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시 산하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에서 의료폐기물 청소업무를 담당하던 노동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유가족과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 이하 새서울의료원분회)에 따르면, 고인은 동료의 병가로 2명이 맡아야 하는 병원 폐기물 청소 업무를 혼자서 감당하며 12일 동안 계속 근무했다. 사망 직전까지 근무하던 고인은 지난 4일 출근한 뒤 복통과 구토로 응급실에 입원했고 이튿날 오전 사망했다.

고인이 근무하던 곳은 각 병동,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수거한 쓰레기 및 폐기물을 분리·소각하는 곳이다. 당연히 감염·안전 관리가 철저해야 하는 곳이지만 “냄새와 먼지로 30분도 제대로 서 있기 어려웠고, 안전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새서울의료원분회 김경희 분회장) 뿐만 아니라 서울의료원 폐기물을 수거하는 업체의 소각로 고장으로 병원 지하에는 의료 폐기물이 가득 쌓여있는 상태였다. 의료폐기물로 인한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소각로 고장으로 처리하지 못해 쌓아둔 의료 폐기물들 ⓒ새서울의료원분회

고인의 사망원인은 다제내성균에 의한 폐렴으로 알려져 있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을위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은 “병원균이 득실대는 공간에서 12일 연속으로 노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면역력이 낮고 병원균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이 병에 더 잘 걸린다”며 고인의 죽음이 산업재해임을 확실시했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은 고인의 사망원인에서 과로는 아예 배제하고 지병으로 인한 폐렴이라며 병원 책임을 축소·은폐하려 시도하고 있다.

고인의 죽음은 우연이 아니다. 김민기 병원장이 취임한 2012년 청소노동자가 69명이었지만 현재 58명으로 8년 동안 11명이나 감원했다.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악화된 것은 물론이다. 

2017년 서울의료원이 제대로 인력충원도 하지 않고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면서 노동자들은 쉬는 사람의 업무까지 떠맡아야 했다. 고인도 동료의 병가로 인한 업무까지 대체하면서 과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은 서울시가 추진한 정책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경영 효율성을 중심으로 공공기관을 평가한다. 서울의료원 김민기 원장은 이를 바탕으로 인건비 절감과 수익성 증대를 경영방침으로 병원을 운영해 왔다. 이번 사건은 그 결과다. 충분한 인력과 재정 지원 없는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은 오히려 노동조건을 악화시켰다. 

서울의료원에서 올해에만 벌써 두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올해 초에는 고 서지윤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는  연이은 노동자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김민기 원장은 즉각 사퇴”, “박원순 시장은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을 사람을 살리는 병원으로 정상화시키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서울의료원과 서울시는 사건 은폐·축소 시도를 중단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고인이 처리해야 했던 의료 폐기물들 ⓒ새서울의료원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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