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읽기 전에 “문재인 정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 누구를 위한 것인가?(1)”을 읽으시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의 ‘의료서비스산업의 고도화의 과제’라는 유명한 보고서는 한국의 ‘의료서비스산업’의 과제를 세 가지로 들었다. 1) 영리병원의 허용,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불리하므로 그 전 단계로 영리부대사업의 확대 2)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폐기 3)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특히 관리형 민간의료보험(Managed care)의 도입. 이제는 거의 의료 민영화의 고전이 되다시피한 섬성의 이 보고서를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바로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 내용 중 상당수가 드디어 실현될 듯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때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허용과 병원부대사업의 확대를 통한 우회적 영리병원의 허용 시도(2013년 12월, 4차 투자활성화대책)는 노동자들의 반발과 무려 200여만 명이 동참한 반대 서명으로 실패했다. 또한, 제주도 등에서의 지역적 영리병원 개설 시도도 박근혜 정권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이어진 끈질긴 투쟁으로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면서도 남기고 간 사업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의료기술지주회사’와 ‘개인건강정보 빅데이터 산업화’ 그리고 ‘건강관리 서비스 민영화’다.

그림1. 박근혜 정부 6차투자활성화대책의 의료기술지주회사 기재부 2014.8

설마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사업을 추진하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자세히 보길 바란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5월 21일 발표한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에서 제시된 ‘의료기술지주회사’는 박근혜 정부의 6차 투자활성화대책(2014년 8월)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다(그림1). 한마디로 말하자면,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의 영리자회사 허용 방안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다 실패한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허용 방안’은 사실 중소병원의 우회적 영리병원화 방안이었다. 그런데 이 ‘의료기술지주회사’가 허용되면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된 대형병원까지 다 영리자회사를 가질 수 있다. 이미 삼성·아산·서울대·세브란스·고려대·가톨릭대·길병원·아주대병원 등 10개 대형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됐고 앞으로 30개까지 늘린단다. 이제 기재부의 바람대로 법만 개정하면 곧바로 대학병원들이 영리자회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사실상의 영리병원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림2. 문재인 정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전략, 부처합동 2019.5.21

그런데 의료기술지주회사란 무엇일까? 병원에서 의료인과 병원 건물을 빼면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남는다. 먹는 약과 주사약 등이 의약품이고 나머지 기계나 장비, 말하자면 씨티·엠알아이·휠체어·링거 세트·수술 도구·인공관절, 하다 못해 수술에 쓰는 실이나 거즈·주사기까지 모든 것이 의료기기다. 의약품과 의료기기에는 모두 의료기술 특허가 걸릴 수 있다. 예를 들어 2012년 보도된 바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의 특허는 의약품 263건, 의료기기 192건, U-헬스케어(의료기기) 49건, 진단(기기) 43건 등이었다. 이런 의료기술 특허를 활용해 영리자회사를 만들자는 것이 의료기술지주회사다. 

지금까지는 특허 활용이 “대학을 통해 이뤄져서 대학병원과 의사들의 참여 인센티브가 미미했”기 때문에 의료기술지주회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앞으로는 직접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다. 현재 대학의 산학협력단 및 근거 법률은 미국의 바이-돌 법(Bayh–Dole Act)의 한국판으로, 공공 또는 대학 등 비영리부문에서 개발된 것을 사적 기업에 이전하는 법률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도 모자라 아예 대학병원에 직접 영리자회사를 두겠단다.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서 말이다.

특허로 인한 인센티브는 어디서 나오나? 간단히 말해, 대학병원 의사가 낸 특허 기술을 많이 쓰면 나온다. 그리고 그 돈은 당연히 환자 주머니에서 나온다. 의료비의 상당한 상승이 초래된다. 의료기술지주회사는 상법상 회사이므로 의사들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주주들이 있다. 즉 병원에서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통해 벤처회사 창업을 장려하고 병원과 주주도 돈을 벌게 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번 돈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법인을 무엇이라 부르는가? 영리병원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내에서도 교육부가 기존의 산학협력단과 헷갈리니 만들지 말라고 반대하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하는 일을 왜 박근혜 정부 이야기와 섞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회 개정을 위해 계류 중이라는 ‘보건의료기술진흥법’(그림2)은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이 아니다. 이명수 의원이 발의한 자유한국당 법안이다. 적폐 청산이 아니라 계승이라고 말하지 않을 재간이 나에겐 없다.

박근혜 정부가 못 다 한 의료민영화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다 ⓒ출처 청와대

빅데이터 산업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민영화에는 이런 우회적 영리병원 추진만 있는 게 아니다. 공공적으로 모은 개인 질병 정보를 기업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겠다는 정책을 4차 산업혁명의 ‘빅데이터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다. 개인 질병 정보는 간단히 말해 개인의 가장 비밀스러운 정보다. 아니 개인 자체다. 정신질환, 이른바 말 못 할 성병이나 여러 질병들, 가족병력, 심지어 인공유산병력까지 내 모든 정보가 개인 질병 정보에 들어 있다. 거기에다 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는 내가 언제 어느 병원에 갔는지, 내가 보험료는 얼마나 냈는지(재산 정보), 심지어 보험료를 산출한 근거인 전세금 내역이나 자동차 종류까지 모든 정보가 모여 있다. 정부는 이 정보를 이름만 가리고 가명 정보로 기업에게 넘겨주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이번 회기에 처리하려 한다.

인재근 의원(맞다. 바로 고 김근태 의원의 지역구 자리를 물려받은 인재근 의원이다)이 발의한 개인질병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가명 정보를 개인정보로 취급하지 않고 ‘상업적 통계’나 ‘산업을 위한 연구’ 목적으로도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병원에 가서 남긴 모든 기록들이 이름만 가려져 몽땅 기업에게, 그리고 민영의료보험회사에 넘어갈 판이다. 이렇게 되면 이걸 다시 개인정보로 되돌려도(재식별화) 불법이 아니다. 이미 개인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번호가 거의 공개돼 있다시피한 한국에서는 재식별화(개인정보 환원)는 일도 아니다. 민영의료보험의 가입 거절이나 보상 거절은 오히려 작은 문제일 수도 있다. 사회적 낙인이나 취업 탈락까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소설 《1984년》의 빅브라더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 법을 인재근 의원이 발의했다. 이것이 과연 고 김근태 의원이 군부독재 시절 남영동의 칠성판 위에서 지키려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인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인가?

거기에다 개인정보가 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만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껏 민영의료보험회사의 숙원사업, 즉 국민의 건강관리를 건강보험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민영보험회사에 넘기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월 16일 내놓은 보도자료 제목은 “진료 이력부터 생활 습관까지 마이데이터(My Data)로 편리하게 건강관리”다.

그림3. 2019 본인정보 활용지원[MyData] 실증서비스 선정과제 목록, 과기부 2019.5.16

이른바 마이데이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규제프리존법 등에 따른 실증특례로 진행되는 이 사업들은, 예를 들어 서울대병원이 개인 의료 정보를 통째로 삼성화재에 넘겨 건강관리서비스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은 개인 의료 정보를 CJ에 넘겨 건강식단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삼성과 아산병원 등은 특정 기업에 의료 정보를 넘겨 응급진료시 이용하겠다고 한다.

이런 건강 정보만 넘겨주면 대기업에 의한 건강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환상이다. 지금까지 모든 나라의 건강 관리 사례를 보면, 가장 효과적인 건강 관리는 지역사회의 1차보건의료 또는 1차건강돌봄(primary health care) 시스템에 의한 것이었다. 삼성이나 CJ가 내 개인정보를 알면 그들이 나에게 교육을 한다? 이렇게 해서 건강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1960~1970년대에 확인이 끝난 일이다. 정보를 통해 개인을 교정하려 하는 것은 개인의 교정보다는 사회적 차별만 낳을 뿐이다.

더욱 큰 일은 이렇게 특정 기업에 맡겨진 내 건강 정보가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그 데이터가 나에게는 과연 공짜일까? 아니다. 내 건강 데이터를 이용할 때마다 기업에게 돈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관료도 내야 할 것이다. 또 서울대병원의 데이터를 삼성화재에 맡기면 다른 병원에 갔을 때는 서울대병원에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에 건강 정보를 요구해야 할 텐데 이 때 방문한 병원이 삼성과 계약을 맺지 않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응급상황에 어떤 응급실에 갔더니 응급데이터사업을 하는 회사[(주)브이티더블유]가 이 응급실과 계약이 안 돼 있거나 연결이 안 되면? 또 감당할 수 없는 상당한 액수의 돈을 요구하면? 그게 정말 My Data일까?

데이터 사업체들은 누구나 ‘정보차단기술’을 사용한다. 자신의 데이터를 다른 회사와 공유하지 않는 것이다. “제한적 계약, 엄청난 수수료, 사용자의 이동을 제한하는 기술”이 이들 사적 데이터 취급 회사의 특징이다(보건의료 빅데이터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 애덤 테너, 따비), 내 개인 질병 정보가 삼성에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마이데이터”가 아니라 “삼성 데이터’가 된다. 삼성이 그 정보를 어디에 쓸지 어떻게 알 것이며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또 가격을 얼마나 부를지, 제 때에 제공이 될지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건강 관리를 민간보험회사가 하게 되자(Managed care) 민영보험회사와 계약을 맺은 병원을 찾아 가야 했고, 그 건강 관리를 관장하는 회사 이름이 “건강관리조직”(Health Management Organization, HMO)이었다. 민영의료보험이 병원을 지정하고 병원을 소개하는 식으로 병원의 ‘갑’이 되면 그것이 바로 미국의 의료 민영화 시스템이 된다.

기업이 데이터를 가져갈 때는 소비자의 주권을 내세운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건 소비자들의 정보지 주권이 아니다. 진정으로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개인에게 제대로 알려 주려면 국가가 그 데이터를 무상으로 제공할 방법을 구상해야지 이걸 사기업에게 넘겨주면 안 된다. 영국에서 NHS 데이터를 4개 사기업에 맡겨 통합하려다가 실패한 사건은 사기업이 자신에게 넘어온 데이터를 남에게 결코 다시 넘겨주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을 뿐이다.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부터의 우회적 영리병원 추진, 개인 질병 정보를 기업이나 민영보험회사에 넘기겠다는 빅데이터 사업 및 개인정보보호법 개악 추진, 아예 민간보험회사에게 개인 건강 관리를 맡겨 미국식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건강 관리 민영화 추진.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없고 믿기 싫겠지만 이것이 지금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보다 더 나아간 의료 민영화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가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작성한 일명 ‘HT보고서’(미래복지사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방안, 보건복지가족부, 2010)에서 말한 내용 그대로다.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적 의료 민영화 추진의 실상을 똑바로 보자.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 이것은 정부를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노골적 의료 민영화를 중단시켜야 한다.


필자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서울에서 열리는 마르크스주의 포럼 ‘맑시즘2019’에서 발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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