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평이 넘는 공장 안을 기세 좋게 행진하던 노동자들 ⓒ한화토탈노동조합 제공

최근 유증기 대량 유출 사고로 논란이 된 석유화학기업 한화토탈에서 파업 중인 노조와 사측 간에 잠정합의안이 나와 5월 27일 찬반투표를 할 계획이다.

노동자들은 기본급 인상과 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한 달째 파업을 이어왔다.

핵심적인 합의 내용은 기본급 2.7퍼센트 인상과 일시 격려금 300만 원 지급이다.

사측은 가장 최근에 제시했던 안인 2.4퍼센트에서 고작 0.3퍼센트포인트 인상하는 수준에서 더 물러서지 않았다. 반면, 노조는 꿈쩍도 않는 사측 때문에 애초 10퍼센트 인상 요구에서 거듭 양보해 4.3퍼센트 인상안을 마지막 안으로 냈었으나, 최종 타결에서는 3퍼센트 아래로 합의하고 말았다.

온갖 비난과 사측의 탄압을 뚫고 한 달이나 파업을 벌인 노동자들이 썩 만족하긴 어려울 것 같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2.7퍼센트 인상)는 몇 년 전에 파업 없이도 얻어냈던 수준”, “너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경제 위기 고통 전가

사측은 최근 5년간 수익을 5조 원이나 거둬들이고 수천억 원의 공장 증설 투자 계획을 매년 내놨다.

그런데도 사측은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해 “경기가 안 좋다”는 이유로 올해 성과급이 거의 0원이 될 수 있다고 위협한다.

한화토탈 노동자들은 변동급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측의 위협대로 되면 지난 2~3년 동안보다 임금이 30~35퍼센트 줄어들 수 있다.

이것이 사측이 파업으로 하루 최소 30억 원씩 손실을 입으면서도 1년 총액 65억 원 수준인 임금 인상을 거부한 것의 믿는 구석이다.

그래서 기본급 인상 요구를 무력화시키려고 변동급인 성과급의 대폭 삭감 협박을 하는 것이다. 한화토탈 사측은 장차 미래의 위기를 대비해 노조 자체를 약화시키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기본급 비중을 늘려 임금의 변동폭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노조로 단결해 싸우는 게 필요하고 올해 파업이 성과를 거두는 게 중요한 이유다.

올해 파업의 이런 성격 때문에 “이번에 투쟁을 이렇게 끝내면 안 된다. 사기가 떨어져서 다시 싸움에 나서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한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파업 한 달째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서 힘들다는 분위기는 크지 않다. 3개월이 되든, 6개월이 되든 더 싸우자.”

최근 사측의 물량 배제 협박을 받아 온 르노자동차 노동자들은 부족한 잠정합의안을 거부했다. 그래서 투쟁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한 달간의 파업 투쟁이 아깝지 않도록 한화토탈 조합원들도 5월 27일 찬반 투표에서 부족한 잠정안을 거부하고 투지를 재확인하는 것이 계속될 사측의 공세에 맞서는 데에서도 유리할 듯싶다. 

유증기 유출 사고 이후 국면은 불리하지 않다

5월 17~18일 일어난 유증기 대량 유출 사고로 한화토탈 사측의 돈벌이 탐욕이 서산시를 넘어 전국적으로 비판의 초점이 되고 있다.

“국민 안전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겠다”던 문재인 정부 아래서도 산업재해와 이윤에 눈먼 인재형 사고가 반복되면서 대중의 불만도 높다.

지난 유증기 유출 사고에서도 사측 책임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사측에 비판적인 언론 보도가 조금 는 이유다. 정부가 공분에 떠밀려 약속한 특별근로감독이 시행되면 그간 숨겨져 왔던 위법 사실들이 좀 더 드러날 수도 있다.

5월 15일 서산시청 앞에서 열린 충남 노동자 연대 집회에는 1000여 명 이상의 대오가 집결했다. 서산시에서 활동하는 환경단체 등 시민들은 한화토탈 사측의 위험천만한 공장 가동 시도에 반대해 파업 중인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보냈다.

한화토탈 공장에 투입된 플랜트건설 노동자들도 한때 작업 거부를 하며 파업에 도움을 줬다.

이처럼 지금은 한화토탈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국면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국면을 이용해 민주노총이 쟁점화하면서 실질적인 연대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한화토탈노조가 사측의 대체인력을 막아서 노동자와 주민의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사측의 파업 무력화 시도를 저지할 필요도 있다.

그러면 사측에 비판적인 여론을 모아낼 초점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다른 노동자들과 주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싸우면 이윤에 눈먼 사측에 맞선 파업이 이길 확률도 커질 것이다. 이런 실천이 지금 필요한 ‘정치’일 것이다. 

반면, 집권당 소속인 민주당 지역 정치인들은 안전 문제에서조차 도움이 되지 않았다. 노동자들과 지역 시민단체들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책임 방기 수준으로 일관해 왔다.

가령, 고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도 한화토탈 공장과 같은 충청남도에 있다. 충남도지사인 민주당 양승조는 당시 김용균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한화토탈 사측의 위험천만한 공장 가동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서산시장 맹정호는 사고 이후 사측과 노동자 둘 다에게 한 발 양보를 촉구했다. 노조가 숱하게 사고 위험을 경고해 왔는데도 무시한 서산시가 이런 물타기를 하는 것은 본인들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안전을 위한 자기 책임은 이행하지 않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중재한답시고 엉뚱하게 노조에 양보 압박을 하는 것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