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현대중공업 사측은 끝내 주주총회를 강행해 3분 30초 만에 법인 분할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비록 법인 분할을 막지 못했지만, 노동자들의 사기는 꺾이지 않았다. 노조는 주주총회 무효를 주장하며 부분 파업과 집회를 이어갔다. 6월 14일에는 현대중공업에서 울산시청까지 18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수천 명이 행진했다.

더구나 법인 분할을 앞두고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벌인 전면 파업과 주주총회장 점거 투쟁이 남긴 성과가 있다. 이 투쟁은 법인 분할과 대우조선 인수합병 문제를 단숨에 전국적 정치 쟁점으로 만들었다. 법인 분할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드러냈고, 연대 가능성도 보여 줬다. 노동자들의 반발이 대우조선 매각과 인수합병의 걸림돌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성과를 밑거름 삼아 투쟁과 연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마침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와 저항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도 유리한 조건이다.

법률적 무효화가 아니라 실질적 무력화

6월 17일 현대중공업지부는 분할된 두 개 기업, 즉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분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울산 지역의 노동인사 700여 명이 대규모 소송인단을 꾸렸다.

사태는 법률적 무효화를 목표로 하는 소송전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다. 노조 지도부는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장기전”을 준비하자며 파업 수위를 낮추고 있다(이번주는 주 1회 4시간 파업을 한다).

물론 사측이 워낙 막무가내로 형식·절차조차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항의하고 다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분할된 기업을 법률적으로 다시 되돌릴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법원이 설사 주총 결의의 절차상 문제를 일부 인정하더라도, 분할 무효가 미치는 경제적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이런 지적을 노동 법률 전문가들도 한다).

무엇보다, 소송전에 집중하는 것은 자칫 법인 분할이 낳을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뒷전에 놓게 할 위험이 있다. 그렇게 되면 주주총회 저지 파업과 점거 투쟁으로 만든 기회를 오히려 놓칠 수 있다.

지금 현대중공업 사측은 주주총회 저지 투쟁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징계를 협박하는 한편, 대우조선 현장실사 여부와 상관없이 기업결합심사 신청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대우조선 인수합병을 위한 절차를 착착 밟아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하며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법인 분할이 불러 올 고통을 실제 무력화하는 투쟁, 즉 구조조정과 대우조선 매각·인수합병을 저지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공동 파업 등으로 함께 싸우면서, 원하청 연대 투쟁을 전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