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 누구를 위한 것인가? (2)
—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의 계승
〈노동자 연대〉 구독
이 기사를 읽기 전에 “문재인 정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 누구를 위한 것인가?(1)”을 읽으시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의 ‘의료서비스산업의 고도화의 과제’라는 유명한 보고서는 한국의 ‘의료서비스산업’의 과제를 세 가지로 들었다. 1)
박근혜 정부 때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허용과 병원부대사업의 확대를 통한 우회적 영리병원의 허용 시도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면서도 남기고 간 사업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의료기술지주회사’와 ‘개인건강정보 빅데이터 산업화’ 그리고 ‘건강관리 서비스 민영화’다.
설마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사업을 추진하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자세히 보길 바란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5월 21일 발표한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에서 제시된 ‘의료기술지주회사’는 박근혜 정부의 6차 투자활성화대책
그런데 의료기술지주회사란 무엇일까? 병원에서 의료인과 병원 건물을 빼면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남는다. 먹는 약과 주사약 등이 의약품이고 나머지 기계나 장비, 말하자면 씨티·엠알아이·휠체어·링거 세트·수술 도구·인공관절, 하다 못해 수술에 쓰는 실이나 거즈·주사기까지 모든 것이 의료기기다. 의약품과 의료기기에는 모두 의료기술 특허가 걸릴 수 있다. 예를 들어 2012년 보도된 바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의 특허는 의약품 263건, 의료기기 192건, U-헬스케어
지금까지는 특허 활용이 “대학을 통해 이뤄져서 대학병원과 의사들의 참여 인센티브가 미미했”기 때문에 의료기술지주회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앞으로는 직접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다. 현재 대학의 산학협력단 및 근거 법률은 미국의 바이-돌 법
특허로 인한 인센티브는 어디서 나오나? 간단히 말해, 대학병원 의사가 낸 특허 기술을 많이 쓰면 나온다. 그리고 그 돈은 당연히 환자 주머니에서 나온다. 의료비의 상당한 상승이 초래된다. 의료기술지주회사는 상법상 회사이므로 의사들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주주들이 있다. 즉 병원에서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통해 벤처회사 창업을 장려하고 병원과 주주도 돈을 벌게 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번 돈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법인을 무엇이라 부르는가? 영리병원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내에서도 교육부가 기존의 산학협력단과 헷갈리니 만들지 말라고 반대하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하는 일을 왜 박근혜 정부 이야기와 섞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회 개정을 위해 계류 중이라는 ‘보건의료기술진흥법’
빅데이터 산업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민영화에는 이런 우회적 영리병원 추진만 있는 게 아니다. 공공적으로 모은 개인 질병 정보를 기업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겠다는 정책을 4차 산업혁명의 ‘빅데이터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다. 개인 질병 정보는 간단히 말해 개인의 가장 비밀스러운 정보다. 아니 개인 자체다. 정신질환, 이른바 말 못 할 성병이나 여러 질병들, 가족병력, 심지어 인공유산병력까지 내 모든 정보가 개인 질병 정보에 들어 있다. 거기에다 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는 내가 언제 어느 병원에 갔는지, 내가 보험료는 얼마나 냈는지
인재근 의원
거기에다 개인정보가 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만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껏 민영의료보험회사의 숙원사업, 즉 국민의 건강관리를 건강보험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민영보험회사에 넘기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월 16일 내놓은 보도자료 제목은 “진료 이력부터 생활 습관까지 마이데이터
이른바 마이데이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규제프리존법 등에 따른 실증특례로 진행되는 이 사업들은, 예를 들어 서울대병원이 개인 의료 정보를 통째로 삼성화재에 넘겨 건강관리서비스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은 개인 의료 정보를 CJ에 넘겨 건강식단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삼성과 아산병원 등은 특정 기업에 의료 정보를 넘겨 응급진료시 이용하겠다고 한다.
이런 건강 정보만 넘겨주면 대기업에 의한 건강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환상이다. 지금까지 모든 나라의 건강 관리 사례를 보면, 가장 효과적인 건강 관리는 지역사회의 1차보건의료 또는 1차건강돌봄
더욱 큰 일은 이렇게 특정 기업에 맡겨진 내 건강 정보가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그 데이터가 나에게는 과연 공짜일까? 아니다. 내 건강 데이터를 이용할 때마다 기업에게 돈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관료도 내야 할 것이다. 또 서울대병원의 데이터를 삼성화재에 맡기면 다른 병원에 갔을 때는 서울대병원에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에 건강 정보를 요구해야 할 텐데 이 때 방문한 병원이 삼성과 계약을 맺지 않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응급상황에 어떤 응급실에 갔더니 응급데이터사업을 하는 회사
데이터 사업체들은 누구나 ‘정보차단기술’을 사용한다. 자신의 데이터를 다른 회사와 공유하지 않는 것이다. “제한적 계약, 엄청난 수수료, 사용자의 이동을 제한하는 기술”이 이들 사적 데이터 취급 회사의 특징이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건강 관리를 민간보험회사가 하게 되자
기업이 데이터를 가져갈 때는 소비자의 주권을 내세운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건 소비자들의 정보지 주권이 아니다. 진정으로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개인에게 제대로 알려 주려면 국가가 그 데이터를 무상으로 제공할 방법을 구상해야지 이걸 사기업에게 넘겨주면 안 된다. 영국에서 NHS 데이터를 4개 사기업에 맡겨 통합하려다가 실패한 사건은 사기업이 자신에게 넘어온 데이터를 남에게 결코 다시 넘겨주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을 뿐이다.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부터의 우회적 영리병원 추진, 개인 질병 정보를 기업이나 민영보험회사에 넘기겠다는 빅데이터 사업 및 개인정보보호법 개악 추진, 아예 민간보험회사에게 개인 건강 관리를 맡겨 미국식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건강 관리 민영화 추진.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없고 믿기 싫겠지만 이것이 지금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보다 더 나아간 의료 민영화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가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작성한 일명 ‘HT보고서’
필자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서울에서 열리는 마르크스주의 포럼 ‘맑시즘2019’에서 발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