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한 지 한 달이 다 됐다. 

보건의료노조 허경순 부산대병원 비정규지부장과 손상량 시설분회장의 안내를 받아 부산대병원 비정규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살펴봤다. 

방문객과 환자들로 붐비는 부산대 병원 1층 안내 데스크와 홍보 배너들 뒤로 아무 이름도 없는 문이 있다. 문을 여니 처음 보이는 것은 운행하지 않는 엘리베이터였다.

문과 엘리베이터 사이 한 평도 안 되는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실 ⓒ정성휘

문과 엘리베이터 사이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이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실이다. 조합원들은 고장 난 전기장판이나 요가패드 따위를 깔고 밥을 먹는다. 소방서에서 전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한 뒤로는 불도 켤 수 없다. 밥을 먹으려면 문을 조금 열어둬야 한다. 사람들이 흘끗거리는 것은 물론이고 응급실에서의 소란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옷도 이곳에서 갈아입어야 한다. 문을 살짝 열어 두고. 

2년 전 처음 노조가 생길 때 부산대 신문사 학생이 취재하러 왔다. 병원은 멀끔하게 생긴 휴게실을 보여 줬다. 그런데 밥을 먹다가도 일하러 나가야 하는 조합원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멀리 있어서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는 휴게실이었다. 설계도면에나 있는 휴게실을 알려주며 기사에 실으라고 한 것이다.

보다 못한 한 수간호사가 병원에 건의를 했다고 한다. 건물에 비어 있는 공간이 있으니 그곳을 휴게실로 제공하자. 병원은 그곳을 비워둘지언정 노동자들에게 휴게실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부산의 대표 병원이라는 곳에서 우리를 이렇게 대하니 부끄러운 일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부산대병원에서 일한다고 하면 ‘어떻게 그렇게 좋은 곳에서 일하게 되었느냐’ 하고 부러워하는데 현실은 이래요.”(허경순 비정규지부장) 

비정규지부 설비분회 조합원들은 주로 지하에서 일한다. 이곳도 더하면 더했지 나을 것은 없었다. 

온갖 배관과 설비가 어지럽게 오가는 기계실에서는 시끄러운 기계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계단을 따라 기계실로 내려가자 공기도 달라졌다. 이미 더운 초여름이지만 기계실에 견주면 바깥 공기는 상쾌했다. 후덥지근한데다 습기로 가득 차 있어서 금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기계실 사무실 ⓒ정성휘
수차례 땜질한 흔적이 남아있는 기계실 사무실 안. ⓒ정성휘

지은 지 오래돼 보이는 작고 허름한 가건물이 조합원 12명이 3교대로 일하고 대기하는 기계실 사무실이었다. 사무실 천장에는 여러 번 땜질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낡은 에어컨과 선풍기가 계속 돌아가고 있었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 조합원들은 사시사철 모기가 산다고 했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항의해서 최근에 공기 청정기 한 대가 들어왔다. 조합원들은 문을 잠깐만 열어 놓으면 공기 청정기가 미친 듯이 돌아가기 시작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무실 밖은 조합원들이 늘 일하는 곳이다. 

이 노동자들의 ‘휴게실’은 더욱 엉망진창이다. 휴게실이라는 가건물 바로 앞에는 커다란 기계가 굉음을 내며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휴게실 창문 바로 아래에는 폐수가 고여 있어 냄새가 너무 심하고 벌레가 많다. 잠시만 일해도 땀범벅이 되는 곳에서 그나마 샤워실도 조합원들이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기계실 노동자들의 휴게실 옆으로 폐수가 흐르고 있다 ⓒ정성휘
조합원들이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샤워실 ⓒ정성휘

파란색 철문을 여니까 계단 사이로 좁은 공간이 있었다. 조합원들은 그 좁은 시멘트 사이에 샤워기를 달고 거울을 붙이고 장판을 깔았다. 병원 측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잘 단장해서 사용하라고 했단다. 병원은 정말 노동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전기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샤워실 ⓒ정성휘

바깥으로 나오니 금세 공기가 상쾌했다. 1층 병원 로비에는 설비 노동자들이 24시간 관리하는 적정한 온도와 습도의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처럼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노동자들은 왜 그런 열악한 처지에서 일해야만 하는 것일까?

문득 발전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씨 어머님이 한 말이 떠올랐다. “어떻게 그런 곳이 있는지 믿기지 않았다”, “아들이 일하던 곳은 정부가 운영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곳을 정부가 운영한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https://wspaper.org/article/21354)

손상량 시설분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하에는 사람이 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간이 아닙니다.” 

그러나 최근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에 나서며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한다. 난생 처음으로 조합원들은 천막농성과 홍보전도 하고, 파업하고 교육부 앞으로 몰려가 구호도 외쳤다. 고무적이게도 최근 주차 일을 맡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32명이 새롭게 노조에 가입했다.

6월 26일 3개 산별연맹의 동시 파업 때는 미화직 노동자와 시설분회 모두 필수유지업무를 제외한 모든 조합원들을 동원할 계획이다.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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