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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한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문재인 정부의 거짓말

6월 29~30일 미국 대통령 트럼프 방한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가 다시 진전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히, 최근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주고 받으면서, “친서 외교”를 계기로 북·미가 “대화 궤도에 올라섰다”는 관측이 많다.

그래서 진보 진영의 일각에서는 트럼프 방한에 반대하는 게 적절할까 하는 물음을 제기한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의 방북, G20 정상회의, 트럼프의 방한으로 이어지는 외교 일정 속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계속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이것이 남·북/북·미 정상회담보다 한반도 상황에 더 결정적인 변수다. 남·북/북·미 관계에서 일희일비하면 안 되는 까닭이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는 국제 정세 불안정을 부추기는 핵심 세력의 일부다.

트럼프는 동아시아 긴장을 고조시키는 장본인이다 6월 24일 '트럼프 방한 반대 서울지역 시민·정치·노동·사회단체 기자회견'

미국·중국의 제국주의 경쟁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은 중국산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 통신 네트워크 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열을 올린다. 이것은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을 견제하고 미국의 군사력 우위를 유지하려는 노력과 직결돼 있다.

양국의 제국주의 경쟁은 단지 무역전쟁에 그치지 않는다. 지정학적 갈등도 증대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남중국해, 동중국해(대만해협)에서 중국을 향한 무력 시위를 빈번하게 벌인다. 6월 미국 국방부는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표기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북한을 “불량 국가”라고도 지목했다.) 중국도 이에 대응해 맞불 무력 시위를 벌이고, 남중국해에 군사력 배치를 늘리고 있다.

한반도는 동아시아 제국주의 경쟁의 한복판에 있다. 그 경쟁자들이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주요 플레이어인데, 그들이 하는 외교로 항구적 평화가 정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

비핵화를 실현하고 평화협정을 맺으면, 한반도만은 강대국 간 충돌의 위험에서 빠져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곳인 데다가, 그들 간의 경쟁과 이해관계 충돌은 근본적으로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제국주의적 성격에서 비롯하는 것이어서 개별 정부 수준에서는 통제가 불가능하다.

트럼프 정부는 대중국 견제에 협력할 것을 문재인 정부에 강하게 주문한다. 이번 트럼프 방한 의제가 단지 한반도 문제만은 아니다. 무역 등의 다른 의제가 있고, 거기에 화웨이 제재 동참 요구가 포함될 공산이 크다. 최근 일부 외신은 트럼프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게 남중국해로 군함을 파견하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런 요구들이 과연 한반도 정세와 무관할까? 그가 큰 항의에 직면하지 않고 서울을 다녀가는 게 진정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까?

“서두르지 않겠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패권 유지 전략에 따라 대북 정책을 다룬다. 따라서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 자체보다, 그 테이블을 둘러싼 다른 상황을 더 중시한다.

이란 문제 같은 급한 현안이 있으므로 트럼프는 지금 북한과의 갈등이 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정부 내에서 북한에 관해 서로 엇갈리는 말이 나오지만, ‘북한 선先 비핵화 기조’는 바뀌지 않은 듯하다. 트럼프는 북한의 비핵화 전까지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북·미 관계 진전을 “서두르지 않겠다”고도 했다. 한미연합훈련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즉, 2월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결렬된 근본 원인들이 해결되지 않았다.

곧 트럼프와 김정은이 세 번째로 만나더라도, 평화 정착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비핵화의 정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의 순서부터 양국은 다시 맞춰야 한다. 합의 이행의 “검증”은 매 단계마다 문제가 될 것이다. 지난 2월처럼 “영변 외 시설” 따위를 문제 삼아 미국이 협상을 뒤집는 모습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30년 가까운 북핵 협상 과정에서 숱하게 본 일들이다.

6월 26일 민중공동행동 대표자회의에서 범민련 활동가가 주장했듯이, ‘미국 지배자들이 언제 순순히 평화를 가져다 준 적이 있었는가?’

무엇보다, 협상 테이블 바깥의 변수 때문에 협상이 다시 중단되고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

외교로 제국주의 간 갈등을 해결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킬 순 없다. 마찬가지로, 세계 곳곳에서 전쟁 위험을 부추겨 온 트럼프가 한반도에서는 선한 구실을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