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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학생총회 성사:
총회 결과대로, 비인기 학과 폐지 계획 자체를 철회시켜야 한다

5월 22일 성공회대에서 전체 학생 총회가 소집됐다. 전교생 2000여 명 중 5분의 1을 훌쩍 넘긴 458명이 참가한 총회는 다음과 같은 요구안을 확정했다. ① 비인기 전공 축소 및 폐지 계획 전면 철회, ② 교육의 질과 다양성 보장(강의 수 확충, 강사법 시행에 대비한 인위적 구조조정 반대, 절대평가 확대 등), ③ 학생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정례적 회의, ④ 복사실·문구점이 상생할 수 있는 대책 마련. 총회가 성사되자 학생들은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성공회대 부총학생회장은 학내에 벌어지는 여러 문제를 폭로하고 학생 요구안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학부제 도입 전과 비교했을 때 60여 개의 수업이 감소했습니다. 중복되는 수업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더 낮아집니다. 다양한 형태의 수업과 전공이 보장되는 선에서 수업 수를 늘려야 합니다. 그리고 교수 충원으로 전임교원들의 강의 부담을 낮춰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5월 22일 성공회대 전체 학생 총회에서 학생들은 압도적 찬성으로 비인기 학과 폐지 계획 철회 등을 학생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김지혜

학생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다

성공회대 전체 학생 총회는 5년 만에 성사됐다. 성공회대 당국은 2013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된 후, 온갖 구조조정을 벌였다. 절대평가 폐지, 재수강 기준 강화, 강의 수 축소, 대형 강의 확대 등을 추진했다. 총회 참가자가 정족수를 훌쩍 넘긴 것은 그간 누적된 불만이 컸음을 보여 준다.

진보 대학을 자임하는 성공회대 당국은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뻔뻔히도 얘기한다. “트렌드, 전체적인 수요, 산업체의 요구”에 맞게 전공을 운영할 것이며, “투자 대비 효율”을 따져야 한다고 했다. 올해 4월에는 전공 신청 설명회에서 ‘수요 중심 전공 축소·폐지 계획’을 발표하고, 글로컬IT 전공 폐지를 결정했다.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학생 222명이 쓴 대자보가 학교 곳곳에 부착되고, 학생 50여 명이 교무처를 항의 방문했다. 기숙사 개관식을 겨냥해 열린 학생 집회에는 150여 명이 모였다. 총회 발의를 위한 서명에는 477명이 동참했다. 총학생회는 5월 7일 총회 선포식을 열고, 보름 동안 천막 농성을 했다(총회 전날 농성을 접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학생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성공회대 당국은 일보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폐지하겠다던 글로컬IT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학생 수요가 적은 전공은 ‘부전공’으로 삼을 수 있게 할 것이며, 학부제 전환 이전 학과 학생들은 (강제 학부 편입이 아니라) 학과로 졸업하는 것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학생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가장 중요한 비인기 전공 축소·폐지 계획이 철회되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 당국의 조처는 총회를 막지 못했다.

총회에 참석한 영어학과 학생은 “우리는 당연한 것 생색이나 듣자고 모인 게 아니”라며 학교 당국을 규탄했다. “평균 임금 겨우 백 몇 십만 원인 시간강사 4대보험 퇴직금 주기 싫다고 해고했습니다. 수업이 수십 개가 줄고 전공도 보장받을 수 없게 해놓고, 학생들을 위해서랍니다. 기업 입맛, 수요에 따라 전공을 폐지하고 신설하는 게 학생들을 위해서라고 얘기하는 학교 당국, 너무 뻔뻔하지 않습니까?”

학생 요구안은 큰 이견 없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전교생의 5분의 1 이상이 모여, 그동안 쌓인 불만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 줬다 ⓒ김지혜

총회 이후에도 투쟁 계획이 필요하다

총회에서는 현장 발의 안건도 나왔다. 전체학생총회 이후의 투쟁 계획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사회융합자율학부 학생이 “성공회대 이사회, 재단, 교무위원회를 비롯한 학과 통폐합에 대한 결정권과 책임이 있는 곳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이나 본관 점거 농성과 같은 투쟁을 진행한다”는 안건을 발의했다.

미디어컨텐츠융합학부 학생은 동의 발언을 했다. “천막 농성 같은 걸 진행하면, 우리가 제시되는 안을 우리가 계속 감시하고 있다, 끝까지 바라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것 같아서 동의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모인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에 우리의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장 발의 안건은 정족수 부족으로 의결에 부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총회 이후의 상황을 보면, 총회에서 결정된 학생 요구안을 성취하려면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총학생회는 총회에서 결정된 요구안을 학교 당국에 전달하며 5월 27일까지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학교 측은 답이 없었다. 결국 학생들이 항의 방문을 가야 했다.

학생들 앞에 나온 부총장은 총장이 해외 출장 중이라면서, 학생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고, 총장이 돌아오면 학생 대표자들과의 면담을 열겠다고 했다. 학생들은 면담 전에 대화에 필요한 학교 입장을 미리 제공할 것을 학생들이 강력히 요구했고, 부총장은 5월 30일에는 총장 입장문을 받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부총장의 말은 말일 뿐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 진행된 전공 선택 결과가 나왔는데, 글로컬IT 전공은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 학생들은 폐지될지도 모를 전공을 피한 듯하다. 그리고 신청자가 학교 측이 전공 유지 기준으로 세운 20명 이하인 정치학 전공은 당장에 부전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학교 당국은 기업 입맛에 맞춘 전공 구조조정의 방향을 폐지하지 않았다.

전체 학생 총회는 학생들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이다. 이런 자리에서 결정된 요구안을 그만큼 무겁게 여기면서 그것을 성취하도록 할 만만찮은 투쟁이 필요하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