고 벌이는 “핑크 워싱” 캠페인의 일환이다. 그런데 성소수자 일부에게는 이번 경우처럼 한국에선 강성 친미 우파들의 비난과 반대를 희석해 주는 방벽처럼 여겨지곤 한다. (이해할 만한 점도 있지만 더 많은 피억압 민중과 연대하려면 제국주의 국가와 한 편인 듯한 인상을 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편 우파 같은 노골적 혐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성소수자들 상당수가 지지했을 법한 현 정부조차 성소수자들을 위해 한 일이 거의 없다.

문재인 자신은 대선 때부터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분명하게 냉담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중기부 장관 박영선은 보수 기독교 단체 행사에 가서 동성애 반대를 선언했었다. 당 전반으로 보면, 가령 민주당 지방의원들이 성소수자를 대상에 포함한 차별 금지 조례 같은 걸 제정하려다가도 우파가 시끄럽게 반대하면 바로 꼬리를 내리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이런 행태들이야말로 우파의 목소리와 영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라도 우파 비난이 차별에 맞서는 운동에 별 영향을 못 미친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게 중요하다. 그 중 하나가 성소수자들 수만 명이 퀴어 축제와 행진에 참가해 자긍심을 뽐내며 행진하는 일일 것이다. 연대하는 친구들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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