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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다이아몬드 무기한 전면파업:
5년간 억눌린 임금인상에 울분이 폭발하다

전면파업 중인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 ⓒ제공 일진다이아몬드지회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이 6월 26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은 충북 음성 공장 안에 천막을 치고, 매일 합숙 농성과 집회, 행진을 하며 사측을 규탄하고 있다. 안산 공장 조합원들도 모두 음성으로 내려와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말에 노조를 건설했다. 설립 총회 후 단 일주일 만에 생산직 노동자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했다. 그동안 쌓여 온 울분과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사측은 지난 5년간 임금 인상을 강하게 억눌러 왔다. 2014년부터 임금 동결을 했고,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상여금 600퍼센트 가운데 400퍼센트를 기본급과 고정 수당으로 변경했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려는 꼼수였다. 가만히 있으면 명절 수당으로 남아 있는 나머지 상여금 200퍼센트도 아예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노동자들 사이에 퍼졌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금속노조의 임금 요구인 기본급 12만 3526원 인상과 함께 빼앗긴 상여금 400퍼센트도 돌려 달라고 요구한다.

현장 통제는 군대처럼 강했다. 노동자들은 출근하면 휴대폰을 반납하고, 보관함에 넣어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조회하고, 매일마다 작업 시작 전에 국민체조를 하게 했다. 노조가 생기자, 조합원들은 제일 먼저 휴대폰 보관함을 폐기해 버렸다.

주로 절삭, 연마용 소재로 쓰이는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는 섭씨 1500도의 열, 5만 기압의 압력을 가해 생산한다. 위험한 현장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다쳤다. 공장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잘린 손가락을 보여 주며 울분을 토했다.

“병원에 있는 나를 찾아와 관리자가 제일 먼저 한 말은 공상 처리하자는 거였습니다. 지금도 그자를 보면 치가 떨립니다. 치료 마치고 공장에 돌아오니 내가 일하던 자리에 다른 직원이 앉아 있었습니다. 두 달 동안 아무 일도 주지 않았어요. 나가라는 거였죠. 눈물이 났습니다. 아파트에서 뛰어 내릴까 여러 번 생각했어요.”

생산 현장은 황산, 질산, 염산, 헥산, 자이렌 등 인화성 물질과 발암물질이 많다. 다이아몬드를 생산할 때 닦고, 녹이는 데 쓰는 물질들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싸구려 마스크만 지급됐다.” 유해 기체를 처리하는 장치도 턱없이 부족한 반면, 조합원을 감시하기 위한 CCTV는 공장 곳곳에 설치됐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대표이사와 공장장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대전노동청 충주지청에 고발했다.

이처럼 ‘현대판 연금술사’들의 처지는 아프리카 천연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처럼 열악했다.

5년간 억제된 임금, 현장 통제, 위험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울분을 퍼뜨렸다 ⓒ안우춘

대체인력

노조 설립 후 21차례 교섭이 있었지만, 사측은 노조를 무시하고, 고의로 시간만 끌었다. 사측이 내놓은 단협안은 노조 활동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파업을 무력화하는 조항들로 가득하다.

파업시 신규 채용을 포함한 대체인력을 허용하자거나, 전체 조합원의 70퍼센트 이상을 파업에 참가하지 못하는 ‘협정근무자’로 지정하자고 요구했다. 노골적이고 뻔뻔한 사측의 태도로 단체 협상은 거의 진전이 없고, 임금 인상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사측이 노조를 무시하고 지회장을 협박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회장을 겁박하며 무시한 것에 항의한 조합원들은 ‘5G’ 속도로 중징계를 받았다.

노동자들이 92.1퍼센트로 파업을 압도적으로 결의하고, 최근에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 이유이다.

일진다이아몬드 사측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경제 위기와 함께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 때문에 절삭, 마모 공구가 잘 판매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근래 중국이 값싼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업용 합성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일진다이아몬드는 세계 ‘빅3’에 속해 최근 몇 년간 매출이 줄지는 않았지만, 경쟁 압력은 매우 커졌다. 중저가 분야에서 중국에게 밀리고, 고품질 분야는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남아공 기업 사이에 끼어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은 어떻게든 노조를 탄압하고 저항을 억눌러 고통 강요를 지속하고 싶어 한다. 노조가 전면파업에 나서자 사측이 사무직 관리자들을 대거 투입해 대체 생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타격 효과를 반감시켜 한숨 돌리면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렇게 노조 탄압과 옥죄기를 지속하려는 속셈이다.

노동운동의 역사적 경험을 보면, 이런 사측의 노림수에 대응하는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해 파업의 힘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일진다이아몬드 파업 노동자들은 지금 천막 합숙 농성으로 공장을 지키고 있다. 7월 3일 서울 본사 타격 투쟁에 이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전국노동자대회에도 참가할 계획을 세우는 등 연대에도 열심이다.

빼앗긴 임금을 돌려받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조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투쟁하는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