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우정노조가 우정사업본부(이하 우정본부)와 7월 8일 노사협정서를 맺고서, 앞서 예고했던 파업을 철회했다.

협정서의 주요 내용은 이미 본지 기사(‘정규 집배원 증원·토요근무 폐지 약속 내팽개친 문재인 정부’)에서 소개한 내용과 같다. △도시지역부터 집배원 주5일 근무를 위해 위탁택배원 750명 배정, △농어촌 지역은 사회적 기구를 구성한 뒤 주5일 근무 방안을 마련해 2020년 1월부터 시행, △인력 충원이 시급한 신도시는 직종 전환(집배원 238명)을 통해 해결 △우편사업 적자를 보전할 수 있도록 우체국예금 이익금을 한시적으로 우편사업에 지원 등이다.

협정서 내용은 청와대가 최종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부가 약속했던 정규 인력 증원과 토요일 근무 폐지는 협정서 어디에도 없다. 지난해 노·사·전문가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 추진단’이 합의한 권고안(정규 집배원 2000명 증원, [사회적 합의를 통한] 토요택배 완전 폐지)은 휴지조각이 됐다.

“집배원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문재인은 사람이 먼저라고 말했습니다.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집배노조 고양덕양우체국지부 이명국 대의원) 하는 노동자들의 절절한 외침을 문재인 정부는 끝내 외면한 것이다.

그래서 위 내용들이 6월 하순경에 알려졌을 때부터, 노동자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반발했었다. 특수고용직인 위탁택배원을 늘리는 것은 과도한 집배원 업무를 경감시킬 대안이 될 수 없고, 토요택배도 유지한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도 위탁택배원을 1000명가량 뽑았지만, 집배원 과로사는 반복되고 있고 토요일 근무도 계속되고 있다. 우정노조 수도권지역의 한 지부장은 “위탁택배원 750명 증원으로는 집배원 토요 휴무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7월 6일 토요택배 완전폐지! 정규인력 증원! 비정규직 철폐! 전국집배노조 결의대회 ⓒ이미진

과로사 반복되는데도 대책 회피하는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파기에 이어, 과로사의 그림자를 지고 살아 가는 집배원들마저 우롱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커녕 특수고용 비정규직인 위탁택배원을 늘려, 전체 고용의 질을 악화시키려 한다.

이미 우정본부는 수년 전부터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리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위탁택배원 증원(외주화 방안)은 정규직 충원 억제와 노동강도 강화, 열악한 조건의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모두에게 해로운 결과를 낳을 것이다. 집배노조(민주노총)는 노사협정서를 비판하며 “[위탁택배원 증원 합의는] 우정본부의 비정규직 증원, 토요택배 유지 계획에 힘[을] 실어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도 성명을 발표해, “정부와 우정본부는 우정사업본부 종사자 중에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되어 있어 언제든지 정리가 가능한 위탁배달원들의 증원을 통해 이 고비를 넘기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또한, 우정노조 경북지방본부 한 지부장은 “‘주5일제’라는 표현이 주말에 쉰다는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집배원 업무를 이원화[월요일~금요일 조는 일반우편물 배달, 화요일~토요일 조는 택배 배달]하여 배달구역만 더 넓어 져서 노동강도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협정서에는 함께 파업을 결의한 우체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내용이 “1도 없었다.”(공공운수노조 우편지부)

우정본부는 예금사업 이익금의 우편사업 지원으로 “굉장한 기회”가 열릴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협정서에는 지원금의 규모와 지원 기한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집배원 증원에 얼마나 쓰일 지도 알 수 없다.

합의 직후 적잖은 노동자들은 “정부와 우정본부가 합의를 지키지 않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번 협정서 내용이 제대로 이행될 지 믿을 수 없다”고 불신을 표하고 있다.

따라서 우정노조 집행부가 노동자들의 간절한 열망과 압도적인 파업 가결(93퍼센트 찬성)을 외면하고 꾀죄죄한 정부안을 수용한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우정노조 집행부는 7월 8일 최종 합의 전인 7월 5일에 대의원대회를 열어 “더 이상의 안은 없다”며 “청와대 컨펌[을] 받아서 정부에서 최종적으로 내온 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건 안 지킬 수 없다”고 대의원들에게 정부 안 수용을 설득했다.

질의 응답 시간에 한 대의원이 “지난해 합의 내용도 [우정본부는] 이유를 대며 이행을 안 했다. 이번 합의 내용은 정부에서 누가 보증할 것인가?”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 들이지 않았다.

우정노조 이동호 위원장은 대의원들에게 정부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지 또는 집행부에 위임할지를 물었다. 일부 대의원들은 ‘집행부가 사실상 합의 수순을 밟으려고 대의원들을 들러리 세우는 것 아니냐’라고 반발하며 퇴장했다.

우정노조 집행부는 결국 7월 8일에 파업 돌입 철회와 정부안 수용을 발표했다. 마지막까지 파업 돌입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노동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럴 거면, 전 조합원 찬반 투표는 왜 한 것이냐?”

“뒤통수 맞은 격”

무엇보다 노동자들은 우정노조 집행부가 협상에 매달려 제대로 된 투쟁을 해보지도 않고 마무리한 것에 실망이 컸다. 우정노조 집행부는 ‘파업을 한다고 해서 이보다 더 나은 안을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지만, 파업에 돌입했으면 정부를 물러서게 할 잠재력은 결코 작지 않았다.

우정노조 조합원들은 노조 설립 후 처음으로 진행된 지방본부 별 전국 순회 집회에 수천 명씩 참가했고, 우정노조 뿐만 아니라 집배노조와 우편지부 등 압도 다수의 노동자들은 우체국 역사상 첫 파업 찬반 투표에 아침부터 줄을 서며 파업에 돌입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주들을 위한 노동개악은 추진하는 반면 연이은 집배원 사망에도 약속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우체국 파업을 지지했다.

파업 예고 시점이 점점 다가올수록 조합원들은 투지가 상승했지만, 우정노조 집행부는 양보안 수용을 비치며 내부를 혼란케 했다.

집배노조는 물론 우정노조 내 활동가들도 모처럼 생긴 투쟁 기회를 유실할까 우려하면서 우정노조 집행부에 “정규인력증원과 토요택배 완전폐지라는 원칙에서 단 한걸음도 물러나서는 안” 되고, “제대로 보여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정노조 경북지방본부 소속 지부장들이 중심이 되어 ‘정부 안 수용 반대 지부장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집배노조는 예정대로 7월 6일에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약속 이행을 거부하는 정부를 규탄하며 정부안 수용이 아니라 투쟁을 이어 나가자고 호소했다. 이 집회에 우정노조 소속 조합원 일부도 동참했다. 노동자들은 7월 3일 공부문 비정규직 파업을 보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도 말했다.

아쉽게도 우정노조 집행부가 노동자들의 투쟁 열망을 꺾고 협정서에 서명을 하면서, 우체국 역사상 첫 파업은 유실됐다. 노동자들은 “[지금도] 배달 나가면 주민들이 음료수를 주고 응원하며 언제 파업하냐고 물어 온다”, “예고한 준법 투쟁이라도 했더라면 더 받아 냈을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양보 교섭에 목 매지 말고 파업을 실질적으로 조직했다면 정부를 압박하며 성과를 얻을 가능성은 분명 존재했다.

노사 합의 직후 집배노조는 “우정노조 [집행부는] 차라리 교섭권을 반납하라”고 비판했다. 또, “집배노동자의 죽음을 막는 활동과 토요택배 폐지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우정노조 집행부의 후퇴에 반발하며 일부 노동자들은 집배노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부와 우정본부의 약속 파탄을 규탄하며 정규 집배원 대폭 증원과 토요택배 완전 폐지를 위한 투쟁을 지속해 가야 한다. 그 속에서 다음 투쟁을 위한 투쟁 구심을 구축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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