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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지부 단체 행동의 날: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 쿠팡맨의 희생을 연료 삼고 있다”

6월 25일 쿠팡지부 단체 행동의 날 ⓒ김희준

6월 25일 쿠팡 배송 기사들인 ‘쿠팡맨들’(공공운수노조 항만운수본부 쿠팡지부)이 집회를 벌였다.

쿠팡은 이커머스(온라인 쇼핑) 매출 1위 기업이다. 쿠팡은 적자를 무릅쓰고 공세적으로 물류시설 등에 투자하고 주문 다음 날 바로 배송되는 ‘로켓배송’을 확대하는 배송특화전략으로 매출을 늘려 왔다. 시장을 선점하고 이익은 나중에 내겠다는 미국의 아마존 방식을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이다. 사측은 이런 “계획된 적자”를 쿠팡맨들에게 떠넘겼다. 임금을 4년간 동결하고 노동강도(배송물량)를 높여 왔다.

2015년 김범석 쿠팡 대표는 “2017년까지 쿠팡맨을 1만 5000명으로 늘리고 이 중 60퍼센트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여전히 쿠팡맨은 4200명이고 70퍼센트가 비정규직이다. 사측은 쿠팡로직스틱스서비스라는 물류 자회사를 만들고 쿠팡맨들에게 물류회사에서 필요한 ‘화물운송사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했다. 자회사 고용으로 전환하려 한 것이다. 또 쿠팡은 부족한 인원을 정규직으로 늘리기보다 자가용으로 물건을 운반하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인 쿠팡플렉스를 늘리고 있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9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적정물량 설정, 휴게시간 보장, 4년간 동결된 임금 인상이다.

노동조합이 정규직화를 요구하자, 올해 5월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계약 갱신 기간이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사측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사측이 마음대로 계약을 해지하는 일도 벌어지기 때문이다.

쿠팡은 레벨1에서 5까지 ‘잡레벨’을 나눠서 실적과 관리자의 평가에 따라 점수를 매겨 레벨이 올라갈수록 임금이 오르는 체계를 두고 있다. 한 노동자는 재계약 과정에서 영문도 모른 채 더 낮은 레벨을 강요받아야만 했다고 증언했다.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재계약에서 떨어졌다가 재입사했어요. 재입사하면서 레벨4가 아니라 레벨3으로 재입사 약정을 해야만 했죠.”

일반적으로 레벨1은 수습, 2는 비정규직, 3이상은 정규직이라고 한다. 하지만 레벨 올리기가 쉽지 않은데다 레벨을 올리지 못하면 임금 인상도 없다. 업무 중 사고라도 나면 임금도 차감된다.

레벨3과 4는 임금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런데 그 기준이 2017년 4월 이전 입사 여부라서 노동자들은 기준이 자의적인데 격차는 크다는 불만도 있다. 노동조합은 이런 임금 차이를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주52시간제 도입을 핑계로 노동시간을 50시간으로 줄이면서 월급을 20만 원이나 깎았다. 그러나 하루 배송 물량은 계속 늘어서 4년 전 80~90가구이던 게 최근 140~150가구로 늘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업무시간 내에 일을 마치기 위해 휴게시간 없이 일하거나 무리하게 일하다 산재를 당하기도 한다. 한 노동자는 생수를 들다 디스크가 터져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쿠팡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광고하지만 우리는 쿠팡 때문에 못살겠다”고 분노했다.

이날 집회에서 연대 발언을 한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쿠팡맨을 갈아서 연료로 쓰는 로켓은 출발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주장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최근에는 전주 캠프에서 관리자가 노동자를 비하하고 횡포를 부린 일이 있었다. 노동자들이 이에 항의하며 규정대로 일하는 ‘태업’을 벌이자, 사측은 전체 노동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과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더 확대되기 전에 위축시키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노동자들은 물량은 자기들 멋대로 올려놓고 규정대로 일했다고 “무노동 무임금”을 들먹이는 회사에 분통을 터뜨렸다. 교섭에서도 사측은 21차례 진행 동안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고, 21차 교섭에서는 노조를 탓하며 교섭장 문을 발로 차고 나가 많은 노동자들의 분노를 샀다.

최근 비슷한 일들을 하는 UPS나 DHL익스프레스 같은 곳에서도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쿠팡지부의 투쟁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파업을 벌였던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도 이 투쟁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만약 이 투쟁이 승리한다면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 노동자들에게 큰 자신감을 줄 것이다. 임금 동결, 노동강도 강화에 맞서 투쟁에 나서는 ‘쿠팡맨’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