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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특조위, 정부 약속 위반과 발전사 방해로 활동 중단 선언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잠정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정부는 김용균 시민대책위의 요구를 수용해 국무총리 훈령으로 특조위를 설치했고 그 결과를 100퍼센트 수용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특조위가 본격적인 조사 작업을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일부 발전사와 주요 협력사가 “조사활동에 불법적 개입”하고 “방해”한 사실이 문서와 현장 노동자 진술 등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조위는 설문조사, 면접 조사, 현장 조사 활동 전반에서 조직적인 방해 행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남부발전에서는 설문조사 “모범 답안”이 노동자들에게 배포됐다. 12개 발전소에서 수거된 설문지들은 기재된 협력업체가 뒤섞이고 봉투가 뜯겨 있는 등 사후 검열이 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협력사들은 면접 조사 대상자를 사전에 선정하거나 면접 시 대응 답변을 문서로 만들어 광범하게 배포했다. 면접 조사가 실시된 태안, 보령, 영흥, 당진 발전소 모두에서 문서가 유포된 것이 확인됐다. 협력사들은 면접 조사를 받은 노동자들더러 그 답변을 보고서로 작성하게끔 강요하기도 했다.

발전사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범답안지 ⓒ출처 고 김용균 특조위

현장 조사 때도 실태를 은폐하기 위한 공작이 벌어졌다. 특조위원들이 현장에 방문하기 전에 현장을 물청소해 버리거나 컨베이어 벨트를 멈춰 놓는 등 평상시와 다른 환경을 만들어 작업 과정에서의 위험 요소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특조위 조사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과 불신도 커졌다. 설문과 면접 시 정해진 답변을 하도록 요구받고 감시까지 당한다는 불안감이 상당하고, 사전 현장 ‘셋팅’에 동원돼 불필요한 업무가 늘어 고생만 한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심지어 특조위 조사가 진행 중인 기간에, 일부 협력사에서 안전 사고의 책임을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더 많이 떠넘기는 규정이 도입되는 일마저 벌어졌다.

결국 특조위는 활동 중단을 선언하며 정부에게 발전사의 부당한 개입과 방해 행위에 대한 진상 파악과 관련자 징계,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발전사의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드러난 사례들만 봐도 발전사들과 협력사들이 특조위 조사를 체계적으로 방해하고 조작하려 했음이 분명하다. 정부가 관련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책을 내놓으라는 요구는 정당하다.

발전소 특조위 현장 조사 전에 청소를 하고 있는 현장 ⓒ출처 고 김용균 특조위

정부가 책임져라

이번 특조위 조사 활동 중단 사태는 김용균 사망 항의 운동 이후 정부가 약속한 사항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조사 활동뿐 아니라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과 경상정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의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았다. 김용균 시민대책위 활동가 4인은 우파적인 기업노조 위원장으로부터 고소고발까지 당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정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이해 당사자들’이 알아서 협의해 추진하라며 책임을 떠넘길 뿐 2년이 지나도록 강제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민간위탁 유지 방안은 ‘경상정비 분야는 민간위탁’이라며 정규직화를 회피해 온 발전사들의 입지를 강화해 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김용균 사망 항의 운동에 대한 응답이랍시고 내놓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대통령령인 시행령·시행규칙(하위법령)에 희망을 걸었지만 개선은커녕 한층 더 후퇴해서 위험의 외주화를 제한하는 효과조차 없다시피한 누더기가 됐다.

이와 같은 정부의 후퇴와 무책임한 태도는 김용균 항의 운동의 성과를 무력화하기 위해 나선 발전사들에게 자신감을 줬을 것이다.

고 김용균의 억울한 죽음 이후 6개월이 돼가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금 벌어지는 발전사들의 특조위 무력화 시도와 정부의 후퇴에 맞서 항의해야 한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공공운수노조가 이 항의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