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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 장학금 수혜를 거부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많은 대학에서 학생회 활동가들은 학교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있다.

내가 다니는 고려대도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활동가들에게 지급되는 ‘간부장학금’이 연간 수천만 원에 이른다.

대다수 학생회 활동가들은 별 문제의식 없이 이 장학금을 받아 왔다. 그러나 학생회 간부라는 이유로 학교로부터 돈을 받는 것은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비싼 등록금을 내야만 학교에 다닐 수 있고 장학금을 받기도 어려운 학우들의 입장에서 보면 간부장학금은 ‘특권’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학교나 우파의 입장에서 보면 간부장학금은 좌파 학생들을 공격하는 폭로거리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간부장학금 수혜는 또한 학교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 때때로 학교당국에 맞서 학생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해야 할 때, 간부장학금에 무비판적이다 보면 학교에 타협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대학 당국은 학생회 활동가들을 길들이기 위해 간부장학금 외에도 여러 장학금을 지급하는 듯하다.

내가 사범대 학생회장에 당선한 직후인 작년 12월, 학사지원부에서는 나를 불러 “선거 때 돈 많이 들었을 텐데 장학금 하나 받으라”고 한 바 있다.

당시 우리는 그 돈이 원래 학생들에게 가야 할 돈이니 면학장학금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만약 우리가 이런 장학금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면 학사지원부는 사범대 학생회에 이런저런 영향을 미치려고 했을 것이다.

사범대 학생회는 이후에도 학사지원부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했다. 이 때문에 학사지원부는 우리를 매우 어렵게 여겼고 우리의 말을 경청하려 애썼다. 우리는 이런 연장선 상에서 학생회 활동가들이 간부장학금을 아예 받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우선 사범대 차원에서 이를 실현해보려 노력했다.

고려대 사범대의 경우 단과대 특별장학금 일부가 사범대 학생회 집행부 장학금으로 사용돼 왔고, 학생회장의 경우 등록금 면제 혜택을 받아 왔다.

처음에는 “학생회비가 모자라다”는 의견이 있어 간부장학금을 받은 후 ‘사범대 전체 학생 대표자 회의’에서 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학생회비로 사용하려고 했다. 이는 기존 학생회들이 간부장학금을 대했던 전통적 방법을 일부 보완한 것이었다.

기존 학생회들은 간부장학금의 일부만 학생회비로 사용했고 대체로 이를 공개하지도 않았다. 반면, 올해 사범대 학생회는 간부장학금 전액을 학생회비로 돌리고, 그 사용 내역을 전면 공개하려 했다.

그러나 학사지원부는 작년 12월에 간부장학금에 대해 밝혔던 나의 입장을 상기시키며, 간부장학금 문제를 학생회의 도덕성을 문제삼는 데 이용하려 했다. 이 때문에 비로소 간부장학금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분명히 깨닫게 됐다. 그 후 사범대 학생회는 간부장학금 전액을 면학장학금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사범대 전체 학생 대표자 회의’에서 ‘간부장학금의 면학장학금화’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통과시켰다.

몇 개월 간의 노력 끝에, 지난 6월 13일 학사지원부로부터 사범대 학생회 집행부 장학금 전액을 면학장학금화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학생회장에게 지급됐던 등록금 전액 장학금 또한 다른 장학금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물론 이 또한 면학장학금으로 전환되도록 투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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