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미 정상들의 회동과 북·미 정상회담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 회동을 제안한 트럼프조차 1시간 전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 올지 확신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그만큼 단기간에 결정돼 급작스레 성사된 만남이었다. 그리고 트럼프는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됐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북ㆍ미 적대관계 종식”? 그러나 한반도는 세 정상의 의지만으로 좌우되는 곳이 아니다 ⓒ출처 백악관

조만간 북·미 실무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중단된 북·미 공식협상이 재개되는 것이다.

협상 재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하면서, 한반도의 기류가 바뀌고 긴장이 다시 쌓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이것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에도 변함없었다. 지난해 7~12월 미국이 추가한 제재 조처는 12건이나 됐다.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에도 대북 제재는 계속 강화됐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5월 트럼프 정부는 석탄을 운송하는 북한 화물선을 압류했다. 6월 19일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왔다며 러시아 금융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이날은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북한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제재는 군사적 조처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그 동맹국 함대들은 북한의 제재 회피를 감시한다며 한반도 인근 해역과 동중국해 일대를 감시하고 있다. 이것은 잠재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군사 행동이기도 하다.

한미연합훈련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5월 주한미군사령관은 대규모 훈련은 아니지만 “필수 임무 수행을 위한 [연합]훈련”을 올해에만 100번 이상 진행했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잇달아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해 온 것이다. 단지 북한의 일방적 ‘도발’로 치부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긴장이 다시 쌓여가는 상황보다 남·북·미 간에 대화가 재개되는 것이 나은 일임은 분명하다. 대화 재개에 심기가 불편해진 것은 자유한국당 같은 우파들뿐일 것이다.

이제 세간의 관심사는 다시 재개되는 대화가 결실을 맺을 수 있는지다. 트럼프가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 악수하고 하노이에서 뒤통수를 친 일이 이번에는 재현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란

이번 판문점 회동으로 트럼프는 민주당 대선 경선으로 쏠린 미국 국내의 시선을 일순간에 자신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 판문점 회동은 트럼프가 이민자 부녀 익사 사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어 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트럼프가 갑자기 판문점 회동을 제안한 것은 단지 국내정치적 목적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미국 권력자들은 제한된 역량으로 자국 패권을 어떻게 유지할지를 두고 크게 고심하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의 핵심 지역 곳곳에서 동시에 제기되는 도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중 이란 문제가 있다. 트럼프는 대이란 강경책을 밀어붙여 왔고, 결국 폭격 10분 전 상황까지 갔다. 폭격은 결국 취소됐다지만, 당분간만 취소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악화시킬 요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란과의 갈등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로서는 한반도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게 당분간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과 북한이 파격적인 만남에 부합하는 파격적인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협상 테이블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은 중단된 미·중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정부는 예정된 대중국 추가 관세 부과를 미루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양측이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거의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향후 양측 협상의 전망이 밝지 않은 까닭이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잠시 휴전하기로 합의한 것에 불과해, 미국과 중국 간의 제국주의 갈등은 다시 점증할 공산이 크다.

계속 점증하는 동아시아 제국주의 갈등은 한반도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북·미 협상이 협상 테이블 바깥의 상황 때문에 흔들릴 여지가 많은 것이다. 

분열

미국 권력자들이 대북 정책에서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분열해 있는 점도 북·미 협상의 변수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이 판문점 회동을 연일 비난하는 것은 시사적이다.

7월 1일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정부의 인사들도 대북 정책을 놓고 분열돼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일부 고위 관리들이 북핵 동결과 미국의 보상을 교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다. 그러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트럼프 정부가 그런 방안을 검토한 바 없다고 즉시 부인했다.

트럼프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대북 정책에서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당분간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영변 외 핵시설”을 계속 문제 삼는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영변 핵단지 폐기가 “되돌릴 수 없는 실질적 비핵화의 입구”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것이 “하나의 단계”일 뿐이라고 했다.

이 점은 향후 북·미 실무협상에서 우여곡절이 계속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비핵화의 정의부터 쟁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비핵화 조처와 미국의 상응조처 사이의 순서 등 양측이 앞으로 합의해야 할 쟁점들이 산적하다. 그 순서가 “단계적”(북한)이냐, “동시적”(미국)이냐를 놓고 양측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이다.

합의와 합의 이행의 속도도 쟁점이다. 판문점에서 트럼프는 “속도보다 올바른 협상을 추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제재와 군사 위협에 시달린 북한에게 “속도”는 꽤 중요하다.

실무협상에서 잠정적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그때마다 “검증” 문제가 빠짐없이 등장할 것이다. 과거 북핵 협상이 “검증”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단된 적이 많았다.

북핵 협상 외의 문제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궁극적으로 핵무기와 그 유관시설뿐 아니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전체를 제거하는 데 관심이 있다. 그 밖에 인권 문제 등 미국이 북한에게 들이밀 카드는 핵무기 외에도 많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벌써 세 번이나 만났지만, 그새 북핵 문제 해결에서 실질적으로 진전된 것은 거의 없다. 냉정하게 말해, 부시 2세 행정부 때에 견줘도 더 나은 합의와 문제 해결 수준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북·미 협상은 가다 서다를 거듭할 공산이 크다.

7월 2일 문재인은 이번 판문점 회동이 “북미 간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미 싱가포르 합의에서 하노이 실패로 가는 과정을 봤으므로 문재인보다는 훨씬 신중하게 지켜볼 것이다.

장기화된 경제 위기 속에 제국주의 갈등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이 점은 평화를 위해 외교로 잠정적인 합의를 이루는 것조차 쉽지 않음을 가리킨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진정한 좌파는 남·북·미 대화를 응원하거나, 그 성공을 위해 시스템에 협력하는 데 역량을 투여해선 안 된다. 오히려 항구적 평화를 쟁취하기 위해서 반제국주의적·반자본주의적 운동을 건설할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문재인, 트럼프 정부의 패권 전략에 협력한다고 공언하다

세간의 시선은 판문점 회동에 쏠렸으나, 트럼프의 방한 목적이 단지 김정은과의 만남에 국한되지는 않았다.

문재인은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이슈에서 협력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 그러면서 “지역적·세계적 문제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즉, 미국의 패권 전략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공언한 것이다.

거기에는 트럼프 정부의 중국 포위 전략에 대한 협력이 포함돼 있다. 문재인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협력하겠다고 직접 말했다. 2017년 트럼프 방한 때 문재인은 중국을 의식해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지지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은 “오만 해역에서의 통항의 자유가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통항의 자유는 미국이 이란 등과의 갈등에서 즐겨 쓰는 표현이다. 미국이 이란과의 갈등에서 동맹국들의 협력을 요구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협력할 여지를 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트럼프 정부의 협력을 끌어내려면 미국의 패권 전략에 협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할 것 같다.(노무현도 본질적으로 이런 논리를 댔다.)

그러나 그것이 한반도 평화에 진정 도움이 될까? 미국의 중국 포위에 협력하는 것이 한반도 불안정 해소에 도움될 리가 없다. 미국은 중국 포위 전략과 대북 정책을 분리해 다루지 않는다. 6월 초 미국 국방부는 중국 포위 전략을 소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북한을 “불량 국가”로 지목했다.

이런 사례는 제국주의 국가들과의 협력과 양보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한다는 구상이 얼마나 많은 난점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런 구상으론 항구적 평화를 구현할 수 없고,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부메랑이 돼 한반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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