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마트 노동자들의 현실 ⓒ마트산업노동조합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마트산업노동조합은 6월 26일 마트 노동자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환경연구소 이윤근 소장은 5천여 명의 마트 노동자에게 설문을 받아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조사를 했다. 마트 노동자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근골격계 증상이 나타난 노동자가 무려 85.3퍼센트나 됐고, 지난 1년 동안 병원 치료를 경험한 사람도 69.3퍼센트였다. 장시간 서서 작업하는 것과 중량물 작업(5킬로그램 이상의 물건을 들어올리는 작업) 등이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되었다.

마트 노동자들이 하루에 서서 일하는 시간은 평균 6.5시간으로 나타났다. 계산대에는 대부분 의자가 보급되어 있지만, 매장 내 의자보급률은 19.9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의자가 있더라도 매장 업무와 후방 작업(상품을 창고에 정리정돈하는 일)은 “바빠서 거의 앉지 못”한다. 계산대도 “의자가 불편해서 앉지 않는다”는 경우가 21.1퍼센트나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지정맥류 증상을 경험한 노동자가 78.6퍼센트에 이른다.

토론자로 나선 노동자들도 열악한 노동조건을 생생하게 폭로했다.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실태를 설명하는 마트 노동자 ⓒ마트산업노동조합

“유아 매장은 주말에 20~25킬로그램 되는 물티슈 박스 6~7개를 혼자서 3번가량 왔다갔다 나르고 진열합니다. 아침이 되면 손이 저리고 퉁퉁 붓습니다.”(홍현애 이마트 성수지회장)

인원 감축으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속옷 매장은 인원을 감축해서 휴식도 거의 없이 일합니다. 회사에서 한 명을 마음대로 노브랜드[이마트 자체 브랜드]로 발령을 내버린 뒤, 인원 충원 없이 2명이 일합니다. 원래는 4명이 하는 일입니다. 자다가도 다리가 저리고 쥐가 나 깨기도 합니다. 하지정맥류가 생겨 회사에 진단서를 냈는데, 회사에서는 지원을 못 해 준다고 합니다. 본인의 실비보험으로 처리하라고 합니다.”(홍현애 이마트 성수지회장)

롯데마트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캐셔로 근무했던 최송자 씨는 캐셔 업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의자가 있지만 카트가 지나가려면 하루 종일 서서 일하게 됩니다. 또 캐셔는 무거운 것을 안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제, 물, 술 등을 들었다 놨다 하다 보면, 주말에는 팔이 안 올라갑니다. 그래서 왼손으로 계산을 해야 합니다. 진통제와 파스를 항상 구비합니다. 저도 목디스크 초기 증상과 테니스 엘보 때문에 치료 중입니다.”

이윤근 소장은 ‘박스에 손잡이를 만들고, 중량물을 드는 높이를 제한하고, 매장 내 의자를 비치하는 것만으로도 근골격계 질환을 상당 부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마트 기업이 이런 간단한 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박스에 구멍을 뚫는 공정이 추가돼 단가가 인상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이마트는 무인 계산대를 공세적으로 확대하면서 인원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사측은 무인 계산대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면서도 골병 드는 노동자들에게는 한 푼도 아까워한다. 이는 이윤만을 우선시하는 냉혈한 같은 기업의 민낯을 보여 준다.

정준모 마트노조 교선국장도 이렇게 일갈했다. “사측은 무인 계산대는 확대하고 있으면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는다.”

마트노조는 ‘의자에 앉을 권리’ 캠페인과 집단 산재 신청 등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