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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그재그 행보는 진보 지지층 실망 살 것

오랫동안 민주당 주류의 중상비방에 시달려 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5월 16일 1심 무죄 판결로 일단 정치적 명예회복을 했다. 이 지사에 대한 기소 자체가 당내 진보파를 단속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검찰의 완패로 이 지사가 대중의 진보 염원에 부응하길 바라는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이 지사의 최근 행보는 이런 기대에서 어긋나고 있는 듯하다. 선고를 앞두고 서민층의 경제적 부담을 늘릴 버스요금 인상에 합의한 데 이어,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해 “방침을 정했다고 해서 무조건 하지 말라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과하면 안 해도 된다”며 “과한 요구를 한다든지 우리가 하고자 하는 선의의 정책들을 폄훼, 왜곡한다든지 하면 과감하게 포기해도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콜센터를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늬만 정규직이 아니라 진정한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경기도에 요구하며 투쟁에 나선 것을 다분히 겨냥한 발언이다.

5월 21일 경기도의회 앞에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경기콜센터 노동자들 ⓒ강철구

그런데 이재명 지사는 이 발언을 하기 불과 이틀 전에는 경기도-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노정 교섭 협력을 선언하면서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올해 노동절에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공감하면서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국제 행사인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를 열어 부자 증세 서민 복지를 강조했다. 경기도에 일정 기간 거주한 만24세 청년에게 연간 100만 원을 지급하는 청년배당 정책에 대해서는 더 많은 대상으로 하기엔 액수가 너무 많다며 “청년들에게 해주는 게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이런 일련의 언행들은 일종의 지그재그 행보이다. 서민층의 진보 염원에도 부합하려 하지만, 민주당 주류의 눈치도 보는 듯하다. 그래서 친서민 개혁을 하면서도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러나 이 지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날을 세우는 것은 부당하다. 문재인 정부에게 배신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과한 게 아니라 정당하고 존중받아야 할 요구다.

예컨대, 경기도 콜센터의 경우 정부의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 방침이 나오기도 전에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밝혀 큰 관심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민간위탁 정규직화 전환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노동자들이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 대체 뭐가 문제인가?

1심 무죄 판결의 배경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친서민 개혁과 반우파 행보로 지지를 얻었다. 정권 퇴진 운동 초기부터 화끈하게 운동에 지지를 표하고, 노동 친화적 입장을 취하면서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었다. 그런 배경에서 지난해 경기도지사에도 압도적으로 당선했다.

이처럼 이재명 지사가 서민층에 기반을 두고 진보 개혁을 표방해 온 점이 민주당 주류를 포함한 지배자들이 이재명 지사를 탐탁지 않게 여겨 온 이유였다.

친문 세력은 문재인 정부가 진보연하는 것조차 일관되게 할 수 없음을 알기에 문재인 취임 초기부터 당내 진보파와 진보 정당, 민주노총과 좌파들을 공격해 왔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비방도 그 중 하나였다.미리 섟을 죽여 놓으려 한 것이다.

훗날 지지층들이 이탈할 때 문재인보다 왼쪽에서 구심이 생기면 정권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음을 우려했을 것이다. 여기에 정부를 둘러싼 경제적·지정학적 환경이 심상치 않아진 것이 친문 공세의 동기를 강화했다. 한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가, 미·중 갈등의 격화, 북·미 관계 변화 등이 문재인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친기업적 노동 개악과 시장주의 정책을 강화했고 한미동맹에 충실하게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의 개혁 약속 배신과 당내 개혁파 숙청 시도는 찌그러졌던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으며 슬금슬금 세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됐다.

이재명 지사는 부당한 공세가 마침내 검찰의 기소로 재판까지 이어지자 ‘당의 단합을 위해 백의종군을 하겠다’면서 한 발 물러서서 몸을 낮추는 방향을 택했다.

그러나 민주당 주류와 우파의 합작 공격이 1심에서 좌절된 것은 단지 이 지사가 몸을 낮췄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부자 증세에 기초한 공공서비스 강화와 청년 기본소득 도입 등 그의 진보 정책에 대한 광범한 서민 대중의 지지가 영향을 미쳤다.

그러므로 이재명 지사는 우파만 좋아 할 지그재그 행보 말고, 진보 지지층의 기대에 일관되게 부응하려 애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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