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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대량 해고:
정부의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이 대량 해고 낳다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1500명이 결국 7월 1일자로 대량 해고됐다. 도로공사는 통행료 수납 전문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출범시키면서 “자회사 전환 비동의자들의 합류 기회는 항상 열려 있다”며 해고자들을 우롱했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은 2009년 외주화로 용역업체 소속이 됐다. 그러나 2015년, 2016년 법원에서 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도로공사는 이 판결을 무시하고 자회사 전환을 강행한 것이다.

요금 수납원 6700명 중 1500명이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며 투쟁하고 있다. 대량 해고 전날인 6월 30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 42명이 톨게이트 지붕 위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다. 해고자 1000여 명은 서울톨게이트에 집결해 집회와 노숙 농성을 했다.

미래의 신기술 도입을 위해 현재의 노동자를 대량 해고하는 것이 문재인 식 ‘사람중심’ ⓒ제공 〈노동과세계〉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에게 대량 해고 사태의 책임을 물으며 7월 1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와 농성을 했다.

노동자들이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자 남성 경찰들이 가로막았다. 이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 10여 명이 쓰러졌다. 이것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이, 비통한 심경으로 해고에 항의하는 여성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노동자들은 7월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에 동참하고 7월 8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대규모 노숙 농성을 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대량 해고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파산했음을 보여 준다. 노동자들은 “차라리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없었다면 우리는 [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 됐을 것”이라고 분노한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은 산업 수요나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기능 조정이 예상되는 업무를 전환 예외 사유로 둔다. 이를 이용해 2017년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연차별 전환 계획”에서 요금 수납원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스마트톨링(무인화) 도입으로 인력 감축을 계획한 도로공사에 힘을 실어 주는 조처였다. 국토부·기재부·노동부는 신속히 자회사 설립을 허가하며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줬다.

도로공사는 기존 수납원을 해고한 자리에 더 불안정한 자회사 기간제를 채용하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는커녕 불법파견 판결 뒤집기,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로공사의 거짓말과 꼼수

도로공사는 자회사 전환이 2018년 노사 합의 사항(노동자 대표 6명 중 민주노총 측을 제외한 합의)이라고 정당화한다. 하지만 당시 자회사 전환에 합의한 노동자 대표들은 친공사 성향 관리자들이 주도해서 만든 노조의 대표들이었다. 그중 한 명인 한국노총 소속 정규직 노조의 대표는 얼마 전 자회사 전환 거부 노동자들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이 합의를 반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은 이 합의에 크게 반발했다. 이런 반발 때문에 합의에 서명한 당시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위원장은 탄핵당했다.

한편, 도로공사는 자회사 전환 거부 노동자들을 대법원 판결 전까지 공사의 임시 기간제 근로자로 고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게 “고용 안정 방안”이라는 공사의 주장은 노동자들을 조롱하는 것이다.

수납원 중에는 장애인도 많은데 사실상 이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제시해 놓고 “근로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했다고 하는 것은 위선이다. 또한 수납원은 대부분 여성인데 이들에게 맡기려는 여성 도로관리원은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퇴사율이 높다고 한다.

“고용 안정”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 전에 지쳐 떨어져 나가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또, 노동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언론이 대량 해고 사태를 크게 보도하자 청와대와 도로공사가 자회사 전환 거부자를 공사 기간제 요금 수납원으로 고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십수 년을 해 온 요금 수납 업무를 그대로 하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바람은 지당하다.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간제라는 불안정한 지위를 강요할 게 아니라 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해 정규직화해야 한다.

게다가 아직 1심도 끝나지 않은 노동자들도 있다. 이런 노동자들이 모두 대법원 판결까지 받으려면 기간제로 수년을 근무해야 할 수도 있다.

도로공사는 꼼수 부리지 말고 지체 없이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화해야 한다.

노동자 해고하는 스마트톨링 도입이 “사람 중심” 4차 산업 혁명?

도로공사가 대량 해고까지 자행하며 자회사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스마트톨링 확대 계획이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톨링이란 기존 요금 수납소를 없애고, 영상 카메라로 차량 번호판을 판독한 후, 차량 이동 동선을 파악해 요금을 통보하는 방식이다.

문재인은 “사람 중심 4차 산업 혁명”을 내세우며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추진돼 온 스마트톨링을 조기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도로공사 사장 이강래도 “사람 중심의 스마트 고속도로”를 내세웠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스마트톨링 도입에 맞춰 수납원 인력 감축을 계획했고, ‘몇 년 뒤면 없어질 직무’라는 이유로 직접고용을 거부해 왔다. 미래의 스마트톨링 도입을 위해 현재의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게 어떻게 “사람 중심”일 수 있을까.

도로공사가 자회사 전환을 이토록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노동자들이 자회사를 받아들이면 스마트톨링 계획에 따라서 몇 년 뒤 다시 고용 불안정에 시달려야 한다고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문재인이나 이강래가 말하는 “사람 중심”은 장차 수납 업무를 없애 나가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고 재취업 기회 등을 제공하겠다는 의미인 듯하다.

그러나 눈앞에서 벌어지는 해고 현실을 보면 이런 말을 믿을 수 없는데다,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노동자들에게 결코 이롭지 않다. 가령 퇴직자 자리를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야금야금 인력을 줄여 나가면 남은 수납원들의 노동조건도 열악해지기 십상일 것이다.

고용 안정을 보장받고 그간 불법파견으로 받아 온 차별을 시정하고자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완전히 정당하다.

이 모든 사태의 총 책임자인 문재인 정부가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