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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호르무즈해협 파병 반대한다
··일이 호르무즈서 함께 군사 행동하게 좌시해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호르무즈해협 파병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8월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의용은 “미국의 구두요청이 있어서 [파병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소말리아 아덴만에 있는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으로 파견하는 것은 국회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고 했다.

전날 국방부 장관 정경두도 “우리 선박도 위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체 판단해서 [파병을] 검토”할 수 있고, 청해부대 파견은 “국회의 파병 동의 없이 가능하다고 본다”하고 말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파병을 결정한 바 없다고 시치미를 떼면서 꾸준히 파병을 준비해 왔다. 국방부는 청해부대에 보낼 강감찬함의 수중 방어 체계를 강화했고 파병에 대비한 훈련까지 했다.

미국도 계속해서 문재인 정부에게 파병을 촉구하고 있다. 7월 23일 백악관 안보보좌관 존 볼턴이 한국에 왔을 때 중요하게 거론된 것도 호르무즈해협 문제였다. 현재 호주에 가서 호주 정부에게도 파병을 요구한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거듭해서 한국과 일본이 호르무즈해협에 걸린 이해관계가 있음을 언급했다.

문재인은 평화를 추구한다는 인상만큼은 유지하려 하지만, 사실 2017년 트럼프가 북한을 상대로 “완전 파괴” 운운했을 때에도 이를 지지했을 만큼 일관되게 친미 노선을 견지해 왔다. 그런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적극 응하지 않을 리 없다.

호르무즈해협에 다국적 연합 함대를 보내자는 미국의 구상에 현재 영국만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독일은 퇴짜를 놓고, 프랑스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이 파병하면 그 구상을 실현하는 데에서 선도적인 지원 구실을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패권 정책에 협력해 파병한 경험이 많다. 한국은 베트남전에서 거의 유일한 전투병 파병국이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을 때 김대중 정부는 영국 블레어 정부가 파병하기 전까지 가장 많은 군대를 보낸 정부였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군대를 이라크에 파병했다. 그리고 파병을 대가로 국익과 북핵 문제에서 미국의 협력을 얻을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은 미국이 중동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데에 일조했을 뿐이다. 오히려 미국은 북한을 더 압박하면서 북핵 문제를 악화시켰다.

문재인 정부도 호르무즈해협 파병으로 똑같은 역사를 반복하려 한다.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단순히 “우리 선박을 보호”하는 것일 수 없다. 보리스 존슨이 새 총리가 되기 전까지 영국은 미국의 대對이란 “최대 압박 정책”과 선을 긋고 상선 호위만을 위한, 유럽 국가들이 주도하는 해상 작전을 제안했지만 이란은 여기에도 강력 반발했다. 그곳에 군사력을 보내는 것 자체가 불안정을 키우는 것이다.

호르무즈해협 불안정이 커지고 ‘항행의 안전’이 위협받는 데에서 가장 책임이 큰 나라는 미국이다. 지난해 미국은 이란과 맺은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깨고 대對이란 제재를 재개하며 이란을 군사적으로 위협했다. 그런 상황에서 유조선들이 호르무즈해협에서 공격을 당하고(미국은 이란 소행이라 주장하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 이란과 미국이 서로의 무인기를 격추했으며, 미국이 군사력을 증파하는 등 긴장은 급격하게 높아졌다.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미국의 부당한 이란 위협을 지지하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중동은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개입과 그 부산물이기도 한 종파 간 내전, 그 지역 강국들의 경쟁 등이 교차해 지극히 불안정한 지역이다. 양측의 오해나 통제를 벗어난 요인들, 심지어 이란과 무관한 ISIS의 공격도 불똥이 될 수 있다.

최근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몇 개월 후에 호르무즈해협과 가까운 오만해와 인도양 북부에서 연합 군사 훈련을 하기로 했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과 첨예한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고 이란 석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다. 중국으로 향하는 이란 유조선이 지나는 길목에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 함대가 있다면? 이것은 그 자체로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다. 7월 초 영국이 시리아에 대한 유럽연합의 제재를 어겼다며 지브롤터에서 이란 유조선을 억류하자, 이란이 영국 선적 유조선 억류로 응수하고, 영국이 군함을 파견하는 등 갈등이 커졌던 것처럼 말이다.

호르무즈해협의 갈등은 미국·중국·러시아 같은 더 큰 강대국들 간 갈등과 얽혀 있고 이는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충돌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은 이란과 아랍 민중일 것이다. 파병은 이들의 피를 대가로 국익을 챙기겠다는 발상이다.

이미 이란 민중은 미국의 제재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이란 리알화 가치가 폭락해 하루가 멀다 하고 생필품 가격이 폭등한다. 실업이 만연하여 이라크 북부로 건너가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8월 9일 미국의 신임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가 한국에 온다. 에스퍼의 방한은 공식적으로 파병을 요청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8월 4일 에스퍼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맹국들에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패권 전략 하에서 한국과 일본을 결속하려 한다. 한국과 일본에게 파병을 요구한 것은 그런 결속을 다지려는 것이기도 하다.

많은 언론은 일본이 미국의 다국적 연합 함대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보도하지만, 일본은 군함 대신 초계기를 보내려 한다. 평화헌법의 존재가 파병을 부담스럽게 하는 것일 뿐, 중요한 것은 일본이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구상에 기여하려 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파병을 하면 한·미·일이 함께 호르무즈해협에서 불안정을 키우는 꼴이 될 것이다.

파병은 한반도를 강대국 간 갈등 속으로 밀어넣을 미국의 구상에 동참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파병에 반대하는 운동이 건설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