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해 6월 14일 저녁 향린교회에서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이 주최한 ‘한국에서 난민과 함께 이웃으로’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난민이 처한 현실과 연대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론 시간과 한국 거주 난민 밴드 ‘스트롱 아프리카’의 문화 공연으로 구성됐다. 8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학생, 종교인, 이주·난민 운동 활동가, 노동조합 활동가 등 참가자의 구성도 다양했다.  

이집트, 예멘, 콩고 등에서 온 난민 20여 명도 한국인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행사를 즐겼다. 동시통역이 제공된 덕분에 난민들도 한국 활동가들의 발언에 집중할 수 있는 듯했다. 지난해 난민 지위를 인정 받고 아버지의 난민 인정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이란 청소년 김민혁 군도 함께 했다.

친구로, 이웃으로 6월 14일 향린교회에서 열린 세계 난민의 날 기념 ‘한국에서 난민과 함께 이웃으로’ ⓒ출처 난민과함께공동행동(촬영 최윤도)

연단에 선 ‘이야기 손님’들은 난민이 왜 난민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들의 한국에서 삶은 어떠한지를 생생하게 들려줬다.  

한국 디아코니아 대표 홍주민 목사는 이제까지 약 20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2200만여 명이 구호물자에 의존하고 있는 예맨 내전의 끔찍한 상황을 전했다. 

한국에 온 지 1년 반 된 이집트 난민 모하메드 씨는 2개월에 한 번 씩 비자를 갱신해야 해서 너무 불안정하다고 했다. 체류가 불안정해 인력 사무소에서도 일자리를 거절당했다. 얼마 전 그는 난민 인정이 거부된 뒤 법정 제출용으로 자신의 난민심사기록 영상을 요구하러 출입국사무소에 갔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그 후 출입국 관리소는 비자 기간을 한 달로 줄여 갱신해 줬는데, 한 달 후 다시 비자를 갱신할 수 있을지 불안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수원이주민센터 정지윤 활동가는 ‘보호’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난민들을 구금하는 외국인 보호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이주민들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처지에 놓인 난민신청자들과 미등록 체류 이주민들의 처지가 거의 다르지 않다며, 난민들과 이주민들을 미등록 체류자로 만드는 구조가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지윤 씨는 “[난민들이 스스로] 사람이 아니라고 느끼게끔 만드는 한국 사회에서 ‘아닙니다. 여러분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활동”이 난민 연대 활동의 의의라고 말해 참가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그의 발언을 듣던 한 난민은 청중석에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예멘 난민 히샴 씨의 이야기는 많은 참가자들을 울렸다. 올해 20살인 히샴 씨는 한국어로 발언을 준비했다. 그는 “제 꿈은 예멘에서 전쟁이 멈추는 거예요”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예멘에서는 전쟁이 8년째 계속되고 있고,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전쟁 때문에 학교가 계속 문을 닫았고, 한국에서도 생계 때문에 공부보다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히샴 씨는 전쟁이 멈추고 가족과 같이 살고 싶다고 했다. 

“가장 큰 소망은 예멘에서 전쟁이 멈추는 것” 예멘 난민 히샴 씨의 발언이 참가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출처 난민과함께공동행동(촬영 최윤도)
이집트 난민 모하메드 씨. 군부 독재의 박해를 피해 왔지만 한국에서의 차별 때문에 난민들은 여전한 고통을 겪고 있음을 생생히 전했다. ⓒ출처 난민과함께공동행동(촬영 최윤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김영수 국제위원회 간사는 모든 인간에게 건강권이 있음에도 취약한 상태에 놓인 난민의 건강권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옥과 다름없는 ‘보호소’나 공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고문이나 전쟁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난민들은 치료비 부족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영수 간사는 취약 계층이 받는 의료급여가 난민에게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난민과손잡고 김어진 대표는 정부가 국경 통제를 강화하며 하는 거짓말들을 반박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경제 난민은 가짜 난민’이라며 국경 통제를 강화하지만, 정부는 정치 난민인 이집트 난민 인정에도 매우 인색함을 지적하며 ‘경제 난민 대 정치 난민’이라는 구도가 완전히 허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난민들이 한국인들이 ‘난민들이 일자리를 뺏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인천공항에 반 년째 구금된 앙골라 출신 난민 루렌도 가족을 변호하고 있는 최초록 변호사는 영상 발언으로 10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공항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또 루렌도 가족이 난민심사를 받을 권리가 보호돼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루렌도 씨는 이날 행사 소식을 듣고 “여러분이 우리를 위해 기울여 온 모든 노력에 깊이 고맙습니다”라며 감사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김덕종 위원장은 영상 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지난해 ‘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에 함께하면서 예멘 난민들에게 연대해 왔다. 김덕종 위원장은 앞으로도 전쟁과 폭력을 피해 찾아온 난민들에게 보호와 연대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있게 결의를 밝혔다. 

난민의 열악한 현실을 듣게 된 많은 참가자들은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면서 난민 혐오에 맞선 연대를 다짐했다. 

한국 거주 난민들로 구성된 밴드 스트롱 아프리카의 공연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때때로 자리에서 일어나 흥겨운 리듬에 맞춰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한데 어우러지는 시간 속에서 많은 참가자들이 난민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고, 이웃이라는 점을 온몸으로 느끼는 듯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난민들과 참가자들은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많은 참가자들이 ‘루렌도 가족에게 자유를’, ‘난민도 인간이다’ 버튼을 구입하거나 이 행사에 지지를 흠뻑 보내며 적극 후원에 동참했다. 본행사 전에는 수십 명이 예멘 난민이 만든 케밥을 함께 먹으며 마음을 나눴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은 6월 20일 난민의 날을 비롯해 앞으로도 난민 연대 활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전쟁과 박해 등을 피해 어렵사리 우리 곁에 찾아 온 난민들을 따뜻하게 환영하고, 이웃으로 함께해야 한다.  

한국 거주 난민 밴드 스트롱아프리카의 노래와 춤 공연이 행사의 분위기를 더한층 고조시켰다 ⓒ출처 난민과함께공동행동(촬영 최윤도)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금세 친구가 됐다 ⓒ출처 난민과함께공동행동(촬영 최윤도)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난민과함께공동행동(촬영 최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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