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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 원 공약 포기한 문재인에게:
최저임금 동결 요구하는 사용자와 우파

새로운 공익위원들이 위촉되고 6월 들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진행 중이다. 서울, 광주, 대구 3개 권역에서 최저임금 심의 공청회와 현장 방문을 마치고, 6월 19일 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사용자들은 이미 밝혀 온 대로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완강히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사용자와 우파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고용도, 경제도 나빠졌다’, ‘한국 최저임금이 OECD 최고 수준’, ‘인건비 부담으로 자영업자가 죽어 나간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악화된 원인은 최저임금이 아니다. 2008년 공황 이후 이어진 장기침체 속에서 한국 경제는 세계경제의 추세에 영향을 받아 왔다. 세계경제가 2016년 하반기부터 반등했다 2018년 들어 다시 하강국면에 진입하자 한국 경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 같은 경제 위기 속에서 이윤을 만회하고자 구조조정-대량 해고, 노동시간 단축한다며 임금과 일자리 줄이기 등을 벌여 온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이 감소했다”고 외치는 모습은 정말 역겹기 짝이 없다.

한국 최저임금이 ‘OECD 최고 수준’이라는 것부터가 새빨간 거짓말이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소가 한 주장인데, 이는 최저임금을 국민총소득(GNI)과 대비해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총소득에는 자영업자의 소득이 포함돼, 한국처럼 자영업자 소득이 낮은 경우에는 국민총소득 대비 최저임금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한국 최저임금은 실제로는 2019년 기준으로 OECD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25개국 중 12위)

자영업 위기도 복합적 요인이 있겠지만, 인건비 탓은 아니다. 만약에 인건비가 부담이 된다면, 그것은 경기가 안 좋아 매출이 적기 때문이다. 자영업 전체의 점포당 매출액은 2015년부터 꾸준히 하락해 왔다. 그 결과는 애초에 고용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더 보편적이다. 2015년 대표적인 영세 자영업종으로 불리는 치킨집의 경우,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10곳 중 9곳은 고용이 없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임금을 억제하는 것이 자영업에게 도움이 될 리도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자영업이 어려워졌다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용자와 그들의 언론들은 모든 어려움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 데에 혈안이 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꺼내자, 사용자들과 우파들은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승진

정부와 여당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문재인이 앞장서 지난달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다시금 강조했다. 그 뒤로 박영선(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홍영표(전 원내대표), 송영길 등 정부와 여당 인사들의 ‘동결’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이용해 우파 야당들도 목소리를 높인다.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은 최저임금 억제 주장을 넘어 이주노동자 차등 적용 같은 인종차별적 주장까지 나아가기도 한다. 바른미래당은 아예 최저임금상한선법으로 인상률 억제를 고착화하려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최저임금위원회 내 논의가 노동자들에게 명백히 불리할 것은 자명하다. 이 때문에 노동자위원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 참가하는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3퍼센트 내외에서 공방’을 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3퍼센트 달성도 불확실하다. 이미 경제 위기 여파 속에서 1998년, 2010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2.7퍼센트, 2.75퍼센트에 머물렀던 사례를 떠올려 보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동결’ 혹은 ‘경제성장률(2퍼센트대) 수준’의 매우 저조한 인상률이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강한 저항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6월 28일 세종시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중부권 집중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잡았다. 재벌 규탄 순회 투쟁도 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와 우파, 사용자가 합심해 벌이는 최저임금 동결 시도를 좌절시키려면 더 강한 투쟁이 필요하다.

을들의 연대?

그런데 민주노총은 이른바 ‘을들의 연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을과 을의 갈등’ 구도를 넘어선다는 취지로 을들의 만민공동회, 경제민주화 선언 등의 사업을 벌였다.

물론 대기업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부터 매출의 절반을 재료비와 로열티 명목으로 가져가고, 골목상권을 빼앗으며 횡포를 부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이해관계가 소상공인과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므로 ‘을들의 연대’를 활용하더라도 그것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은 효과적인 방향이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상인들은 노동력 사용자이기도 해서 노동운동과는 일시적 의견 일치 이상을 이루기 힘들다.

불길하게도 최근 민주노총과 연대하겠다는 자영업자들보다 더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을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민주노총과 연대하겠다는 (자기 계급의 일부인) 자영업자들에게 그렇게 하지 말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다. 그러면 이 압력이 민주노총에게도 전달되고 결국 다른 계급의 지지를 받기 위해 노동자들이 투쟁과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압력도 커진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임금 억제에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파업 같은 고유의 방식을 이용해서 투쟁해야 한다. 이윤에 실질적으로 타격이 가는 상황이 돼야 사용자들은 투쟁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임금 인상 비용, 양보에 따른 정치적 기회비용 등을 견줘 보며 양보 여부와 정도를 잴 것이다.

그러려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노동운동 탄압, 탄력근로제 개악,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 곳곳의 투쟁들을 연결시켜 모아 대정부 파업 투쟁으로 모아 내야 한다.

다른 계급을 설득하려는 세련된 여론전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잠재력을 현실로 옮기려는 선명한 주장과 설득, 행동이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정치’다. 조직 노동계급이 지배계급의 고통전가 공세를 성공적으로 막아낼 때, 서민층의 지지를 받으며 그들을 이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