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3개 산별연맹·노조(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민주일반연맹) 소속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차 공동파업에 나선다.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4월부터 공동투쟁을 벌여왔다. 5월 21일 1차 공동파업에 이어 6월에는 청와대 앞에서 함께 농성하며 문재인 정부에 정규직화를 요구해 왔다. 

3개 노조가 연대투쟁에 나서자 문재인 정부도 완전히 외면하지는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국립대병원에 ‘조속한 전환’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데 이어 6월 7일부터는 13개 국립대병원을 순회하며 노동조합과 사측을 한자리에 불러 면담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자들의 요구인 ‘직접고용’을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하는 것에서 결코 더 나아가지 않고 있다. 직접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자회사 방안을 열어 놓고, “노사가 잘 해결하라”고 중재자 행세를 하고 있다.

국립대병원의 주무 부처인 교육부의 유은혜 장관은 비정규직 문제에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 인기를 얻어 놓고, 장관이 된 뒤에는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국립대병원 정책의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책임회피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늦은 국립대병원에 경영평가 점수를 깎겠다며 재정 지원 삭감 압박을 가했다. 왜 그런 수단을 정규직화를 위해서는 쓸 수 없다는 것인가. 또, 국립대병원 사측이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핵심 근거가 예산 부족이므로 하다못해 재정 지원만 조금 늘려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결국 교육부가 직접고용을 강제할 수 없다는 건 정규직화에 필수적인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일 뿐이다. 국립대병원들은 이런 상황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질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재정이 제한돼 있으니 직접고용하면 정규직이 손해 본다면서 말이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다른 공공부문에 끼칠 영향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공공부문 정규직화에 필수적인 재정 지출을 늘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 정규직화 제로’ 문재인 정부의 약속 파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생명과 안전, 정규직화, 공공의료 등) 5월 21일 세종시 파업 집회 ⓒ조승진

그러나 돈이 없어서 문제인 것은 아니다. 2년 연속 정부 재정이 수조 원씩 흑자를 기록했다. 그 돈을 삼성바이오 등 제약·의료기기 회사들에 줄 생각만 했지(연구개발비 지원), 노동자들에게 주지는 않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 ‘노동 존중’의 실체다.

국립대병원들 측은 이런 교육부의 의중을 꿰뚫어 보면서 직접고용을 회피하고 있다. ‘신중히 고려하겠다’는 형식적 답변만 내놓으면서 말이다.

신임 서울대병원장은 17일 노동조합과 만난 자리에서 잘 모른다고 발뺌했고, 7월에야 입장을 내놓겠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 다른 국립대병원장들도 눈치만 보고 있다. 일부 국립대병원의 경우 자회사 방안을 고수하거나 직무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둥 처우 개선 의지가 없음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를 더욱 압박하고 항의를 강화해야 한다. 6월 26일 2차 공동파업이 그런 효과를 내도록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연대투쟁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석 달 가까이 연대투쟁 속에서 자신감과 투지를 높여 왔다. 이들 중 일부는 새로 조직된 젊은 노동자들로, 차별에 대한 분노와 변화에 대한 기대로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새로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을 보면서 다른 노동자들도 자극을 받고 있다.

이런 장점이 투쟁에 제대로 쓰여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염원인 직접고용은 정부(와 국립대병원) 정책을 후퇴시켜야 하는 만만치 않은 요구인 데다, 이 투쟁의 성패에 많은 것이 걸려 있다. 비정규직 없는 병원은 보건의료 서비스에도 중요한 문제이고, 병원 노동자 전체의 조건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정규직의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차 파업에 나서고 있는 지금, 정규직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연대를 해야 한다. 국립대병원 정규직 노조의 단체교섭에서 정규직화 요구를 제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공동 집회 등 연대투쟁을 해야 한다. 지난해 서울대병원이 그런 것처럼 공동 파업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한편, 3개 산별연맹·노조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이 마무리될 때까지 연대를 유지해야 한다. 이번 공동투쟁의 목표를 ‘직접고용’으로 한정하고 직접고용의 조건은 병원별로(사실상 노조별로) 대응한다면 연대의 효과가 떨어질 것이다.

투쟁의 최종 결과를 병원별 불균등성에 내맡기면, 일부 병원은 노동자들에게 나쁜 조건을 강요하려 할 것이다. 또, 일부 병원이 표준임금체계를 합의하면, 다른 병원들도 노동자들에게 표준임금체계를 통한 저임금 고착화를 강요하려 할 것이다.

전체 연대 전선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노동자들이 불가피하지 않은 후퇴를 강요받지 않고, 균등하고 고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길이다. 그래야 다음번 연대의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