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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사회과학부 “평의회”가 보여주는 것

지난 5월 11일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에서는 “학생회 해체와 평의회 실현”을 주된 공약으로 들고 나왔던 평의회 준비모임의 회칙개정안이 총회에서 통과됐다. 〈다함께〉 56호에서 한선희 동지는 이 일이 “평의회 준비모임이 추구하던 자율주의적 조직 원리가 많은 지지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먼저, 회칙개정안이 통과된 이유에 대해 바로 볼 필요가 있다. 총회에서 위임한 사람들이 정족수 165명 중 98명이나 됐다는 사실은 평의회 준비모임이 추구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이 현실에서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줬지만, 많은 학생들이 ‘학생회 없는 학생회’에 매력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평의회 준비모임은 학생회의 존재가 학생들의 참여와 자율성을 억압한다며 선출된 자의 대표성과 학생회 조직을 부정하는 평의회를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자율주의적 조직 원리가 사회과학부 내에서 발의되고 지지받게 된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운동권 학생회’의 비민주적 운영이 가져온 오랫동안 쌓인 불만이다.

실제로, 평의회 준비모임은 학생회가 운동권의 조직처럼 도구화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했고, 이 의견은 사실 새삼스러운 불만은 아니다.

평의회 구상의 비현실성 때문에 애초의 회칙안이 많이 수정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기본적 입장인 학생회 해체와 선출된 대표성의 부정이라는 구상은 훼손되지 않았다. 실제로, 회칙 통과 뒤에 회장·부회장은 사퇴했다.

그러므로 회칙안의 통과를 두고 한선희 동지처럼 자율주의적 조직 원리가 후퇴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지지를 보냈다고 볼 수는 없다.

‘운동권 학생회’가 답습해 왔던 부정적 유산이 신선하지만 비현실적인 가치를 학생들이 지지하게 된 좋은 토양이 됐다.

둘째, 평의회 준비모임이 마르크스주의 계급이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공격한 것은 투쟁을 회피하기 위해서였다는 한선희 동지의 주장은 평의회 준비모임에 대한 지나치게 가혹한 평가다.

그들은 운동이 일어날 때 ‘동원’에 대한 거부감으로 미온적 태도를 보였지만, 부당한 영어시험에 대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집회를 여는 등 투쟁을 회피하지 않았다.

그들이 학부 내의 능동적 참여와 자율성이 없는 까닭을 규명할 때 “마르크스주의의 헤게모니”라며 “운동권”을 속죄양 삼으려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투쟁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그들의 행보를 지나치게 폄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평의회 준비모임의 “참여와 직접 민주주의의 구현”이 MT나 축제 같은 비정치적 활동에서만 유효하다는 한선희 동지의 주장도 좀 투박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사실은 총회 이후 구성된 의결기구의 진행에서 보듯 그들이 내세운 “참여와 직접 민주주의의 구현”이 일상적 시기의 현실에서 전혀 가능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회칙 통과 후 그들의 행보를 좇아 현실에서 그들이 참여와 직접 민주주의를 어떻게 구현하려 하는지 살펴본다면 그들이 늘 비정치적 활동만 다루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동제 때 학부 주점 수익금을 투쟁하는 비정규직 작업장의 투쟁 지지 기금으로 보낸 것이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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