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집트 출신 난민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들렀다가 체류 허가와 관련한 수수료 안내를 받았는데, 그게 무슨 내용이냐고 물었다.

친구가 보여 준 문서에는 외국인 등록증 재발급, 체류 기간 연장 허가, 체류 기간 변경 허가, 체류 자격 부여 허가 등 여러 항목에 대해서 3만 원에서 12만 원 사이의 수수료 항목이 있었다. 내 친구가 적용받는 것은 체류 기간 연장 허가로 6만 원이 필요했다.

알아 보니 난민들은 출입국사무소측에서 허가를 해 주는 체류 연장 기간에 따라 1~3개월에 한 번씩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이 수수료가 오는 7월 1일부터 3인 가족 기준으로 기존 12만 원에서 18만 원으로 오르는 것이다.(어쩌면 한 달마다 내야 할 수도 있다.)

벼룩에게도 빼먹을 간이 있다 했던가. 나는 그를 알게 되었던 올해 1월부터 그가 생활비 문제로 얼마나 고통을 겪는지를 가까이서 들었다.

그는 아내와 어린 자녀와 함께 지난해 여름에 한국에 도착했다. 다섯 달 동안 한국 정부한테서 돈을 받았는데, 첫 두 달은 95만 5000원, 나머지 세 달은 47만 5000원을 받았다고 했다. 셋째 달부터는 영종도의 난민 센터에 들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어린 자녀가 딸린 3인 가족의 생활 비용을 한 달에 고작 50만 원쯤으로 친 것이다. 그걸로는 수도권에서는 잘 구해 봐야 서너 평 될 만한 단칸방에서의 불편한 생활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나머지 47만 원으로 생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실제로 그의 가족은 한달 생활비로 180만 원 정도가 들었다고 한다. 이조차 병원비(그는 일하다 눈 주위를 꽤 다친 적이 있었다)나 주말 외출비 등을 제외한 액수다. 한국 사정을 잘 알고 그나마 난민보다 취직이 용이할 한국인에게도 부족한 생활비다. 

이 친구는 외국인 등록증을 처음 발급 받을 때도 40만 원 가까이 냈다. 3인 가족 1인당 13만 3천 원 꼴이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는 입국하고 10개월이나 지나서야 직업을 구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 친구가 이집트에서 가져온 돈과 한국 정부가 준 쥐꼬리만한 돈을 까먹으며 수중에 남은 돈이 얼마인지를 계산하던 게 기억난다. 

친구는 이제 일을 시작한 지 두 달째가 되었는데, 월급이 변변찮다. 하루에 8시간씩 꼬박 5일을 일하고 한달에 175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딱 최저임금 수준이다. 소식을 들어 보니 주말에 초과 노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초과근무 수당은 정규 시급보다 적다. 

생활비가 부족해 그의 아내도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그러려면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한다. 어린이집 원비가 한 달에 40만 원 가까이 들기 때문에 그는 집에서 가까운 곳 중에서 가급적 싼 곳으로 알아 봐야만 했다. 어린이집이 좋은 대우를 해 주는지, 내국인이 아닌 어린이도 돌볼 능력과 여유가 있는지 따위의 정말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돈을 우선 고민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이었을까. 

그러나 그의 아내는 아직 일자리를 얻지 못 했다.

한편, 내 친구는 직업을 구하는 과정에서도 적잖은 돈을 써야 했다. 직업 소개소는 직업을 소개해 주는 데 수수료로 10만~20만 원을 받았다. 일자리가 지방에 있어도 꺼릴 처지가 못 되었으므로, 일자리를 소개받으러 가는 데만 교통비를 왕복 6만 원 이상 쓰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지방에서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온 다음 먼 길을 30분씩 걸어 난민 센터로 들어가는 일도 자주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직업 소개소들은 일자리가 있지도 않은 회사로 친구를 소개하기도 했고, 친구는 실망감과 함께 돌아 와야만 했다. 난민을 돕는 교사 자원봉사자라고 하면 직업소개소장과 공장주가 그나마 이야기라도 들어줄까 해서 내가 전화를 했다가 “이집트 걔들은 말이 안 통하고 일도 잘 안 한다”는 식의 막말을 듣고는 전해 줘야 할 때도 있었다.

이 글을 쓰던 참에 그에게 물어 봤다. “실례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왜 남한을 선택했나? 지금 보다시피 한국의 사정이 이렇게 나쁜데...”

그가 답했다. “한국은 이집트보다 나은 민주주의 국가다. 물론 난민을 대하는 데서는 여러 문제가 있다고 들었지만 나는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그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난민들을 더 고통에 빠뜨릴 조처들을 추진하는 장본인이다. 

얼마 전에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지지 속에서 이란 난민 청소년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정부는 그의 아버지의 난민 지위는 불인정하고 그를 출국시키려 했다. 그래서 이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의 바람대로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으로 난민을 배척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려면, 그 중심에 투쟁과 연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친구에게는 이번에 수수료 인상이 개악이며 몹시 화가 나지만 일단 수수료를 내야 할 것 같다고 답해야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일을 글로 써서 난민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알릴 테니 당신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 달라고 부탁했다. 

자세하게 이야기해 준 친구에게 고맙다. 이런 작은 용기들을 모아 정말로 모든 난민이 환영받을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