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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치수를 석방하라

모든 정치수를 석방하라

  조승희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7월 30일 "올 광복절에 특별사면, 복권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확정된 방침"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지난해까지 [사면을] 너무 많이 한 데다, 사법적 정의 차원에서도 이번 8·15 광복절을 맞아 특별사면·복권을 해야 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

 "너무 많은 정치수 사면"은 단순히 사실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는 준법서약서를 쓰지 않으면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다거나 각종 공민권을 제약받는 가석방 또는 언제든지 다시 잡아 가둘 수 있는 형집행정지로 온갖 생색을 냈다. 형 만기를 거의 다 채운 일부만을 석방해 심지어 출소일을 딱 이틀 남겨놓고 풀려난 사람도 있다.

 반면, 학살자 노태우·전두환이나 김현철 같은 비리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김대중은 종신형을 살게 해도 시원찮을 그런 자들에게만 "용서와 화해"를 베풀었다.

 김대중 정권 하에서 부패 정치인들의 사면은 신속했다. 심지어 퇴출 대상 은행한테서 대가성 뇌물을 받고 구속된 임창렬은 상고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기까지 했다. 뻔뻔스럽게 "옥중 결재" 운운했던 그는 여전히 경기 지사 자리에 앉아 있을 뿐 아니라 버젓이 TV 광고에까지 출현하고 있다.

 그뿐인가. PCS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엄청난 뇌물을 챙긴 이석채는 감옥에 가지 않으려 2년 동안이나 미국에서 도피 생활을 했다. 4월에 구속 기소된 그는 지난 달 버젓이 보석으로 풀려났다.

 김대중 정부는 5월 그에게 노모 임종을 지킬 수 있도록 보름 동안의 구속 집행 정지 기간을 주는 배려도 서슴지 않았다. 반면, 얼마 전 암으로 병상에 누워 계신 아버지를 잠시라도 보기 위한 전 영남대 총학생회장과 그 가족들의 간곡한 외출 요청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광복절 사면이 없을 거라는 보도가 나오자 민가협 어머니들은 법무부 앞과 탑골 공원에서 모형 감옥 문을 만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땡볕에서 모형 감옥 문 뒤에 서서 보랏빛 수건을 쓰고 수의를 입고 계신 어머니들의 모습은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민가협 서경순 어머니는 이렇게 절규했다.

 "지금까지 광복절 사면이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사면을 안 한다니 .... 국가보안법을 없애고 양심수를 석방하겠다던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돼 이제 우리 민가협 엄마들은 아랫목에서 편한 밥 먹고 손주 재롱이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1년, 2년이 지나고 4년째가 되었는데도 이렇게 많은 양심수를 풀어 주지 않고 가둬 놓다니 ...."

 민가협 어머님들의 애끓는 목소리에 모르쇠 하는 김대중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특별히 교활하고 위선적이다.

 김대중은 2년 전 필라델피아 자유 메달을 수상하며 "21세기의 중심적 가치는 자유와 인권이 되어야 한다"면서 자신이 인권의 수호신이라도 되는 양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김대중은 올해에만 정치수 2백84명을 양산했고 지금도 폭염의 감옥 안에는 1백79명(7월 30일 현재, 민가협 통계)이 갇혀 있다.

 민가협이 작성한 정치수 명단을 보면 김대중이 올해 어떻게 노동자·민중 운동을 탄압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먼저, 노동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1백12명이나 된다. 김대중은 상반기에 파업 노동자들을 무지막지하게 잡아들였다. 효성 파업과 관련해 구속돼 있는 노동자들은 28명이나 된다. 대우차·대우캐리어·대한항공·레미콘·동아공업·한국통신·한국통신계약직 등 상반기에 파업을 벌인 노동자들은 예외 없이 탄압을 받아 구속됐다.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돼 있는 사람은 47명이다. 김대중 정부는 민주노총의 2차 총력투쟁을 며칠 앞두고 서울민주노동자회원 8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대부분 노동조합 활동가들인데, 김대중 정부는 국가보안법으로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마녀사냥해, 2차 파업을 준비하던 노동자들을 위축시키려 했던 것이다.

 또, 한총련 불탈퇴 대의원이 이미 14명이나 갇혀 있는데도 검찰은 서울지역 대의원 10명에 대해 추가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이 발표가 있은 지 바로 이틀 후인 지난 8월 8일 그 중 4명이 체포됐다. 그리고 아직도 1백48명의 학생들과 45명의 노동자들이 창살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수배 생활을 하고 있다. 이렇듯 김대중은 철두철미 반민주·반노동자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북 화해를 위해 김대중과 제휴하는 것(민중전선)은 노동자 계급을 배신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김대중의 위선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정치수 석방을 위해 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