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택배법 제정 투쟁을 시작했다. 전국택배연대노조, 전국택배노조 조합원 2천 명은 6월 24일 청와대 앞에서 ‘전국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정부가 추진 중인 ‘택배법’에 택배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내용을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는 배달하는 기계가 아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전국택배노동조합이 공동으로 6월 24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택배법 쟁취! 택배노동자 기본권 쟁취! 전국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이미진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택배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생활 물류-택배와 늘찬배달(퀵서비스, 배달대행 등 이륜차 물류)-산업 육성을 위한  ‘생활물류서비스법’(가칭, 이하 ‘택배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으로 서비스 체계를 혁신하고 종사자 처우도 개선하겠다고도 한다.

택배 시장은 매년 10퍼센트 내외의 성장을 기록해 왔다. 2018년 총 택배 물량은 25억 4300만 개에 달한다. 이런 택배 산업을 지탱하며 매일 1000만 개의 물량을 배송하는 50000여 택배노동자들의 처지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시간당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 하루 12~14시간의 장시간 노동, 시간당 30~60개를 배송해야 하는 고강도 노동이다.

지난 1월 서울에서 일하는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가 심근경색으로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 안타까운 사연 뒤에는 매일 12시간 이상 주 6일, 78시간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이라는 열악한 현실이 드리워있다. 택배노동자의 재해자 수, 사망자 수는 매년 느는 추세다.

택배기업주들은 ‘택배법’에서 규제 완화와 기업 지원은 환영하면서 노동자 처우 개선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열악한 노동 현실은 외면한 채, 제 잇속만 챙기겠다는 못된 심보다.

이에 맞서 노동자들은 택배 요금 정상화와 수수료 인상, 표준계약서 도입(고용안정), 주5일제 도입, 분류 작업(공짜노동)을 비롯한 작업 환경 개선, 산재보험료 사용자 전액 부담 등의 내용을 택배법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수료(임금) 인상, 주5일제 도입은 물론 매일 오전 ‘공짜노동’으로 강요해 온 분류작업의 개선도 저임금 장시간 노동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다.

얼핏 보기에, 사용자들의 요구인 듯한 ‘택배 요금 정상화’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택배비 2500원이 청구되지만, 실제로 화주(상품 판매 기업)는 택배회사에 1500원, 1700원을 지불하고, 차액은 ‘백마진’으로 챙긴다. 

“화주는 백마진을, 택배사와 대리점은 물량을 확보해 이득을 챙기지만, 노동자에게는 낮은 수수료가 지속되는 고통만 남습니다. ‘백마진’을 없애면, 소비자의 부담이 늘지 않고도, 노동자의 수수료가 인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전국택배연대노조 김태완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미진

표준계약서, 산재보험료 문제도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강요받아온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요구다.

그동안 정부도 택배 현장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거듭 인정해 온 만큼, 6월 중에 발표될 ‘생활물류서비스법’에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물론 낙관은 금물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하며 친기업 반노동 행보를 더 노골화하는 것을 볼 때, 문재인 정부가 ‘택배법’을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시킬 위험은 충분하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을 규탄하는 긴급성명을 채택하며 “문재인 정부의 배신에 투쟁으로 화답하겠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이날 집회에 모인 노동자들은 CJ대한통운과 우체국의 택배노동자들로 이후 현장에서 노동조건을 둘러싼 투쟁도 이어가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업계 1위’로 절반에 가까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은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대리점 수수료를 인상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빼앗으려는 대리점주들의 횡포도 만연하다.

우체국(우정사업본부)는 위탁택배노동자들과 단협을 체결해놓고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부산 연제우체국에서 ‘아파트 전담위탁 배달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1건당 1166원을 받는 위탁택배원보다 4백 원이나 낮은 단가를 적용하려 한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려는 시도다.

위탁택배노동자들은 인력 증원과 토요근무 폐지를 요구하는 우체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면서도, 우정사업본부가 이를 빌미로 위탁택배 물량을 축소할까 봐 경계하고 있다.  

택배연대노조 김태완 위원장은 택배법, 노동3권을 실현하려면, 단결이 더 확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불이익을 당해도 찍소리도 못하고 일했는데, 노동조합으로 뭉치기 시작하자 우체국이 단협을 체결하고, 분류작업도 일부 개선되는 등 현장이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 권리는 스스로 나서서 찾아야 합니다. 이번 투쟁이 더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정부와 사용자들에 맞서 투쟁에 나선 택배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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