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필자가 노동자연대의 울산지회 모임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혁명! 듣기만 해도 꽤나 강력하고 두려움까지 들게 만드는 말입니다. 그만큼 혁명이란 단어가 지닌 무게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발표할 주제는 ‘노동자는 어떻게 혁명적으로 바뀔 수 있는가?’입니다. 저는 사회주의자입니다. 사회주의자의 삶을 살기로 마음먹고 행동한 제 경험에 비춰 발표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노동자연대는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혁명을 통해 자본주의를 타파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만들기 위한 혁명조직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노동자연대 활동가와 괜히 가깝게 지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조용히 연락을 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제 경험과 비슷하게 거리를 지나는 노동자들에게 ‘당신은 혁명을 원하느냐’ 하고 묻는다면 보통 미친사람 취급을 받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처럼 촛불 항쟁을 ‘혁명’이라고 포장하는 등 혁명의 의미가 희석된 상황에서는 조금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더 나은 삶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 가진 사상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보다 더 나은 체제, 즉 사회주의 체제로 가야 한다는 말을 하면, 실현 불가능하며 여기서 만족하며 조금씩 바꿔 가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꽤나 자주 듣게 됩니다. 

왜 우리는 지금 사회가 최고라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요? 물론 과거 농경사회에 비해 삶은 엄청나게 풍요로워졌고 우리 손으로 사회의 지도자를 뽑습니다. 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지배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렵습니다. 민주주의 사회라는데 회사 들어가면 어떻습니까? 상명하복에 사장은 왕입니다. 왕조국가처럼 세습은 기본입니다. 국가는 서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자본가와 권력자 등 지배자들을 위해 행동합니다. 또 굶어 죽는 사람이 있는데도 가격을 높이기 위해 곡물을 바다에 버리는 사회입니다. 과거에 없던 환경 문제도 심각하고 핵 전쟁이 일어나면 지구는 멸망할 수도 있는 사회입니다. 전쟁은요? 이런 것을 해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지금 사회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우리는 마르크스의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는 사회를 지배하는 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경쟁을 배우고, 특권을 가진 소수층만이 국가와 산업의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신문과 TV가 계속해서 국민에게 떠들고 있으며 선배와 손 윗사람의 명령에 따르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제가 TV를 잘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재벌들은 거의 대부분 백마탄 왕자로 그려지고 그들이 경영권을 지키려고 하는 행동이 정당한 것처럼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TV 속에서 여성은 돈 많은 남성의 지원을 받고서야 문제를 거의 해결합니다. 또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자로 그리는 프로그램도 꽤나 많습니다. 특권층 이상화, 여성 차별, 이주노동자 차별 등 지배계급의 사상이 학교·언론·TV·인터넷 등을 통해 꽤나 다양하게 우리에게 스며듭니다. 냄새가 몸에 스며드는 것처럼요. 또 지배자들은 사회주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지금 사회가 최고인 것처럼 말하고 사회주의는 곧 소련이나 북한이라고 말하며 본질을 흐려 놓습니다. 

지배적인 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

하지만 지배자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역사를 돌아보면 노동계급의 혁명 운동이 이 나라 저 나라를 흔들어 놓는 일이 거듭돼 왔고 그 일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과거 파리꼬뮌부터 2011년 이집트 혁명, 또 지금 무장혁명의 가능성이 있는 수단의 항쟁까지 노동계급이 나라를 뒤흔들어 놓은 일은 많습니다. 자본주의 이전 시대에는 수백년마다 한 번씩 일어나는 봉기가 지금은 수십 년 어떤 때는 거의 동시에 일어날 정도로 자주 일어납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본주의가 공황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는 체제라는 자본주의 제제의 본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결국 자본주의는 완전 고용을 성취할 수 없고 모든 사람에게 번영을 가져다 줄 수 없습니다. 그나마 호황기 때는 가능하지만 그 호황은 잠시이고 자본주의는 긴 불황의 늪으로 빠집니다. 지금 2008년의 불황이 10년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 나빠지는 상황이 자본주의에서 자연스러운 상황입니다. 

불황 속에서 자본가들은 이윤 손실을 만회하려고 국가와 손잡고 노동자의 생활수준을 후퇴시키고 고용을 불안정 하게 만드는 공격을 합니다. 임금 공격, 구조조정이 대표적인 예이고 노동강도를 높이며 노동자의 생명까지 위협합니다. 

이런 상황이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도록 만드는 배경이 됩니다. 저는 이명박에게 투표하고 현대자동차의 투쟁을 냉소적으로 보며 노동조합을 비판했었습니다. 이런 제가 현대중공업 정규직이 되고 나서, 정규직이 귀족이 아니라 하청만큼은 아니지만 고강도 노동을 하고 임금수준도 낮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도 회사로부터 괴롭힘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처럼 투쟁하면 임금도 많이 받고 권리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어용 집행부를 민주 집행부로 바꾸는 데 동참했습니다. 그리고 민주 집행부가 한 투쟁에 임했습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박근혜 정부 시절에 어용 집행부에서 민주 집행부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분노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 한 때에 갑자기 불타 올라 노동자들은 고용주와 정부에 반대해 어떤 행동을 합니다. 

저는 처음에 투쟁에 참여하는 데에 매우 소극적이었습니다. 혹시나 누군가가 일러서 나중에 회사 생활에 지장이 생길까 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투쟁이 잘 안될 때는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파업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저를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만들어 갔습니다. 임금 공격은 기본이고 구조조정으로 고용을 심각하게 위협했습니다. 이런 투쟁을 하면 할수록 회사 뒤에는 국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특히나 2017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반대 파업 때 국가와 회사가 한편으로 노동자 투쟁을 공격하는 것을 겪고 나서 지금의 사회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마음 속 깊이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대안이 무엇인지를 탐구하게 됐습니다. 이런 노동자 투쟁에 촛불이라는 거대한 운동을 겪으면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됐고 이러한 상황이 제가 혁명적 사회주의를 받아들이는 배경이 됐습니다.  

자본주의와 계급투쟁

저는 노동자 투쟁에 냉소적이었고 상황에 따라서는 부정적이었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좋은 세상에 순응하며 열심히 살면 행복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부의 세습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였습니다. 또 회사에 잘 보이고 동료와 경쟁해서 그들을 이기고 올라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자본주의적 관점을 받아들이고 실행하던 제가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제가 특별한 사람이라서가 아닙니다. 저 같은 사람이 생겨나게끔 하는 계급투쟁의 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자본주의입니다. 그리고 저 같은 사람들이 수십 수백만 명이 될 때 혁명적인 분위기가 생겨납니다. 이런 분위기는 주기적으로 생겨났었고 이것이 자본주의 역사의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사회주의자가 된 결정적 이유는 제가 스스로 사회주의가 대안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저는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대통령과 국회의원 잘 뽑아서요. 저는 노동자가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노동자가 사회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 점은 투쟁을 통해서 조금씩 알게 됐고, 혁명조직의 활동가가 이러한 것을 알려 줬을 때 확신이 생겼습니다. 얼마 전 저에게 함께 투쟁하는 동지가 노동운동의 종착지는 어디냐고 질문했습니다. ‘노동자가 사회를 집단으로 운영하는 세상이 노동운동의 종착지라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했을 때 그는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에게는 노동자가 사회를 집단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정신나간 생각이 아니라 매우 훌륭한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이 동지가 노동자 투쟁과 촛불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미친 소리’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노동자가 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던 노동자들도 기존 사회에 대항하는 대규모 투쟁 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사회를 운영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곤 합니다. 혁명 운동이 시작되면, 이런 생각의 변화는 놀라운 속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혁명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행동해야 합니다. 개혁주의가 대세이지만 개혁으로 세상을 좋게 만들 수 없습니다. 노동자의 의식은 그들이 처한 조건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촛불 운동이 개혁을 향한 바램을 키웠지만 촛불로 탄생한 정부는 경제 위기 속에서 개혁은 내팽개치고 개악을 펼칩니다. 이런 정부에 맞선 투쟁의 시기에 우리가 할 일이 많다 생각합니다. 지금 시기에 성과를 내고 조직을 확장시키기 위해 다같이 재미 있게 활동할 것을 제안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