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사측이 올해 초 약속한 정규직 전환자에 대한 차별 시정을 계속 회피하고 있다.

올해 초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노동자들은 은행권 임단협 쟁점으로는 드물게 하루 파업(1월 8일)을 벌였다. 당시 주요 쟁점 하나가 2014년 별도직군 L0(이하 L0)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된 노동자들(은행가 속어로 “2차정규직”이라고 함, 대부분 여성)의 근속 연수 인정 문제였다. 전환 과정에서 신규 입사하는 방식을 채택해 비정규직 근무 경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 파업 후 사측은 명시적 양보 대신 노사간 협의체를 구성해 개선책을 찾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사측은 협의체 자체를 차일피일 미뤄 왔다. 어렵게 협의체가 가동된 뒤에도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노사 협의와 별도로, 2014년에 L0로 전환된 후 이듬해 퇴직한 L0직급 노동자 20여 명이 퇴직금 관련 경정청구 소송(납세 의무자가 과다 납부한 세액을 바로잡을 것을 요청하는 행위)에서 최종 이겼다.

L0직급 퇴직자들은 정규직 전환 전 근속 연수가 인정되지 않아 퇴직금에 대한 세금을 더 많이 납부해야 했다. 근속 연수가 길수록 퇴직금에 대해 노동자가 납부하는 세금이 적어진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 전에 무려 20년을 KB국민은행에서 근무한 직원들이다. 그런데 은행 측이 근무기간을 1년 6개월로 신고한 것이다. L0 전환 과정에서 형식적인 사직서를 냈다는 게 이유였다.

다행히도 이 소송은 1심(2017~2018년 서울행정법원 등 전국 지방법원 8곳), 2심(2019년 3월 7일 서울고등법원), 최종심(2019년 7월 25일 대법원)에서 모두 승소했다.

법원은 사직서를 내고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업무나 근무지가 전혀 바뀌지 않는 등 본질적으로 연속 근무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합리적 판단이다.

따라서 이 판결은 명백하게 현재 재직 중인 L0 전환자의 근속 연수 인정 요구를 정당화한다. 이 재판을 간접 지원해 온 노조도 재판 결과에 따라서 근속 연수를 제대로 인정하라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역시나 사측은 황당한 궤변으로 그런 확대 적용을 거부하고 나섰다. 8월 2일 경영지원그룹 대표(부행장급)는 이렇게 책임을 회피했다.

“‘은행이 알고서도 직원에게 과도한 퇴직소득세를 징수하였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세금은 임의적으로 은행에서 가감하여 공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과세관청의 법령 해석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으며, 법령에 따라 납부된 세금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개인이 경정청구를 통하여 세금 환급을 요청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은행은 희망퇴직을 신청한 L0 직원들의 근속기간을 2014년 1월 1일부터로 정해서 임의로 원천징수했다. 당시 이미 관련 부서에서는 “나중에 혹시라도 잘못되면 누가 책임질 수 있겠냐”는 식으로 변명하기 급급했다고 한다.

은행 측의 단순한 실수였다면 왜 소송 과정에서 인력지원부가 퇴직 직원이 아닌 세무서 측의 입장을 옹호했을까? ‘근속기간 인정’ 이슈가 재직 노동자 문제로 확대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 아닌가? 은행이 L0 전환 이전 근무기간 전체를 퇴직금 신고시 적용했다면, 소송은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한편, KB국민은행지부가 속한 산별노조인 금융노조는 8월 하순에 찬반투표를 거쳐 9월 중 파업을 결의했다. 요구는 임금 인상과 저임금 직군의 임금 수준 대폭 향상이다. 산별 교섭에 나선 사용자들도 KB국민은행 사측과 대동소이한 태도를 보였다.

부려 먹을 생각만 하며 노동자끼리 차별 대우하지 말라는 요구에는 나 몰라라 하는 사용자들에게는 매서운 단결투쟁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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