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건설기계 노동자 파업:
최저임금에도 못 미쳐 “운전대 놓아야 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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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레미콘, 덤프, 굴삭기, 크레인 등 건설현장의 장비를 조종하는 건설기계노동자들이 7월 1일 파업에 돌입했다. 레미콘 운송료와 건설기계장비 임대료 인상, 임금체불 근절 등 노동자들의 요구에 사용자들이 무시로 일관하자 파업에 나선 것이다.
레미콘 운송 노동자들이 받는 운송비는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말 그대로 ‘운전대를 놓아야 할’ 만큼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추석 이후 운송 자체가 많이 줄었어요. 한 달 평균 120회에서, 지금은 절반인 60회 정도예요. 그래서 운송비를 4만 5000원에서 5000원 더 올리자는 건데, 그래봐야 차량 할부금 200여 만 원, 보험료, 기름값 그리고 타이어 같은 차량 유지 비용 등을 빼면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칩니다.”
그러나 레미콘 제조사들은 시멘트값
다른 기종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돼 고용·노동조건에 관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레미콘 회사에 소속된 레미콘 노동자들에 비해 다른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은 더 심각하다. 장비 작동에 필요한 작동유와 타이어값은 10년 동안 4배가량 올랐지만, 임대료
그런데, 이 지역에서 대규모 건설 현장인 SK현장에서는 4~5개월짜리 어음
고질적 문제들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울산의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이미 4월에도 3일간 파업을 벌였다. 이틀은 지역에서 사용자들에 항의하고, 하루는 서울로 상경에 다른 특수고용 노동자들과 함께 정부에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기본권 보장 약속을 져버렸고, 사용자들은 “경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노동자들의 요구를 거듭 묵살했다. 노동자들은 이번에는 투쟁 강도를 더 높여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해, 기필코 사용자들의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사용자들은 반격에 나섰다. 울산 지역 16개 레미콘 업체들은 레미콘 운송 노동자 400여 명에게 운송비 동결에 응하지 않으면 계약해지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해고 통보’로 투쟁을 위축시키려는 시도다.
그러나 레미콘 노동자들은 이런 위협에 굴하지 않고 있다. 이미 몇 차례 투쟁에서 사측의 공격에 위축되지 않고 싸워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울산의 레미콘 회사 16개 중 9곳의 노동자들이 73일 동안 파업을 벌여 도급계약서의 독소조항을 삭제하는 승리를 거뒀다. 사용자들은 투쟁 초기에 노동자 80명을 집단 해고하며 도발했지만, 결국 노동자들이 승리해 이를 철회시켰다.
노동자들은 7월 3일 레미콘 회사 앞 상경 투쟁을 벌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에 연대 했다. 레미콘 조합원들은 레미콘 사용자들의 기세를 꺾기 위해 다음주에도 전면파업을 지속하기로 했다. 다른 기종의 건설기계조합원들도 일단 일은 재개했지만, 투쟁태세를 유지하면서 SK를 한층 더 압박하기 위한 차량동원 시위 등을 준비해나가기로 했다.
승리한 경험이 있는 레미콘 노동자들이 이 투쟁의 선두에 서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레미콘 노동자들은 20여 년 전 건설기계 노동자들 가운데 처음으로 노동조합 깃발을 들고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이후 정부와 사용자들의 극심한 탄압으로 조직이 위축됐으나, 최근 다시금 투쟁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올해 부산에서 1000명에 가까운 레미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6월 초에는 수도권 레미콘 노동자들이 결의대회를 열며 본격적인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울산에서도 꾸준한 투쟁의 성과로 울산 16개 레미콘 회사 모두에서 노동조합의 깃발을 올리며 조직을 확대해 왔다.
이번 울산 건설기계노동자 파업 투쟁이 승리한다면, 다른 지역 건설기계 노동자들에게도 자신감과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