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소재 진해목재에서 일하던 한 스리랑카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목재더미에서 떨어져 무릎을 다쳤다. 산재 치료를 마쳤으나 여전히 다리를 절뚝거릴 정도로 회복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측은 그에게 일을 하라고 강요했다. 그 노동자는 휴가를 주거나 사업장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했다. ‘성실근로자’* 자격으로 재입국할 만큼 열심히 일해 온 그에게 “일하기 싫으며 너희 나라 가라. 불법[체류자로] 만들겠다”며 협박했다.

스리랑카 노동자는 내국인과 이주노동자를 함께 조직하고 있는 성서공단노조에 가입해 도움을 요청했다.

사측의 악행은 계속됐다. 성서공단노조가 면담 요청 공문을 팩스로 보내자, 사장은 공문을 둘둘 말아 이주노동자의 뺨을 때리고 폭언을 퍼붓는 등 모욕했다. 면담 날이던 지난 6월 4일에 성서공단노조가 공장을 방문해 작업 현장을 사진으로 찍자 이사(사장의 동생)는 민주노총을 비난하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노조는 면담을 취소하고 사장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리고 6월 10일 공장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었다. 해당 스리랑카 노동자가 직접 나서 발언을 했고, ‘대구경북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대경이주연대회의) 소속 단체들과 울산이주민센터 등이 연대했다. 공장 안에 있던 필리핀 노동자들은 휴대폰으로 집회 모습을 촬영하며 ‘최고다’는 손짓을 보내기도 했다.

성서공단노조는 6월 14일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경북본부까지 가세하는 집중 집회를 예고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그러자 사측은 집중 집회를 하루 앞둔 6월 13일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며 합의했다. 승리한 것이다.

ⓒ이주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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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공단노조 김용철 상담소장에 따르면 진해목재는 전체 직원 14명 중 내국인 관리자 4명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이 모두 이주노동자이다. 김 소장은 노조와 연대 단체들의 대응으로 사측이 관할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이주노동자 고용 제한 조처를 받으면 큰 곤란을 겪게 되는데, 이 점도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대표가 직접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폭언과 폭행에 대해 사과하고, 이를 스리랑카, 필리핀, 태국, 한국어로 작성해 사내에 게시하기로 했다. 현재 노조는 대표가 보낸 사과문을 각 언어로 번역 중이라고 한다. 정말 통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스리랑카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허가해 주고, 사업장 변경 사유를 사측의 과실로 해 스리랑카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에 포함되지 않도록 합의했다.* 산재 종료 다음 날부터 사업장 변경 신청서 제출일까지 일을 하지 못한 시기의 임금과 병원비도 100퍼센트 지급하기로 했다.

사내 이주노동자들의 고용 연장을 비롯한 고용 보장을 책임진다는 내용에도 합의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측이 체류기간 연장을 안 해주려 할까 봐 걱정하는 다른 이주노동자들을 고려한 조처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극도로 제약하고, 고용주 손에 노동자의 한국 체류 여부가 달려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를 이용해 고용주들은 이주노동자에게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한다. 이번 승리는 투쟁을 통해 이런 고용허가제의 제약들을 한 사업장 내에서 무력화시킨 것이다. 민주노총 지역본부들과 이주 운동 단체 등 내국인들의 연대가 승리에 보탬이 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런 투쟁과 연대의 경험을 쌓아 나가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의 자신감을 키우고 고용허가제 폐지 운동을 건설하는 데에도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주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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