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거리로 나온 170만 시위대. 31일에도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예고돼 있다 ⓒ출처 Studio Incendo(플리커)

8월 18일 홍콩에 다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벌어졌다. 집회를 공식 주최한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홍콩 시민 170만 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한 현지 소식통은 실제 참가자 규모가 주최 측 발표보다 더 컸을 수 있다고 했다. 시위 당일 대중교통이 엉망이 돼, 많은 사람들이 여러 곳에서 자발적으로 행진했다는 것이다. 앞서 홍콩 정부는 8월 18일 행진을 불허했지만 이 대규모 인파를 가로막지 못했다.

이날 170만 시위는 홍콩 경찰의 폭력과 중국 당국의 위협에도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 반대 운동을 굳건히 지지하고 있고 운동이 지속될 것임을 보여 줬다.

홍콩 송환법 반대 운동은 송환법안 완전 철회, 행정장관 캐리 람 사퇴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지속해 왔다.

8월 5일에는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여 홍콩을 마비시켰다. 특히, 주요 지하철과 철도 노선이 멈췄고, 국제 항공 운항이 대거 취소됐다. 그리고 시위대가 지난주 화요일(8월 13일)까지 5일 동안 홍콩 국제공항에서 연좌 시위를 벌였다.

홍콩 당국은 시위대의 주요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며 경찰 폭력을 강화해 송환법 반대 운동을 탄압해 왔다. 갈수록 폭력의 강도가 세졌다. 그러다가 8월 11일 시위에 참가한 한 젊은 여성이 경찰이 쏜 빈백건(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이 발사되는 총)에 맞아 한쪽 눈이 실명할 위기에 처했다. 분노한 시위대가 12~13일에 공항 점거를 확대하면서 국제공항이 마비됐다.

빈백건

홍콩 당국이 시위대에 강경하게 대처하는 배후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 중국 정부와 그 관영 언론들은 홍콩의 시위와 점거를 “테러리즘”이라고 맹비난한다. 그리고 홍콩과 인접한 선전시에 무장경찰 수천 명이 대기하고 있음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며, 중국이 시위 진압에 직접 나설 수 있다고 위협해 왔다.

중국 권력자들은 홍콩 시위를 단지 홍콩만의 일로 보지 않는다. 홍콩에서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자칫 중국 내 여러 사회집단이 홍콩 시위를 본받아 저항에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국은 온갖 사회 문제와 모순에 봉착해 있다. 그래서 중국 지배자들은 홍콩 시위가 소수민족, 농민 등 천대받는 집단들의 불만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중국 노동계급의 저항 잠재력을 가장 염려한다. 홍콩 인근의 광둥성 일대는 지난 20여 년간 산업이 역동적으로 성장해 왔고, 중국 각지에서 온 새 세대 노동계급이 거대하게 형성돼 있다. 이곳에서 지난 수년간 노동 쟁의 횟수와 전투성이 계속 성장해 왔다. 노동자들이 국가로부터 독립한 노동조합을 설립하려 한 민영기업 자스커지의 공장도 광둥성 선전시에 있다. 홍콩은 바로 이런 산업 지역과 점점 긴밀하게 연결돼 왔다.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홍콩 시위를 서방 앞잡이가 조종하는 색깔 혁명으로 비방하는 한 가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콩 시위와 중국 노동자들을 이간질해 저항이 확산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홍콩 시위가 중국 노동자들이 상하이나 베이징에서 모방할 만한 시도로 보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서방 권력자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 중국 내에서는 중국 정부의 민족주의적 선전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된다.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서방 지배자들은 홍콩 시위를 이용해 중국을 비난한다. 영국 정부는 홍콩 상황을 독립적으로 조사하겠다고도 했다. 갈수록 첨예해지는 제국주의 경쟁 속에서, 서방의 간섭은 홍콩 대중 운동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시키려 애쓰는 시도다.

그러나 서방 지배자들의 홍콩 시위 지지는 위선일 뿐이다. 7월에 《포린 폴리시》는 홍콩 경찰의 폭력적 행태가 영국 식민지 시절의 유산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식민 당국이 물려 준 폭동 진압 전술이 오늘날 홍콩에서도 계속 활용되는 것이다. 영국 등이 중국을 비난할 처지가 못 된다.

유산

물론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적 갈등이 점증하면서, 그 압력이 홍콩 시위 같은 운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시위 일각에서는 서방의 지지를 호소하는 주장이 나오곤 한다.

그러나 시위대 일부가 서구식 민주주의에 환상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서방의 앞잡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비방이다.

지금 홍콩 송환법 반대 운동은 홍콩 인구 4분의 1이 거리로 나온 대중 운동이다. 대중의 강력한 자발성은 이 운동이 서구의 조종을 받는 운동이 아님을 보여 주는 강력한 증거다. 그리고 시위 참가자들 중에는 이 운동이 단순한 반중 시위가 아니며 중국 대중을 향해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운동의 사회적 구성도 생각해야 한다. 시위 참가자의 다수가 노동자들이다. 홍콩 노동자 대다수가 송환법 반대 운동을 지지하고 참여한다.

그러나 홍콩 자본가들은 운동을 적대하고 중국과 홍콩 당국을 지지한다. 시위가 10주 넘게 지속되자, 홍콩 경제를 지배하는 주요 재벌들(대표적으로 홍콩 최고 부자인 리카싱)이 일제히 시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정부와 경찰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나섰다.

홍콩은 오늘날 세계에서 기업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신자유주의 개혁이 많이 진척돼 왔고, 중국 정부가 이를 뒷받침해 줬다. 그만큼 홍콩 노동자와 청년들의 처지는 악화돼 왔다. 홍콩 자본가들이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반면에, 많은 홍콩 노동자와 청년들이 송환법안 철회 이상의 진정한 사회 변화를 염원하는 까닭이다.

두 달 넘게 시위와 점거가 지속되면서 운동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공무원 노동자 사이에서 송환법 반대 운동을 지지하는 파업을 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8월 17일에는 교사들의 행진에 2만 명이 참가했다. 이런 행동이 계속 확대·심화돼야 한다.

홍콩과 중국 바깥의 좌파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고, 서방 지배자들의 위선을 들춰내며 진정한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대의를 옹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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